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과천시장, 사유 제한 주장
"정부 반대 책임 묻는건 옳지 않아"
김황식 前 하남시장도 헌법소원 청구
헌재·지방자치법학회는 부적절 의견
인구규모 따라 차등 적용 '개정 추진'
갈등 '도화선'… 지역 성찰·교육 중요
문재인 정부는 주민소환제를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과 묶어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지방자치 실현에 주민소환제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자치단체장들은 이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적이다.
지난달 30일 주민소환투표를 겪은 김종천 과천시장은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주민소환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소환 사유의 제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중앙정부 정책 반대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제도의 입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입법 목적은 '지방자치의 책임성 제고'이지만 강정마을 해군기지나 창릉신도시, 8·4대책도 자치단체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다"라며 "과천과 같이 규모가 작은 자치단체의 경우 사유를 제한하지 않으면 주민소환으로 상당히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2007년 제도가 시행될 때부터 등장했다. 김황식 전 하남시장은 광역화장장 추진으로 자신에 대한 주민소환이 추진되자 '주민소환의 청구사유를 제한하지 않아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확인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김 전 시장은 또 당선자를 선택한 다수 유권자의 권리를 소수의 반대 유권자가 침해할 수 있음도 평등권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주민소환제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절차로서, 대표자에 대한 신임을 묻는 것으로 그 속성이 재선거와 같아 그 사유를 묻지 않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헌재는 청구사유를 제한하는 경우 정치를 사법기관에서 심사하게 될 것이어서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도 전달했다.
지방자치법학회가 발간하는 지방자치법연구 제16권 4호(2016년)에 실린 김상현의 '주민소환투표청구의 대상과 사유에 관한 연구' 역시 소환청구 사유를 제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논문은 "주민소환제도는 신뢰를 잃은 선출직 지방공직자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고자 하는 제도이지,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위법·불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묻고자 하는 제도가 아니"라며 "주민소환제가 정략적으로 악용되었다 하더라도 (주민소환성공이 단 2건으로 매우 적어) 주민들의 자정작용으로 극복되고 있다는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주민소환제 개정은 이러한 배경으로 주민들의 정치참여 실효성을 높이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소환 청구 요건을 지자체 인구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했다. 고양시 사례처럼 규모가 큰 자치단체장은 사실상 주민소환에서 배제되고 규모가 작은 과천시 같은 자치단체만 주민소환제가 청구됐던 불평등을 바로 잡기 위해 청구요건을 인구 규모로 차등 적용한 것이다.
또 서면으로 받아야 했던 청구인서명은 전자서명을 허용하고 서명요청 활동도 전화, 문자메시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할 수 있어 예전보다 청구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소환투표 개표요건도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1에서 4분의1로 완화한다.
그럼에도 주민소환투표는 지역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에 배재대 정연정 행정학 교수는 2007년 주민소환제가 시행되던 당시 절차만으로는 주민소환제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문화된 소환방식과 절차만으로는 주민소환의 부정적 결과를 방지하기 어렵고, 지역 스스로의 성찰과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환을 위해 필수적인 민주적 소양과 절차정립이야말로 현재 우리 지방자치가 안고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과천/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