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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 원도심 소사는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도시재생 사업을 끝낸 곳이다. 잠시 정차할 곳도 없는 좁은 골목과 전깃줄, 우후죽순 들어선 다가구 빌라, 뒤엉킨 주거지와 상업지. 신도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복잡한 공간이지만 골목마다 오랜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원도심의 활기는 신도시의 셈법과 달랐다. 사진은 부천 소사본동 일원.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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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再生)은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남'을 의미한다. 그 의미 그대로 도시재생은 '생기를 잃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의 접근 방식은 조심스럽고 느리다. 기존 틀은 그대로 유지하되, 도시에 필요한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는 식이다. 그림으로 치면 원화를 살리면서 생기를 살리는 '리터치'를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 보니 돈은 돈대로 쓰는 것처럼 보여도 눈에 띄는 확실한 변화는 찾기 힘들다. 최근에는 '대문을 고치거나, 벽화를 그리는 게 도시재생이냐'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쇠퇴한 도시에 5년간 약 50조원을 투자하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무용론'과 같은 신랄한 비판에 직면했다. 도시재생은 낙후한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니 '헛돈' 쓰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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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족기능 부족·개발정책 후순위
너무 빠른 인구집중 부작용 낳아
열악한 곳 살리는 도시재생 이유


통계청에 따르면 1950년 한국의 도시화율은 21.4%였다. 도시화율이란 전체 인구 가운데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의 비율을 뜻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인구 10명 중 8명은 도시에 살고 있다. 불과 70년 만의 일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도시화는 1970~2000년 사이 30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한국의 도시화율은 1970년 40.7%에서 2000년 79.6%로 거의 2배가량 뛰었다.

급속한 도시화는 두 가지 부작용을 낳았다. '만듦' 그 자체에 집중한 도시화는 각 도시에 필요한 자족 기능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또한, 새로운 도시가 계속 생겨나다 보니 이미 조성된 도시는 개발 등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불편한 교통, 허름한 주택, 모자란 주차장 면수, 상권 쇠퇴 등 구도심의 문제점은 어쩌면 예견된 결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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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 원도심 소사는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도시재생 사업을 끝낸 곳이다. 잠시 정차할 곳도 없는 좁은 골목과 전깃줄, 우후죽순 들어선 다가구 빌라, 뒤엉킨 주거지와 상업지. 신도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복잡한 공간이지만 골목마다 오랜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원도심의 활기는 신도시의 셈법과 달랐다. 사진은 부천 소사본동 일원. /기획취재팀

 

 

文정부 국정과제로 '50조 투자'
차라리 재개발이 낫다 비판론도


이런 문제를 근원적으로 풀기 위해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새 도화지에 새 그림을 그리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지역을 일률적으로 재개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법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정비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곳이 있다. 한때 뉴타운 지구로 지정됐다가 주민들이 찬반 갈등을 벌이다 지구 지정이 해제된 곳도 수두룩하다. 재개발은 또 대규모 철거 후유증과 부동산 가격 급등이라는 부작용도 노출한다.

재개발의 반대급부로 등장한 도시재생 사업은 주로 이런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기약 없이 재개발을 바라기보다 당장의 변화를 꾀한다.

지금 주민들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이고자 커뮤니티 시설을 짓고, 좁은 도로를 넓힌다. 주차장 면수를 늘리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도도 이뤄진다. 발붙인 곳에 애정이 생겼든, 수중에 돈이 없든, 어떤 이유로든 낙후한 도시에도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시재생 사업은 주민들이 삶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고 적합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을까.

경인일보는 이 물음에 답을 찾고자 지난 한 달간 경인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취재했다. 막대한 재원을 투입한 도시재생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실제로도 대문을 고치거나 벽화를 그리는 곳이 있었고, 재개발의 요구도 존재했다.

그러나 대문과 벽화로만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세세한 도시재생만의 이야기가 분명 있었다. 재개발처럼 강렬하진 않지만, 잰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역이 가진 역사·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공간을 되살리고, 공동체에 변화를 일으키는 도시재생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한다. → 관련기사 2·3면

/기획취재팀
 

※ 기획취재팀
글 : 김대현차장, 배재흥, 손성배기자
사진 : 김금보, 김도우기자
편집 : 김동철차장, 장주석기자
그래픽 :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