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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모임 등 여름 행사땐 단골 등장
고려때 개성에서 첫 재배 기록 남아
갈증 없애주고 해독… 열량도 낮아
한신협_로고



  

1970년대 농산촌이 고향인 사람들은 한여름 밤 초가집 앞마당에서 덕석(짚으로 새끼를 꼬아서 직사각형이나 네모나게 짠 돗자리의 일종)을 깔아 놓고 온 가족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달덩이 같은 수박을 쪼개 먹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하고 산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은 양도 많아서 큼직한 한 통을 자르면 온 식구가 실컷 먹을 수 있다. 당시에는 주전부리가 귀했던 시절이어서 수박 몇 통을 마을에 선물하면 동네 어르신들의 인심까지도 후하게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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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수박. /양구군 제공

지금은 범법행위(?)지만 당시에는 수박 서리도 흔한 일이었다. 동네 형이나 친구들과 모여 강가에서 정신없이 멱(물놀이)을 감다가 허기지면, 외진 수박밭에 들어가 주인 몰래 몇 통 따서 배고픔을 채우기도 했었다. 원두막 주인아저씨가 수박 서리를 모를 리 없었겠지만,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간 듯하다.

여름방학 때마다 외갓집에 가면 외할머니가 스테인리스 그릇에 수박을 먹기 좋게 썰어 넣어 해주시던 시원하고 달달한 수박 화채를 먹던 추억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처럼 수박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린 시절 한두 가지 이상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대표 과일이다.

평소에도 즐겨 먹지만, 예나 지금이나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 모임이나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수박이다. 수박은 남아프리카 열대, 아열대지역 초원지대가 원산지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수박이 도입된 것은 허균이 지은 조선시대의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고려를 배신하고 몽고에 귀화해 고려인을 괴롭힌 홍다구(洪茶丘)가 처음으로 개성에 수박을 심었다고 한다.

수박은 한방에서 갈증을 없애주고 해독하는 효능이 있고, 간염, 담낭염, 신염(腎炎)과 황달을 치료해주고 혈압을 내리는 작용을 한다고 기록됐다.

동의보감에서는 수박의 효능을 '번갈과 더위 독을 없애고 속을 시원하게 하며 기를 내리고 오줌이 잘 나가게 하고, 혈리(血痢·혈액이 섞인 설사를 일으키는 병)와 입안이 헌 것을 치료한다고 한다. 수박은 열량이 매우 낮아서(100g당 30㎉) 체중 조절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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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수박. /양구군 제공

양구수박, 13~14브릭스 '上品' 인정
과육 단단, 다른 수박보다 오래 저장
# 양구 대표 농특산물 '수박' 출하 한창

여름철 강원 양구지역의 대표적인 농·특산물 가운데 하나인 수박이 한창 출하 중이다.

양구수박은 당도가 13~14브릭스에 달하는 상품(上品)으로,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정식을 마친 것들이다.

양구지역은 수박이 생산되는 경상북도와 전라북도, 충청북도 등 다른 지역보다 일교차가 커서 당도가 높고, 식감은 더 아삭하다.

또 과육이 단단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수박보다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대도시 도·소매 상인들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에 따라 최근 출하가격도 최고 2만8천원, 평균 1만8천~2만원에 이르고 있어 다른 지역 산보다 최고가격은 7천~8천원, 평균가격은 5천원가량 더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양구에서는 250여 농가가 142㏊에서 8천100t의 수박을 생산, 재배농가들이 약 110억원의 농가소득을 올릴 전망이다. 지난해보다는 재배면적은 17㏊, 생산량은 212t 감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값이 비싼 탓에 소득은 13억4천700만원이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감소했거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인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정식기간인 봄에 농촌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일부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줄이거나 다른 작목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소득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지난해에는 역대 최장기간 동안 계속된 장마로 인해 휴가철이 무색할 만큼 소비가 적었고 가격도 낮게 형성됐으나 올해에는 일찍부터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수요가 지난해보다 증가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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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 출하되는 양구수박. /양구군 제공

또 재배에 적합한 기후조건이 형성되면서 상품성도 좋아 도·소매 시장에서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구에서는 1960년대부터 수박이 재배되기 시작했으나 매우 소량이었고, 작목반이 구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였다.

郡의 전폭적 지원에 재배면적 증가
가락동 시장 6년 연속 '최고 경매가'
 

군은 지난 2012년 국비 2억원 등 3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발아실과 활착실, 본 육묘장을 갖춘 1천980㎡ 규모의 양구수박 공동 육묘장을 설치, 2013년부터 재배농가들에 육묘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에는 30만그루의 육묘를 다른 지역보다 1그루당 가격이 60원 저렴한 500원에 재배농가에 공급했다.

이에 따라 양구지역의 수박 재배농가는 육묘 구입비를 절감하고, 지역에서 생산된 육묘를 구입함으로써 지역 적응성이 뛰어나고 병충해에도 강할 뿐만아니라 상품성이 높은 수박을 재배할 수 있는 이점을 누리고 있다.

또 2011년 과채류 명품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고품질 수박 생산기반을 조성했다.

2013년부터는 수박을 멜론, 곰취, 아스파라거스, 사과와 함께 5대 전략작목으로 선정, 하우스 시설 및 친환경 농자재를 지원하는 등 특화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2016년에는 육묘장의 규모를 2천346㎡로 증설하는 등 생산기반 시설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2017년에는 공동선별시설을 기존의 9개 라인에서 18개 라인으로 2배 증설하기도 했다.

이어 매우 높은 기온이 계속되는 시기에 시설하우스 내부의 생육 온도를 조절(하강)해 수박의 생장을 촉진, 고품질의 수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시설하우스 위에 친환경 차광도포제를 도포하는 '고온기 수박 피해방지 차광도포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양구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양구지역의 수박 재배농가와 면적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2년 157개 재배농가와 면적 89㏊였으나 올해에는 250여 농가에서 142㏊ 면적에 수박을 재배 중이다. 이에 힘입어 2012년과 2013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최고품질 과채 생산 시범 우수단지'로 선정됐다.

무엇보다 양구수박은 최근 6년 연속으로 서울 가락동시장에서 전국 최고 경매가를 갈아 치우는 등 전국 최고의 명품 수박으로 인정받고 있다. 조인묵 양구군수는 "수박 공동육묘장과 시설하우스, 재배기술 등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통해 양구수박이 명품 농산물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강원일보=정래석기자,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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