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 40년된 '수도권정비법' 근간
청년고용 등 세액공제 낮게 책정
국내 복귀 특별감면 아예 못받아
최근 10년간 'ODI' FDI 2배 압도
매년 일자리 4만9천개 유출 분석
"수도권 규제가 국가 경쟁력 약화"
40년 가까이 된 수도권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도시권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 발맞추고,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수도권 규제에 대한 총체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수도권 중기에 유독 가혹한 '규제'
정부는 고용을 증대시킨 기업에 대해선 세액을 공제하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중소기업의 경우 비수도권에 비해 공제액이 적다.
수도권 중소기업이 청년 등 상시근로자를 늘릴 경우 1명당 1천100만원의 세액을 공제받는 데 비해 비수도권은 1천200만원이 적용되는 것이다.
상시근로자가 아닌 청년 고용을 늘릴 때도 수도권 중소기업은 700만원, 비수도권은 770만원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고용 창출은 전국적인 현안이지만, 유독 수도권의 중소기업만큼은 인센티브가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셈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 감면도 수도권엔 해당하지 않는다.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에 대한 세액 감면 혜택도 수도권에선 받을 수 없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투자에 대한 조세 감면 배제 규정도 수도권에 대한 차별적 조항으로 손꼽힌다.
이런 조항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을 근간에 두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유도해 수도권을 질서 있게 정비하고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1982년 제정됐다. 제정 이후 40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면서 법 제정 당시엔 생각지 못했던 상황들도 발생하고 있다.
■ 시대 변화 따라가지 못하는 '법'
대표적인 게 창업 중소기업에 대한 조세특례법 조항이다. 이 조항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에 창업이 덜 이뤄질 수 있도록 세액 감면 인센티브를 줄였다.
인천 지역은 구도심 대부분이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 있다. 지자체에선 구도심 활성화 대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창업 대책도 이 중 하나다.
하지만 구도심에 창업할 경우 세액 감면 인센티브를 신도심인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비해 덜 받게 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과밀억제권역이 아닌 성장관리권역이라, 세액 감면 인센티브가 정상적으로 주어진다.
인천 지역 IT와 바이오 분야 등의 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지역 대기업 등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잦은 것도 문제지만, 전문 분야 인력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대학의 학과 신증설 제한이 이런 전문 분야 인력난의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학과 신증설의 한계로 전문 분야 인재 양성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인천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시대에 맞지 않는 차별적인 법이 수도권 구도심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인천 지역 기업들의 고용 창출과 투자 동력을 잃게 하는 셈이다.
■ 수도권 규제에 기업들은 '해외로'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제조업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를 크게 압도하면서 일자리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이 기간 제조업 ODI(해외직접투자)는 연평균 12조4천억원에 달했지만, FDI(외국인직접투자)는 절반도 안 되는 4조9천억원에 불과했다.
제조업의 직접투자 순유출액이 연평균 7조5천억원 발생해 일자리가 직간접적으로 매년 4만9천개 유출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원 측 설명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유정주 기업제도팀장은 "40년 전 상황에선 수도권을 규제하면 기업이 지방으로 간다는 전제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지방 대신 해외로 가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수도권 규제를 ODI와 FDI 간극이 벌어지는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했다.
■ 40년 된 수도권 규제, 지속해야 하나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40년 가까이 된 수도권 규제의 지속 여부를 고민해볼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 표 참조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는 "수도권이 국가 경쟁력에 있어서 가장 큰 기지로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데, 수도권 규제는 이 기능을 약화시키고 경제 성장의 전체 파이를 줄이게 된다"며 "영국과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대도시권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균형발전이라는 구도에 갇혀 수도권의 경쟁력 향상 노력을 포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고 했다.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대도시권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인천을 비롯한 국가 전체 경쟁력을 저해하는 낡은 규제일 뿐"이라며 "수도권 규제는 기업들의 산업 입지와 인재 육성을 제한해 4차 산업시대 글로벌 경쟁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도 수도권 규제를 폐지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을 전면 개정해 수도권과 지방이 공생 공존하는 백년대계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