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말 예정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확정 고시가 임박했다. 발표 연기 가능성도 피어오르고 있으나 정부가 큰 밑그림을 완성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전망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 배제 이후 김포와 검단 시민들의 투쟁은 강경 일변도였다. 특정시설 거부 목적의 집단반발은 이전에 자주 있었지만, 무언가를 설치해 달라고 시민 전체가 이렇게까지 강경한 행동에 나선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지역 분위기는 불안과 기대가 교차한다. 일부는 GTX 김포 장기~부천종합운동장 노선이 이대로 관철될 것에 대비해 추후 대응을 고심 중이고, 또 한쪽에서는 GTX-D와 김포한강선 중 하나라도 출구를 열어주지 않겠느냐며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 지역 이기주의?… 인구수만 놓고 따져도 형평성 문제 심각
지난 4월22일 국가철도망계획 초안으로 서부권 GTX가 '김포~부천선'으로 발표되자 김포·검단 시민들은 즉각 'GTX-D 강남직결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국토교통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무렵 출범한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는 5월 초 차량 1천여 대를 동원해 드라이브챌린지를 벌이고 촛불집회로 정부에 항의했다. 이후 코로나19 우려로 집회 참가인원이 제한되면서 청와대 분수광장으로 옮겨 단체 삭발 등 투쟁을 이어갔다.
지역 정치인도 여야 할 것 없이 국토부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여당 지도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 등을 면담하고 지난 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주영(김포갑)·박상혁(김포을) 국회의원이 국토부 앞에서 삭발까지 했지만 시민들은 더 강력한 막바지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 집값 안정 등 정치적인 판단이 국가철도망계획에 작용했기 때문에 결국 정치권에서 풀어내야만 한다는 게 시민들의 목소리다.
두 지역 합하면 인구 66만여명 '급증'
'신도시 조성' 파주·의정부보다 많아
드라이브챌린지·촛불집회·삭발 나서

GTX-D 관련 보도에는 지역 이기주의라는 비판 댓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지역 이기주의를 논하려면 김포·검단지역의 도시 규모와 지리적·환경적 배경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곳 시민들이 광역철도망 구축을 요구하며 전면에 세우는 논리는 인구다.
인구증가율 전국 수위를 다투는 김포는 올해 5월 기준 48만2천500여명으로 대규모 신도시가 조성된 파주(47만1천200여 명)와 경기 북부 행정중심도시 의정부(46만1천여 명)보다 많다. 김포와 검단을 합하면 현재 66만여 명인데 오는 2035년이면 90만~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기 신도시로 함께 개발된 김포와 검단은 경계가 맞닿아 있다. 김포시 풍무동과 감정동 등지에는 마치 김포와 하나의 단지처럼 붙어서 검단 쪽에 아파트가 올라가고 있다.
김포의 행정구역이었다가 지난 1995년 인천으로 편입된 검단 또한 광역철도망이 없어 주민 상당수가 여전히 김포 주축도로를 거쳐 서울을 오간다. GTX-D 관련 투쟁에 김포뿐 아니라 검단에서도 팔을 걷은 게 이 때문이다.
정부는 2019년 10월 '지역 간 고속통행을 통한 접근성 향상', '교통불편 해소로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파리(RER 616㎞)와 런던(크로스레일 119㎞) 등 세계적인 철도망 확충 추세를 언급하며 소외지역인 수도권 서부권에 광역급행철도 노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광역철도망(확정·착공 포함)이 과천(6만9천여명) 3개, 구리(19만5천여명) 4개, 양주(23만5천여명)와 광명(29만5천여 명)도 각각 3개씩 갖추게 될 상황에서 김포와 검단 등 서부권은 수도권 외곽과 도심을 고속으로 연결한다는 GTX 기능이 무색하게 이번에 '지선'만 주어졌다.
특정 지역의 경우 접경지 등 규제에 따른 배려를 받은 것으로 해석하려 해도, 김포는 군사보호구역·그린벨트·수도권정비 규제에 더해 한강유역·김포공항 영향권 등 훨씬 많은 제약에 신음하던 도시다.
# 김포·검단 시민들 "왜 우리만 부천과 일산을 들러야 하나"
김포시민들은 2011년 정부가 조성한 김포한강신도시 입주 때부터 철도망 하나 없는 대중교통 불모지에 발을 들였다.
이 시기 서울시의 '버스진입 제한정책'까지 겹치면서 매일 새벽 광역버스 대기 줄이 100m까지 이어지는 등 극심한 교통불편을 겪어왔다.
그나마 한강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으로 정부에서 지정한 2량짜리 경전철 '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은 추진 당시만 해도 서울 방향 교통수요가 많지 않다는 분석에 따라 충분한 교통대책으로 여겨졌으나 개통 이후 혼잡률이 285%로 치솟으며 전국 최악의 지옥철로 전락했다.
한강신도시 입주 때부터 '교통 악몽'
서울시 버스진입 제한정책까지 겹쳐
'골드라인' 혼잡률 285% '지옥철' 전락

김포와 검단 시민들은 앞뒤 없이 '강남 직결'만 바라고 있는 게 아니다. 왜 자신들만 서울역에 가기 위해 부천을 들르고 강남에 가기 위해 일산에 들러야 하는지 근본적인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정부가 도입한 GTX의 취지는 '수도권 외곽과 도심의 고속 연결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한다'였다. 시민들은 김포~부천선이 수도권 외곽과 외곽의 연결, 주거지와 주거지의 연결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대중교통망이 발표될 때마다 주변 집값이 급상승하는 현상은 교통불편이 삶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국가철도망계획이 확정되더라도 개통에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김포·검단 시민들은 자신의 고통을 아이들까지 겪게 할 수 없다는 심정으로 촛불을 들고 있다.
정하영 김포시장은 "정부에서 적극적인 교통 투자로 지역 간 격차를 점진적으로 줄여 모두가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야하는데 '철도망 확충이 곧 부동산가격 급등'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철도망 확충은 도대체 어느 지역에 할 수 있겠느냐"고 지역이기주의로 바라보는 시선을 반박했다.
또한 "아이가 자고 있을 때 출근해서 잠들었을 때 퇴근하는 부모들이 그저 '아이 키울 여건'을 만들어 달라 울부짖는 것이고, 비싼 서울 집값 때문에 조성한 신도시의 교통망 개선으로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해져야 청년들의 미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달말께 4차 철도망계획 확정 고시
GTX-D·김포한강선 하나라도 '희망'

박상혁 의원은 "시민들은 다른 모든 도시의 주민처럼 편안히 출근하고, 열심히 일하고, 제때 가족과 저녁을 보내는 소박한 꿈을 실현해 달라고 절규하는 것"이라 했고, 김주영 의원은 "타 도시 시민과 동일한 세금을 내는 김포시민도 교통수단이라는 권리를 누려야 한다. 이는 공정과 정의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에서 김포~용산 직결안이 불거진 데 대해 김포시 관계자는 "현재 김포지역 이동수요는 부족한 교통망을 전제로 해 (용산 등)근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교통망에 한계가 있는 지금 수요를 근거로 교통대책을 세우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며 "수도권 전체 교통혼잡 개선을 위한 미래지향적 수요예측과 선도적 철도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GTX-D의 노선 중복 지적과 관련해서는 "GTX-A, B, C도 다른 일부 노선과 중복된다"고 일축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