
2010년 선수 10명 모아 힘겹게 창단
市협회장·학부모들 도움 여태 버텨
U-12대회 우승·프로 배출 등 '결실'
"안성지역을 대표하는 운동종목이 야구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야구단은커녕 변변한 야구장조차 없던 척박한 야구 불모지인 안성지역에서 야구 활성화와 저변확대에 젊음을 바친 40대 감독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안성시 리틀야구단의 엄병렬(45) 감독.
엄 감독은 투수 포지션으로 신일중·고와 중앙대를 거쳐 지난 1998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뒤 4년간의 프로활동을 끝으로 은퇴한 인물이다. 서울 태생인 엄 감독은 은퇴 후 충암중·고에서 코치로 활약하다 2010년 자신이 대학생활을 했던 안성에 뿌리를 내리기로 결심했다.
엄 감독은 "사실 안성에는 개인적 연고가 없었을뿐더러 안성에 야구 인프라가 전혀 없던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저를 좋게 평가해준 열정 넘치는 안성지역 학부모들의 권유를 외면할 수 없어서 고심 끝에 리틀야구단을 창단키로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선수 수급부터 운영비 충당, 연습구장 확보까지 모든 점이 열악하기만 했다.
엄 감독은 "안성에 야구부나 클럽팀이 한 팀도 없어 선수가 부족했고, 알음알음 10명의 선수를 모아 2010년 6월에 힘겹게 창단을 성사시켰지만 그 후엔 운영비는 물론 연습구장 확보가 어려워 어린 선수들과 학부모들을 이끌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며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 감독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 열정만 가지고 팀을 이끌어 나가는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역대 안성시야구협회장들과 학부모들이 물질적이나 정신적으로 물심양면 저를 도와주셨기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힘겨운 과정을 통해 뿌린 씨앗이 2015년을 기점으로 점차 뿌리를 내리고 만개하기 시작했다. 안성시 리틀야구단은 2015년부터 전국에서 열리는 소규모 대회에서 성적을 내더니 2017년부터는 전국 단위의 대회에서 우승권에 들어가는 명문 야구단으로 변모했다.
2017년 수원컵 전국리틀야구대회 3위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용산구청장기 우승, 구리시장기 3위, 속초시장기 3위 등을, 2019년에는 용산구청장기 2연패와 U-12유소년대회 우승, 속초시장기 준우승 등 날이 갈수록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19년에는 안성시 리틀야구단 출신의 투수인 전용주 선수가 kt wiz에 1차 지명돼 프로선수를 배출하는 쾌거를 이뤄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엄 감독은 리틀야구단과 연계할 수 있도록 안성지역에 상급학교인 중·고교에 야구부가 창단되는 것을 소원하고 있다.
엄 감독은 "지난 10여년간의 노력 끝에 안성시 리틀야구단의 위상은 전국에서도 알아줄 만큼 상승했지만 관내 중·고교에 야구부가 없어 야구를 계속하고 싶은 인재들이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타지로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에 지역사회에서 관심과 애정을 갖고 관내에 야구부를 창단해 준다면 야구가 안성지역을 대표하는 운동 종목으로 거듭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