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상록골프장 5번홀 티박스 주변에선 어느 날부턴가 고양이가 자주 목격됐다. 손님들과 마주치면 인사도 하고, 캐디들이 음식을 챙겨주는 그릇까지 놓여 있었던 그 주변에서 지난 4월 이상한 장면이 목격됐다.
태어난 지 3~4주 정도밖에 안 돼 보이는 어린 고양이 주위로 까마귀가 모여 들었던 것이다. 끔찍하게도 까마귀들은 생후 얼마 되지 않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어린 고양이의 눈과 입 주위를 쪼고 있었다.
이 어린 고양이를 발견한 건 바로 화성상록골프장의 캐디들이었다. 3명의 캐디들은 고양이를 가만히 두었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에 바로 근처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상처가 깊어 입원치료가 필요했고 초진에만 20만원이 소요됐다. 졸지에 들고양이에게 목돈을 지출하게 됐지만 작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입원비를 결제했다. 작은 생명이 회복하기까지는 꼬박 두 달이 걸렸고 총 병원비는 150만원이 계산됐다.
이 비용은 화성상록골프장 구성원들이 함께 부담했다. 캐디노조위원장은 사내 게시판에 이런 사실을 알렸고 모금함이 생겼다. 직원들은 2만~3만원씩 치료비를 기탁하기 시작했다. 사장도 2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이런 사실은 평소 자주 보이던 골프장 내 고양이의 안부를 묻던 이용객들의 입소문으로 알려졌다. 어린 고양이를 구조한 캐디들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주목받을 일이 아니다"라며 얼굴과 이름을 밝히는 걸 부끄러워했다.
현재 건강을 회복한 고양이는 위탁 가정으로 보내져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캐디 A씨는 "고양이가 눈 옆을 많이 다쳐서 빛은 감지하는데 시력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부디 좋은 가정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