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날아올라2222
체조 국가대표 여서정이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예선전에서 평균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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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코로나19 속에서도 올림픽의 꽃은 피어났다. 지구촌 스포츠 대축제 2020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9천여명을 넘길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지만 5년을 준비한 지구촌 선수들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뜨거운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태극전사 가운데 10대들의 돌풍은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는 10대들의 열정은 코로나19도 막지 못했다.

 

김제덕, 양궁 2관왕 만큼 빛나는 '코리아 파이팅' 눈길

올림픽 무대에 첫발을 디딘 '양궁 막내' 김제덕(17·경북일고)의 활약은 대단했다. 혼성 단체전에서 안산(광주여대)과 짝을 이뤄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김제덕은 남자 단체전 우승까지 이끌며 2관왕을 달성했다.

김제덕은 비록 개인전 2회전(32강)에서 독일의 플로리안 운루에 져 양궁 최초 3관왕 달성에 실패했지만 그의 투혼과 용기는 온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코리아 파이팅'을 연신 외치며 팀 사기를 불어넣은 김제덕의 활약은 양궁팀의 막내를 떠나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첫날 혼성 단체전에서 그는 활시위를 당긴 뒤 뒤로 나와 '파이팅'을 외치면서 안산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단체전에선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마지막 한 발을 10점 과녁 중앙에 붙여 2.4㎝ 차로 일본을 누르고 결승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올림픽] 김제덕, '펄쩍 펄쩍'1111
지난 26일 남자 양궁 단체전 4강전 한국-일본에서 김제덕이 환호하며 뛰고 있다. /연합뉴스

 

황선우 '박태환 추월' 자유형 100m '아시아新 물살'

수영에선 수원 출신 황선우(18·서울체고)가 경영 남자 자유형 200m에서 비록 7위에 머물렀지만 박태환 이후 한국 수영의 대들보로 우뚝 섰다. 그는 한국 경영 선수로 2012년 런던 올림픽 박태환 이후 9년 만에 결승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25일 치른 예선에서 1분44초62의 한국 신기록 및 세계 주니어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해 기대를 한껏 모았다. 결승에서도 150m 구간까지 1위로 치고 나갔지만, 마지막 50m에서 힘이 빠지면서 7위(1분45초26)로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그는 미래 한국 수영에 청신호를 켰다.

황선우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 자유형 100m 예선에서 0.07초 차 앞당긴 47초97의 한국신기록을 세운 뒤 준결승에서도 47초56의 아시아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중국의 닝쩌타오가 지난 2014년 10월 자국 대회에서 작성한 종전 아시아기록(47초65)을 0.09초 단축한 것이다.

게다가 그는 아시아 선수로는 65년 만에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선에 올라 한국 수영을 알렸다. 이어 황선우는 29일 자유형 100m 결승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69년 만의 최고 성적인 5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황선우, 한국신기록 경신
지난 25일 남자 자유형 200m 예선에 출전한 한국 황선우가 물살을 가르고 있다. 황선우는 1분44초62를 기록해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연합뉴스
 

탁구 신유빈 '58세 백전노장' 상대 짜릿한 역전승도

수원 출신 17살의 '탁구 신동' 신유빈(대한항공)도 기대주다. 신유빈의 실력은 여자 단식 2회전에서 나타났다. 그는 58세의 베테랑 니시아리안(룩셈부르크)에 첫 세트를 내주고도 극적인 4-3 역전승을 거뒀다.

올림픽 탁구 사상 역대 최고령인 니시아리안은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5번째 출전하는 '백전노장'이었다. 전형이 흔하지 않은 왼손 펜홀더인 데다 핌플 러버를 쓰기 때문에 웬만한 정상급 선수들도 상대하기가 껄끄러운 선수다.

이런 상황에서 신유빈은 과감한 드라이브 공세와 큰 무대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경기 운영으로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마침내 역전승을 거뒀다. 신유빈은 3회전(32강)에서 홍콩 두호이켐에 2-4로 져 16강전에 오르지 못했지만 그의 투혼은 국민들의 공감을 샀다.

[올림픽] 기뻐하는 신유빈
신유빈이 지난 25일 여자탁구 룩셈부르크 니시아렌과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서정, 25년만에 도마 결선행 '부녀 올림픽메달 꿈'

여자 체조에선 '도마 황제'로 이름을 날린 여홍철(50) 경희대 교수의 대를 이어 올림픽 무대에 출전한 여서정(19·수원시청)이 25년 만에 도마 결선에 진출했다. 여서정은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예선 도마 종목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800점을 획득해 전체 5위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다.

여서정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 결선에 올라 은메달을 목에 건 아버지 여 교수의 뒤를 이어 가족의 일원으로 25년 만에 올림픽 결선 무대를 밟게 됐다.

그는 결선에서 난도 6.2점짜리 '여서정' 기술을 구사해 경쟁자들과 맞설 계획이다. '여서정'은 여홍철 교수의 '여 2' 기술(힘차게 달려와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두 바퀴 반을 비틀어 내리는 기술로 900도 회전)보다 반 바퀴 덜 도는, 720도 회전 기술이다.

[올림픽] '저 잘했죠?'
지난 24일 여자 10m 공기소총 예선을 통과한 한국 권은지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은지, 공기소총 혼성단체전 4위 '소녀 명사수 계보'
여자 소총 명사수 기대주로 급부상한 권은지(19·울진군청)도 돌풍의 주역이다.

사격 대표팀의 막내 권은지는 이번 대회 10m 공기소총 혼성 단체전에서 남태윤(23·보은군청)과 호흡을 맞춰 4위를 차지했다. 메달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여갑순(47), 강초현(39)을 이을 대한민국 여자 소총 명사수 기대주로 떠올랐다.

권은지는 여갑순, 강초현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갑순은 서울체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8세에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섰고, 강초현도 유성여고 3학년이던 18세에 은메달을 땄다. 권은지는 2002년 12월13일 태어나 만 나이로 18세다.

도쿄 올림픽이 어느덧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한국 선수들의 투혼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10대 선수들이 그 중심에 섰다. 멋진 경기와 패기 넘치는 태극전사 10대들의 돌풍은 올림픽 마지막 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