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연구원·부장·원장 타이틀… 수장 취임 5개월후 국내 첫 확진
검사 하루평균 1500여건 진행… 지난해 불가능하다 싶은 4천건 소화
'자가격리 해제 전 추가 검사' 인천서 시작·기관 유기적 연결도 한 몫
시민의 삶 기본적인 안전 확보 목적… 존재 드러나는 '위기' 없었으면
300만 인천시민의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도맡은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권문주 원장을 만나기는 인천시장 만나기보다 더 엄격한 것 같았다. 코로나19 방역의 가장 중요한 고리인 '양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 '절대 뚫려선 안 되는' 그 기관의 수장을 만나는 일이니 당연했다.
지난 28일 오전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들어가기 전 연구원 직원에게 안내받아 1층 별도 공간에서 검체를 채취해 자가진단 키트로 양성 여부를 우선 확인하고, 정확한 판단을 위한 PCR(유전자증폭) 검사까지 진행했다. 30분 후 자가진단 키트로 '음성'임을 확인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원장실로 올라갔다.
건물 계단은 검체 검사를 맡은 직원만 쓰도록 해 외부인과 동선을 떨어뜨렸다. 기자가 머물던 공간은 떠난 즉시 손잡이까지 소독했다. 인터뷰를 마친 이날 오후 PCR 검사 결과도 '음성'이라고 통보받았다.
투명 칸막이 너머로 인사를 나눈 권문주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은 "인터뷰하지 않으려 했는데,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응했다"고 운을 뗐다.
2019년 8월 취임한 권문주 원장은 5개월 후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하고부터 1년 6개월 가까이 '24시간 검사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다. 1988년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연구사로 입사한 그는 연구원의 첫 여성 연구관, 첫 여성 부장, 첫 여성 원장 타이틀을 갖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 검사는 얼마나 많이 했나요.
"지난해 누적 검사는 약 15만건이고, 올해는 6월 말 기준으로 26만건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지난해 검사 건수를 훌쩍 뛰어넘었는데, 그만큼 코로나19가 훨씬 심각해졌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에는 하루평균 1천500여 건의 검체를 검사하고 있고 많을 때는 3천여 건도 합니다. 지난해 집단 감염이 확산할 때는 하루 4천건도 했는데, 불가능하다 생각할 정도를 하루에 해냈어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전국 공공기관 중에서 검사량이 가장 많은 기관입니다. 숫자만 갖고 비교할 순 없지만, 검사 건수가 많다는 게 좋은 쪽으로 얘기되고 있는데 직원들한테는 굉장히 미안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매일 접수되는 검체들의 역학 정보를 분류해 추세를 파악하고, 매일 실험실에서 확인되는 양성 검체의 역학 정보를 통해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확인하고, 인천시와 보건 당국 등에 빠르게 상황을 전달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과가 됐습니다."
-24시간 검사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15~16명의 검사 인력이 근무하다가 지난해 12월 인력이 확충돼 현재 25명이 검사에 투입됩니다. 군·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채취한 검체는 각 보건소 이송팀이 보건환경연구원에 역학 정보를 포함한 검사를 의뢰하고, 연구원 실험실에서 신속하게 검사합니다.
동시에 연구원 상황반은 검체 정보를 정리해 문서화하고, 실험실이 5~6시간 후 양성 여부를 판정하면 그 결과가 인천시 상황실로 전파됩니다.
인천시 상황실은 곧바로 보건소에 전파해 조치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동시다발적으로 급박하게 진행됩니다.
심야에도 실험실 근무자 2명을 유지하면서 지역 병원 등에서 오는 유증상 긴급 검체와 확진자 접촉 긴급 검체를 검사합니다. 24시간 비상 대응 체계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부터 시작해 계속 보완하는 과정에 있었고, 코로나19 때 상시 24시간 체계로 전환했습니다."
-직원들 노고가 상당한데, 피로하지 않나요.
"우리 직원들의 노고에 대한 이야기는 원장으로서 참 마음이 무겁습니다. 미안한 마음과 자랑스러운 마음이 교차합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공직자로서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작고 큰 개인의 희생이 따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시민들이 지지와 동참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길 바랍니다.
코로나19 유행이 이 정도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고, 비상 시스템으로 버티던 검사 체계에 엄청난 하중이 폭발적으로 가해진 지난해 하반기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우리 직원들이 지금은 지난해 가을을 회상하면서 우스갯소리로 '민란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고 합니다.
교대 근무 개념도 없이 수시로 일하면서 업무 특성상 외부인을 만나는 등의 개인 생활은 거의 포기해야 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신체적 건강은 물론 정신적 건강까지 좋지 않은 상황이 있었습니다. 끈끈한 동료애로 버텼습니다. 다행히도 인천시가 지난해 12월 인력을 확충해서 상황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인천은 수도권이지만, 인구 대비 확진이 적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재난에는 과하게 대응해야 시민이 행복해진다는 박남춘 인천시장의 원칙에 따라 인천에서 선제적인 조치를 많이 발굴했습니다.
일례로 지난해 초 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자가격리 해제 전 추가 검사를 인천시가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유학생 등이 국내로 돌아오면서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시행했는데, 실제로 확진자를 찾았습니다. 이후 정부가 지침으로 의무화했고요.
지역사회 방역을 총괄하는 인천시 방역 담당 부서, 환자를 관리하는 지역 보건소, 검사기관인 보건환경연구원이라는 3개의 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움직여야 하는데, 인천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연결이 잘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신규 인력 확충도 절차대로라면 실제 검사 현장에 투입되기까지 1년이 걸리는데, 인천시가 경력 채용 방식으로 전국적으로도 빠르게 인력을 공급해 숨통이 트였습니다. 신종감염병과 등 연구원 내 전담 조직 설치도 한걸음 앞섰습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전염병 검사만 하는 기관이 아니죠.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코로나19 등 질병에 대응하는 '질병연구부', 먹거리 안전을 담당하는 '식약연구부', 미세먼지 등에 대응하는 '대기환경연구부', 해양 수질 등을 분석하는 '물환경연구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동물 질병을 다루는 '동물위생시험소' 등 5개 부서로 구성합니다.
시민의 삶에 기본적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존재하는 연구기관입니다. 주어진 역할은 사회 기본 인프라를 유지하는 것이라서 많은 분이 알진 못합니다. 오히려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야 그 존재가 드러나므로, 가능하면 드러나지 않아야 살기 좋은 사회라는 아이러니한 측면도 있고요.
제가 입사했을 당시만 해도 환경 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진 않았는데, 지금은 미세먼지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연구원이 다루는 주제가 발생하면 사회 재난으로 규정되곤 합니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으로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권문주 원장은?
- 1965년생
- 1988년 11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입사
- 2006년 6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해양조사과장
- 2015년 3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질병조사과장
- 2017년 2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 질병연구부장
- 2019년 8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