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시' 수원 시민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다. 오는 2022년 1월 특례시가 되는 인구 100만 도시 네 곳 중 하나가 수원이다. 하지만 막상 누가 '특례시가 그래서 뭔가요?'라고 묻는다면 쉽사리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광역시도, 기초시도 아닌,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지자체 명칭인 까닭이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 행정적 지위를 가지면서, 광역시에 버금가는 행정·재정 자치 권한을 행사하는, 일반 시와 차별화되는 법적 지위를 부여받는 새로운 지방자치단체 유형이다.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의 중간 형태쯤으로 볼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아리송하다. 특례시 이전과 이후는 어떻게 다를까. 이 생소한 명칭과 시민들의 간극을 메우는 데 매진하는 사람이 있다. 수원 특례시 참여본부의 본부장으로 시민 사회와 부단히 소통하는 유문종 본부장이다. 
수원 시민이 만드는 '시민헌장'

'수원2049 시민연구소'에서 수원 시민들과 함께 도시 문제를 발굴하고, 머리를 맞대 숙의해오던 유문종 소장이 수원 특례시 참여본부를 발족한 건 지난 4월이다. 유 소장에게 참여본부 출범 계기를 묻자 "수원 특례시의 미래는 시민들에게 달려있다"며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결과"라고 답했다.

'시민헌장' 사업은 수원 특례시 참여본부의 대표 사업이다. 수원 시민들이 직접 수원 특례시하면 떠오를 법한 키워드 5개를 꼽고,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30개 정도의 단어를 모아 문서화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특례시의 사업을 하나둘 모아 수원시와 수원시의회에 직접 제안하겠다는 구상도 있다. 유 소장은 "수원 역사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만드는 것도 좋지만,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면 '주민자치'라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조금이나마 실현할 수 있다"고 시민헌장 추진의 배경을 밝혔다.

부당하게 대우받던 과거와의 '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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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가 특례시로 거듭나는 것을 유 소장은 "인구 100만 도시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한 수원이 이제야 정상적인 대우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례시가 되면 기초지자체라는 행정적 지위엔 변화가 없을지라도, 수원시가 가지게 될 권한과 업무가 확장돼 인구 100만 규모에 합당한 대우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복지서비스는 수원 시민들이 체감할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가운데 하나다. 각종 복지 혜택의 수급 여부를 두고 소득과 재산을 따지는데, 수원시는 공제 대상인 '기본 재산액'이 적어 많은 시민들이 수급 문턱에서 좌절한다.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도시' 등 도시 규모별로 금액 공제액에 차이가 있는데, 지금껏 수원시는 '중소도시'로 분류돼 대도시보다 기본 재산액이 낮게 책정돼왔다.


가령,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를 선정할 때, 광역시도에 살게 되면 6천90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지만, 수원시는 중소도시로 분류돼 4천200만원을 공제받아 실제 평가받는 재산액에서 차이가 있었다. 유 소장은 "수원 인구가 울산, 광주 등 광역시도를 넘어섰지만, 인구 5~10만 명 기초지자체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는 건 역차별"이라며 "특례시가 되면 불합리했던 복지 산정 기준의 변화를 시민들이 먼저 체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서비스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유 소장은 "100만 인구 수원시의 행정력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지만, 경기도가 권한을 쥐고 있어 번거로운 과정과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게 많다"고 했다. 토지 수용절차가 대표적이다.

수원 인구가 울산, 광주 등 광역시도를 넘어섰지만,
인구 5~10만 명 기초지자체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는 건 역차별
특례시가 되면 불합리했던 복지 산정 기준의 변화를 시민들이 먼저 체감할 것

지자체가 공공 재개발 등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때, 개인의 땅을 불가피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권한을 쥔 게 토지수용위원회다. 하지만 이 권한이 경기도에 있어, 허비되는 시간과 인력 낭비가 많다는 게 유 소장의 설명이다. "토지 수용 절차가 6개월을 넘기기도 해, 수원시로선 발을 동동 구르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은데, 이로 인한 주변 땅값 상승 등 피해는 늘 시민들의 몫이었다"며 유 소장은 특례시가 되면 이 같은 권한을 수원시가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례시가 되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유문종 본부장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 수원시에 꼭 필요한 기관 설립 권한이 현재 도에 있어,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수원시가 권한을 가진다면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발 빠른 행정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청년 일자리 사업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사업에서 광역시가 아닌 중소도시로서 수원시가 늘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유 본부장의 설명이다. 유 본부장은 "수원은 경기도가 정부로부터 받은 청년 사업의 파이를 재할당 받는 식이었다"며 "특례시가 되면 17개 광역시도와 나란히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질적 변화를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
특례시가 된다고 마냥 장밋빛 미래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전국특례시시장협의회 소속 4개 대도시(수원, 성남, 용인, 창원) 시장들이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특례시에 실질적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 특례시가 빈껍데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들은 특례시의 구체적인 행정 사무가 담긴 제2차 지방일괄이양법, 지방자치법 시행령, 지방분권법 등의 개정을 촉구했다. 실제 이 법들이 구체화돼야만 앞서 열거한 변화들도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다. 유문종 본부장이 안타까워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필요에 따라 중앙정부와 국회가 특례시법을 마련했으면 특례시가 권한을 활용할 수 있게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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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필요한 건 수원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다. 유 본부장은 "염태영 수원 시장을 필두로 특례시를 7~8년 전 처음 꺼냈을 때 특히 50만 미만의 중소도시의 반발이 상당했다"면서 "수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연대가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했다. 특례시란 새로운 실험을 두고, 수원시의 앞날은 여전히 예측이 어렵다. "시민들이 지혜롭게 목소리를 모아, 참여하고 촉구하고, 쟁취해야 한다" 유 본부장이 수원 시민들에 전하는 당부 메세지다.


글/조수현 수습기자 joeloach@kyeongin.com
사진/김동현기자 kdhi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