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무주택 1015명 설문
10명중 6명 매매·청약으로 마련
부모 통한 자금조달 16.7% 불과
'소득의 50%~80% 저축' 23.2%
43%나 "집값 높아 내 집 못살 것"
절반 넘게 '부동산정책 역할 못해'
5년 안에 내 집을 마련하려 월급의 절반 이상, 많게는 80%를 저축하고 있지만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불안정한 수입으로 미래는 불투명하다.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정책은 효과적이지 않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 없어 오로지 저축과 대출에 의존해 집을 사야 하는 현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부동산 자화상이다. 지난 8일부터 17일까지 경인일보 페이스북을 통해 'MZ세대 부동산 인식조사'를 했고, 모두 1천15명의 2030세대가 응답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과열된 부동산 경기는 지난해부터 오늘까지도 용암처럼 끓어오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더 늦으면 집을 살 수 없다는 '패닉바잉'(공황구매)으로 수많은 MZ세대가 부동산 전쟁에 동참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30세대의 전국 아파트 매수 비중은 31.4%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패닉바잉은 특히 경기도·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두드러졌다. 2030세대의 경기·인천 부동산 매입은 지난 2019년 5만260건에서 지난해 10만3천635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아직 집을 구매하지 못한 2030세대가 이번 인식조사의 대상이 됐다.
응답자 중 '내 집 마련 계획이 있다'는 사람이 10명 중 8명이 넘었고, 이들의 절반 이상은 향후 5년 내에 집을 구매할 계획이었다. 집을 구매하는 방법으로는 10명 중 6명이 매매를 꼽았지만, 청약을 통해 분양을 받겠다는 응답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매매와 청약으로 살 만한 집을 구해도 자금 조달이 문제로 떠오른다. 부모를 통해 부동산 구매 재원을 구하겠다는 응답은 16.7%에 불과했고 대다수가 저축 혹은 대출이 필수라고 봤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 대비 얼마를 저축하고 있냐는 질문에 소득의 50~80%를 저축하고 있다는 응답이 23.2%에 달했다.
그럼에도 2030세대의 절반 이상이 저축액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소비를 억누르고 저축을 택했지만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보지 않는다. 응답자의 43%는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아서 결국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년의 불안정한 소득(19.6%)도 내 집 마련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정책이 '주거 사다리' 역할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응답이 절반이 넘게 나왔다.
한 응답자는 주관식 답변을 통해 "부모는 가진 게 빚 뿐이며 사회의 편견 가득한 장애인 형제를 둔 가난한 흙수저 사회초년생으로 앞으로 어디에서 살아야 할지 정말 막막하고 답답할 따름입니다. 나의 자식은 이 땅에서 나처럼 힘들게 절대 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결혼과 출산 계획 모두 없습니다"라고 썼다. → 그래픽 참조·관련기사 3면([경인 WIDE] 30대 무주택자 "결혼하는 사람들만 우대하는 건 잘못됐다")
/신지영·김준석·이여진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