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쓰레기를 주웠지만 사람들이 가치를 몰라 그렇지 세상에 쓰레기란 없어. 사람이 가치를 모르면 쓰레기와 같아. 자연의 가치를 알면 행복해. 저마다 쓰일 곳이 다 있지."
여주시 금사면 궁리에 거주하며 수십년간 환경정화 활동을 펼쳐온 김광덕(82)씨는 이여로(이천~여주 간 지방도 70호선) 도로변 땅 7천834㎡(여주시 흥천면 계신리 산 52)를 가꿔 마을 쉼터인 '하늘의 집'을 개장하고 손님맞이에 바쁘다.
'하늘의 집'은 관광농원으로 승인받기까지 아직은 부족하다. 하지만 김씨는 자갈밭이었던 이곳을 개간해 장뇌삼, 고추, 참외를 심었다. 다래덩굴로 만든 터널과 겨울에 썰매도 탈 수 있는 작은 연못이 있고 비탈진 경사면에 지하 찜질방, 주변 느티나무·소나무와 어우러진 정자는 지친 일상의 휴식처로서 운치가 있다.
"요즘같이 무더운 저녁 '하늘의 집'에서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녀. 작은 불빛이지만 쉼 없이 깜박거리는 것을 볼 때면 더위도 잊어. 내 가족 그리고 코로나19로 힘든 세상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잘 견뎌냈으면 하는 바람이야."
환경파괴와 기후위기,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김씨의 자연사랑은 반딧불이의 작은 불빛처럼 쉼 없이 깜박거린다. 그는 인간이 생태계의 수호자로서 존재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마을 쉼터 '하늘의 집' 개장 손님맞이
장뇌삼 등 심고 정자 휴식처로 운치
22세때 만든 집게로 60년 '자연보호'
하지만 김씨의 이런 활동이 처음부터 인정받지는 못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7남매 중 장남으로 집안 농사일을 도와야 했던 그는 유일한 생계수단인 마늘밭 병충해 방제를 위해 담배꽁초를 줍고, 참외밭 거름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길거리에서 쇠똥을 거뒀다. 그것이 자연보호 활동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친구들이나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쇠똥이나 담배꽁초를 줍고 다닌다고 '냄새나고 더럽다'고 '거지새끼'라는 놀림도 받았어. 그런데 사람들이 다칠까 봐 깨진 사기그릇도 줍고, 지저분하게 널린 비닐봉지도 줍고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인정해주며 칭찬도 해 주시더라고. 당시 어린 나이에 뿌듯함이 컸지."
그의 자연보호 실천은 남달랐다. 성인이 돼서도 결혼 예복에 '자연보호'라는 글귀를 새겨 넣어 부모님께 꾸중을 듣기도 했으며,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나 행사장을 찾아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말끔히 주웠다.
"집안 식구들이 창피해 하기도 했지만 평생 일하며 폐허를 가꿔 일궈놓은 '하늘의 집'을 보고 지금은 인정을 해줘. 주변에서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지원해주겠다고 하지만 차곡차곡 내가 만들어갈 거야. 난 돈 벌려는 사업가가 아니거든. 자연은 돈을 원하지 않아. 그저 있는 그대로 보존해주고 사랑해주면 돼."
22살 때 군부대에서 버려진 철판을 잘라 만든 집게를 아직도 가지고 다니는 김씨는 "이 집게가 내년이면 환갑이야. 특별한 잔치를 만들어 줘야지"라며 '자연보호'라는 조끼를 입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