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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구 교수┃도시인구 4500만, 급속히 증가… 신·구 도심 공공시설 불균형 해소 위해 시작
박인규 센터장┃주민 역량 함께 키워 가는 것… 화단 가꾸고 벽화 그리는 단계는 뛰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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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심폐소생술과 비슷하다. 도시의 숨이 끊어지지 않도록 급한 대로 마중물 공간을 짓는 등 응급 처치를 하는 것과 같다. 일단 숨을 붙여 놓고, 도시가 소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목적이다.

정부는 5년간 50조원을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투자해 전국 500곳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며, 일자리까지 창출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구도심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곧 변화가 생길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사업 후반기에 접어든 지금, 화려한 포장지를 뜯어보니 정작 내용물은 빈약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두겠노라고 자신했던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전문가들 역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불완전성'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도시재생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홍경구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한국의 도시화 과정에서 비롯한 구조적인 문제를 거론하며 도시재생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1960년 약 1천만명이었던 우리나라 도시 인구는 2010년이 되면서 약 4천500만명으로 늘었다. 50년 동안 3천500만명을 도시에 수용한 것"이라며 "부산시 인구(350만명)를 수용할 도시를 5년 주기로 2010년까지 계속 만든 셈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도시에 도로나 학교, 공공시설 등 소위 기반 시설이 제대로 조성될 수 있었을까. 굉장히 불가사의한 일"이라고 전했다.

홍 교수는 이어 "적어도 이런 배경을 가진 구도시와 신도시 사이 공공시설의 불균형은 해소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사업이 도시재생"이라며 "낙후한 많은 도시 중에 도시재생 사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곳을 선별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공동체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서 의미가 있다고도 평가했다.

홍 교수는 "지금은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자 주민들이 모였지만, 예산이 전부 소진되고 사업 기간이 끝나면 주민들이 다시 흩어질 수 있다"면서도 "뉴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주민들은 공동체에 대해 고민해 볼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번 계기로 우리가 사는 공동체가 건강한지 나쁜지를 인식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규 인천광역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뉴딜 사업이 종료된 이후를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업의 성패는 도시재생의 지속 가능 여부에 달렸다고 봤다.

박 센터장은 "뉴딜 사업은 사업지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간 진행된다. 이 기간에 거점 시설을 짓는 마중물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라며 "재생사업은 마중물 사업만 가지고 가는 게 아니다. 마중물 사업과 함께 주민들의 역량을 키워 예산 지원이 중단된 이후에도 도시재생이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 센터장은 도시재생 사업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적극 반박했다.

그는 "도시재생 사업이 모두 잘 되고 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하지만 화단을 가꾸거나 벽화를 그리는 게 전부라고 말한다면 절대 전부일 수 없다"며 "도시재생 사업은 이미 그 단계를 뛰어넘었다. 거점 공간을 만들고, 마을을 관리할 주민들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글 : 김대현차장, 배재흥, 손성배기자
사진 :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김동철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박성현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