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섭 인천시설공단
인천 중구 영종도 송산공원에 인천시설공단이 설치한 맹꽁이 생명길 옆에 서 있는 윤우섭 주임. 2021.7.18 /인천시설공단 제공

장마철 새끼 수백마리 구조 경험
올 보고후 설치… 환경보호 동참
영종 공원내 '보호종' 안내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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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 '맹꽁이'는 원래 장마철 저지대 습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인천 지역 곳곳에서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맹꽁이가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그나마 공원에 조성된 습지 등에서 간신히 살아가려 하지만, '로드킬'을 당하거나 인간이 만든 구조물을 넘지 못해 말라 죽어가고 있다.

인천시설공단 윤우섭(32) 주임은 지난해 3월 영종공원사업단으로 발령된 이후 중구 영종도 송산공원 등지에서 맹꽁이가 많이 서식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한다.

윤우섭 주임은 그해 장마철 인천녹색연합으로부터 송산공원에서 맹꽁이 새끼 수백 마리가 한 뼘도 채 되지 않는 도보 턱에 막혀 뜨거운 햇볕에 노출돼 죽어간다는 제보를 받았다.

윤 주임은 "현장에 나가 1시간 30분가량 맹꽁이 새끼 429마리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며 "함께 있던 분은 맹꽁이가 태어나자마자 본 세상은 지옥이었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윤 주임은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아서 걱정이 컸다. 맹꽁이가 안전하게 숲과 습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공간 구조를 바꿔야 했고, 인천녹색연합과 협의해 맹꽁이들이 도보 턱을 넘을 수 있도록 매트를 깔아줬다.

윤 주임은 "매트는 임시 조치라서 영종공원사업단장에게 보고하고 협의해 올해 맹꽁이 생명길을 설치했다"며 "지난해부터는 맹꽁이들을 숲으로 보내주는 환경단체 구호 활동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주임의 노력으로 인천시설공단 영종공원사업단은 맹꽁이뿐 아니라 영종도 내 흰발농게, 알락꼬리마도요 등 멸종위기종 보호 안내판을 씨사이드파크 등 관할 공원에 설치했다. 안내판에는 시민이 야생동물 구조를 요청하거나 의견을 낼 수 있는 QR코드를 표기했다.

또 인천시설공단은 멸종위기종 서식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시민모니터링단 운영도 지원하고 있다. 윤 주임은 매달 한 번 흰발농게 서식지에서 해양 쓰레기를 치우는 활동을 기획해 공단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윤 주임은 "사람 편의를 위한 시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사람뿐 아니라 야생동물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만약 혼자였다면 멸종위기종 보호 활동을 잘 해내지 못했을 것 같다. 사람과 단체, 기관이 함께한다면 공존하며 살아가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