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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규모 매립과 간척사업 등 무분별하게 이용됐던 습지는 생태계적 가치를 넘어 자연재해 방지, 수자원 공급, 관광 등 사회경제적 기능이 조명되면서 국제적으로 보전하는 추세다. 사진은 파주 오두산에서 바라본 김포 시암리습지. 2021.6.20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국내 유일 자연하구·야생생물 서식
민물·바닷물 만나고 안보상 통제도
美 헌법 습지 보전 명시 보호정책
환경단체 "탄소 저감, 수도권 허파"
"등재 자체가 브랜드 이익 증대될 것"


람사르협약의 정식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희귀하고 독특한 습지 유형을 보이거나,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보전가치가 있는 곳을 심사해 선정한다.


장항습지 외에 나머지 한강하구 습지들이 이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게 아니다.

경기도와 한강유역환경청 등에 따르면 한강하구는 하굿둑이 설치되지 않은 국내 유일의 자연하구로, 멸종위기 1급 야생생물 5종(저어새·흰꼬리수리·매·검독수리·참수리)을 비롯해 보호가치가 높은 야생동식물이 서식·도래하는 국내 가장 큰 하구습지다.

김포와 파주 쪽의 경우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이면서 안보상 민간인의 접근이 엄격하게 통제돼 뛰어난 생태계와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버려진 땅으로 인식해 대규모 매립과 간척사업 등 무분별하게 이용됐던 습지는 이 같은 생태계적 가치를 넘어 홍수 및 해일 등 자연재해 방지, 지하수 등 수자원 공급, 관광 등 사회경제적 기능이 빛을 발하면서 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발로 인해 6개주 습지의 85%, 22개주 습지의 50%가 손실된 미국은 헌법에까지 습지 보전을 명시해 보호·복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도내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김포지역 한강하구는 서울 근교 입지와 빼어난 조망 때문에 합법을 가장한 난개발이 늘 도사리고 있다"며 "습지의 중대한 가치는 탄소저감 효과로, 수도권의 허파인 이곳을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보호하는 건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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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를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가 김포 시암리습지 인근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광경.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매년 3천여마리가 월동했으나 갈수록 개체 수가 줄고 있다. 2021.6.20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제공

조종술 한강하구살리기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군사보호법이나 문화재법 규제가 훨씬 강한데도 주민들 사이에는 습지보호법으로 인해 재산권이 또 침해당할 거라는 의식이 굳어졌다"며 "고양시는 5년 전부터 시민사회단체·시의회와 함께 꾸준히 주민들을 설득해 왔는데 김포는 그런 활동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등재가 되면 람사르의 생태 자체가 농산물 등 지역경제 브랜드가 되고, 인천·김포국제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상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는 등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이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랜 기간 한강하구 습지의 람사르 등재를 추진해온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장항습지는 수변공간을 제외한 약 60% 면적이 육지화의 증표인 버드나무 군락인데 반해 한강하구 다른 습지들은 자연 그대로의 우수한 생태환경이 순환돼 보전가치가 더 높다"면서 "앞으로 지역마다 따로 등재를 시도한다면 '한강하구에 이미 람사르습지가 있는데 왜 또 하느냐'는 반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남은 습지들은 반드시 동시 등재하고 장기적으로는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을 염두에 둔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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