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인일보 평택항 대회 참가하며 변화
러너-길잡이 함께 달려 완주 돕는일
10월 전국대회도 경기도대표와 뛰어
"경인일보 주최 '평택항 마라톤 대회' 참가 이후 달리기에 관심이 생겼고, 뛰고 싶지만 몸이 불편해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평택 해양경찰에서 실습교육 중인 예비 경찰관이 시각장애인 마라톤 가이드 러너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를 두고 주변에서 "우리 청년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평택해경 경비함 등에서 해상 치안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이진규(26) 교육생은 2016·2017년 경인일보 주최 평택항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당시 의경 대원이었던 그는 "해양 경찰 제복을 입고 달리는데 시민들께서 제게 큰 박수를 보내주더라구요. 그래서 더 열심히 달렸어요. 자부심도 생겼죠"라고 했다.
복무를 마친 이 교육생은 대학에서 장애인 체육에 대한 특수체육학을 전공했고 선배들의 추천과 평택항 마라톤 대회의 경험을 살려 가이드 러너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해양경찰교육원에 입교, 교육 중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마라톤이나 육상경기에 참가해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며 경기 진행을 돕고 있다.
가이드 러너는 시각장애를 가진 선수와 함께 달리면서 코스를 이탈하지 않게 길잡이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서로가 신뢰하지 않으면 완주가 어려울 정도로 예민하다.
그는 "제가 처음 함께 달린 장애인 선수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서 팔다리가 계속 떨려 힘들어했던 친구였어요. 중도에 포기하겠지 생각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달리더군요. 선수가 그렇게 열심히 달리는데 가이드 러너인 제가 대충 할 수 없잖아요. 5천m를 함께 달리는데 결국 완주했죠"라고 말했다.
이 교육생은 "그 이후 제 삶이 겸손해졌고 해양경찰에 입교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약자를 돕는 해양경찰이 되고 싶고 장애인 청년들의 자립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10월 개최되는 제41회 전국장애인 체육대회 마라톤 경기에서 경기도 대표와 함께 가이드 러너로 참가키로 하는 등 함께 뛰고 호흡하는 일에 열심이다.
이 교육생은 "평택항 마라톤 대회 참가가 제 인생에 긍정적 변화를 준 계기가 됐다. 대회가 다시 열리면 몸이 불편한 친구들과 마음껏 달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