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인터뷰 김창환 극단메카네 대표11
김창환 극단 메카네 단장이 수원에서 유일한 민간 소극장인 소극장 울림터에서 대본을 들고 있는 모습. 극단 메카네는 올해 첫 장기공연으로 대학로 연극 '최고의 사랑'을 선보인다. 김 단장도 배우로서 무대에 설 예정이다.

시민 프린지로 활동 창단공연… 40여개 작품 '무대' 온라인 카페 회원 800명 육박
수원 유일 민간 소극장 '울림터'에 피땀 쏟아… 매년 적자 사비로 메우는 형편
지역 7개 극단 의기투합 연합회 만들었지만 공연 홍보는 쉽지 않아 '각자도생'
취미·전문팀으로 나눠 운영… 첫 장기공연 작품 '최고의 사랑' 배우로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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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사람들과 같이 연극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는 어느 프로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창환(51) 극단 메카네 단장은 35년 차 직장인이자 30여 년 넘게 연극을 하면 살아온 연극인이다. 독서, 낚시, 수집 등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던 그는 회사에 입사하고 직장 내 연극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연극을 처음 접하게 됐다.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기도 하고, 연출을 맡아 공부도 하면서 어느새 연극의 재미에 푹 빠지게 됐다.

지금은 그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 연극. 김 단장이 말하는 연극의 매력은 바로 '창조주'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있었다.

김 단장은 "배우로서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글로 쓰인 것을 실제로 표현한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며 "연출을 시작한 뒤로는 하나의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살면서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얼마나 있겠냐"며 "연극이라면 충분히 인생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좋아진 연극이었기에 직장 내에서의 동호회 활동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다. 한번 공연을 하려면 3~4개월가량 준비해야 하는데 모든 사람에게 연극이 우선될 수는 없었다.

김 단장은 "조직 안에서는 생각이나 사고가 어떻게 보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좀 더 다양한 직군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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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으로 연극을 접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김 단장은 뜻이 맞는 지인 5명과 함께 '극단 메카네'를 만들었다. 마침 구성도 연출과 작가, 배우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있었다. 연극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었던 김 단장의 꿈이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2013년 5월 시민 프린지(수원연극축제 시민참여 프로그램)로 첫 공식 활동을 시작한 극단 메카네는 그해 12월 '돼지사냥'이란 작품으로 창단 공연을 했다.

소수의 인원으로 시작한 극단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카페 회원만 800명 가까이 늘었고, 실제로 연극무대에 서는 단원이 50명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

수원뿐 아니라 안양, 오산, 안산, 평택, 천안까지 경기 남부 일대 연극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또 지금까지 40여 개의 작품을 할 만큼 매년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왔다.

김 단장은 "전문배우를 양성하는 집단은 아니지만, 연극을 계속해서 탐구하고 전문가로 나아갈 수 있는 곳"이라며 "그런 꿈을 가진 사람들이 왔기 때문에 잘만 훈련되면 충분히 좋은 공연을 만들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극단 메카네 하면 '소극장 울림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소극장 울림터는 현재 수원에서 유일한 민간 소극장이다. 이 역시 김 단장의 땀과 눈물이 들어간 곳이다.

메카네는 극단을 창단한 이후 한동안 연극을 올릴 극장을 찾아다녔다. 큰 극장은 대관하는 데에만 많은 예산이 들었고, 그만큼 관객이 찾지 않았다.

그러다 수원시민소극장이 생기면서 그곳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됐다.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터라 지역의 많은 소규모 극단들이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시립 미술관이 들어서기 전 임시로 운영되던 곳이었던 만큼 이 소극장과의 행복한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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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단장은 결국 "소극장을 만들자"고 단원들에게 주장했다. 당시 창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극단인 데다 극장을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 되겠느냐는 단원들의 반대도 있었다.

자금을 끌고 오기 힘들었던 상황이라 김 단장은 사비를 털었다. 이러한 김 단장의 의지에 극단 단원들도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냉장고·에어컨 등 설비들도 기증받았다.

김 단장은 수원의 소극장이 모여있던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발품을 팔아가며 적당한 소극장 자리를 찾았다. 무더웠던 2015년 여름, 겨우 구한 공간이 바로 지금의 소극장 울림터이다.

단원들과 함께 직접 벽을 뚫고 극장 디자인에도 참여하며 힘들지만 그들의 보금자리와 같은 소극장을 만들어 냈다. 결국 지금의 소극장 울림터는 지역의 극단들에도 꼭 필요한 공간이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소극장과 극단을 함께 수익을 내며 이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역 내 유일한 민간 소극장이지만 지원을 받기도 어렵다. 여전히 적자는 사비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보다 더 김 단장이 안타까워하는 것은 '홍보'이다.

수원의 연극 역사는 뿌리가 깊지만, 지금의 작은 극단들에는 공연할 기회가 예전보다 더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현재 수원의 극단 중 7개의 극단이 의기투합해 수원극단연합회를 만들었다.

2015년부터 페스티벌을 열기 시작했고, 매년 장르별로 준비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지만 홍보할 길은 쉽지 않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소수정예로 운영되는 극단은 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어려운 것이 홍보"라면서 "보고 싶어도 어디에서 어떤 공연을 하는지 몰라 못 찾아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원의 극단들이 공연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 환경이 갖춰져야 하는데, 각자도생하고 있다"며 "홍보가 가능한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극단들이 참여할 수 있고, 시민들도 어떤 극단이 어떤 공연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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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극단들이 지원에 목마를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김 단장은 "제작지원 사업에 신청하고 운 좋게 선정이 되면 지원금을 받아서 공연하는 극단이 대부분이다"라면서 "더 많은 극단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지원금을 나누기 때문에 작품의 퀄리티를 살리고 보장하기 위한 지원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의 지원은 극단이 자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 극단 스스로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극단 메카네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김 단장은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지난해부터 극단이 시스템화되면서 인원도 늘고 있다"며 "안정이 되면 장기공연 팀을 조금씩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극단 메카네는 취미로 즐기는 팀과 연극에 집중해 전문적으로 하는 팀으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전문팀은 장기공연에 투입될 예정인데 극단 메카네의 첫 번째 장기공연 작품은 '최고의 사랑'이다.

감성연극으로 대학로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인 최고의 사랑은 8월부터 올해 말까지 주말마다 소극장 울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김 단장 역시 배우로서 무대에 선다.

김 단장은 "이후에는 주말만 하는 장기공연을 평일까지 연장할 계획이고, 3년 뒤에는 장기공연 작품을 두 개 정도 만들어 교차 공연을 해보고 싶다"며 "연극 하고 싶은 사람이 계속해서 연극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취미생활로 시작한 연극이었지만, 그에 대한 열정과 사랑만큼은 대단하다. 김 단장은 "걸어 다니지 못할 때까지 연극을 하고 싶다"며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웃어 보였다.

글/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사진/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 김창환 단장은?

-1988년 11월 연극 쥐덫 배우 데뷔

-1992년 7월 연극 궁물 있사옵니다 연출 데뷔

-2013년 극단 메카네 창단

-2015년 수원극단연합회 발기인

-2016년 소극장 울림터 개관

-60여 편의 연출 및 배우 출연


-전 극단 성전 상임 연출가

-극단 메카네 대표 및 상임 연출가

-한국근로자문화예술인협회 부회장

-한국생활연극협회 경기남부 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