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매점
문학소매점 정웅 사장은 "사람들이 편의점에 가듯 문학 작품을 고르고 즐기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21.6.15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모두가 말린 개업 100일 후회 없어
개항장 거리 걷던 손님 오면 반가워
힘든 시기지만 곧 나아지리라 생각


"소설 맛집 문학소매점에 편하게 구경 오세요."

인천 개항장 거리, 중구청을 등지고 오른편에 동네 책방 '문학소매점'이 자리를 잡았다. 지난 3월 문을 연 책방명인 '문학소매점'은 우리가 매일 동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 라면이나 담배를 사러 들르는 것처럼 사람들이 수시로 문학 작품을 사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주인장 정웅(38)씨가 붙였다.

정씨가 서점을 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지난해 겨울이다. 그때까지 그는 자동차 엔진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로 일하며 서울로 출퇴근했다. 꼬박 12년을 넘게 일을 한 직장이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재미가 없어졌고 보람도 딱히 없었다. 주안역에서 서울까지 전철을 타고 하루 3시간씩 걸리는 출퇴근길도 너무 지쳤다. 그러는 와중에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시대가 도래했다.

정씨는 "이제는 내연기관이 사라지는 시대가 곧 찾아오고 엔진을 설계할 일이 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우울해졌다"며 "다른 일을 찾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 서점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계를 설계하는 것 말고는 가진 기술이 딱히 없었다. 그래서 장사를 하기로 했다. 그는 평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책을 읽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 언젠간 책방 주인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도 있었다.

제대 직후에는 대형마트 과일 코너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었다. '책'아니면 '과일' 둘 중에 무엇을 팔지 고민한 끝에 최종적으로는 책을 팔기로 결심했다.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하거나 업무로 압박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는데 그런 그가 직장을 그만두고 서점을 열겠다고 하니 가족과 주변 지인 등이 모두 말렸다. 문을 연 지 100일이 지났다. 눈코 뜰새 없이 바빴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그는 개항장 거리를 오가다 가게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책방과 책 구경을 해도 되느냐고 묻는 손님이 너무나 반갑고 좋단다.

정씨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는 와중에 책방을 열어 여러모로 힘들지만 곧 나아지리라 생각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문학소매점'을 가꿔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