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해 익힌 손재주가 이렇게 남을 돕는 일에 쓰일 줄 몰랐습니다."
양주에서 '약손봉사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20년째 꾸려온 차순자 회장은 오늘도 수지침 통을 챙겨 들고 어르신들을 만나러 길을 나선다.
수지침 봉사를 오래 하다 보니 동네방네 모르는 노인이 없고 이제는 멀리서도 차 회장을 알아보고 반기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그는 어떤 이들에게는 가족만큼이나 반가운 사람이다.
차 회장은 "수지침으로 건강에 도움을 드리지만,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에겐 잊지 않고 찾아가 잠시나마 말동무가 돼 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귀띔한다.
사실 그가 수지침을 배운 건 평소 약한 체질을 바꿔보기 위해서였으나 건강이 좋아지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침을 놓아주다 봉사와 인연을 맺게 됐다.
이렇게 시간이 가며 뜻 맞는 사람이 하나둘 모여 현재의 봉사회가 탄생하게 됐다. 규모가 커지며 할 일은 늘어났지만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어 차 회장은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했다.
수지침 오래 봉사 모르는 노인 없어
뜻 맞는 이들과 단체 꾸려 20년활동
늦게 배운 기타연주로 어르신 위로
차 회장에겐 고마운 손재주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늦깎이로 배운 기타연주다. 그가 들려주는 기타연주는 홀몸 어르신들에게 수지침 이상의 위안을 주고 있다.
기타를 배운 계기는 수지침을 맞는 어르신 중엔 뜻밖에 적적함을 달래려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 회장은 기타를 배워 직접 음악을 들려주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기타연주 실력은 이제 수준급이라 웬만한 신청곡을 다 소화해 내고 있다. 덕분에 많은 홀몸 어르신이 수지침을 맞으며 음악까지 즐기고 있다.
차 회장은 "낯선 악기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서툰 솜씨로 들려드리는 연주에도 환하게 웃어주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힘듦도 잊고 포기하지 않고 배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봉사에는 도움을 받는 이들의 절실함과 이에 대한 배려가 담겨 있다. 일방적으로 전하는 도움이 아니라 항상 상대방을 우선순위에 둔다.
차 회장은 "봉사를 더욱 가치 있게 하는 것은 상대를 생각하는 진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지침이나 기타연주가 누군가에겐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 속에 진심이 담겨있기에 만족하고 앞으로도 이 봉사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