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지어진 1기 신도시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추진되는 가운데, 안양 평촌신도시의 첫 번째 리모델링 조합이 사업승인도 나기 전에 사업 반대 주민들에 대해 매도청구소송을 진행, 이들 주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목련2단지 조합, 市에 허가신청전
소유자 142명에 매도청구소송 제기
9일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소재 목련 2단지 리모델링 조합(조합장·이형욱, 이하 조합)은 지난달 23일 단지 내 공동주택 소유자 142명에게 '소유권 이전등기 등 청구의 소'(이하 매도청구소송)를 제기했다. 조합이 시에 리모델링 행위허가 신청을 하기 1주일 전이다.
안양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공동주택단지 중 시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곳은 목련2단지와 목련 3단지이며 2단지가 가장 앞서 있다.
2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30일 시에 리모델링 설계도서와 분담금 등을 밝힌 서류에 소유권자 85%의 동의를 받아 행위허가를 신청했다. 해당 단지는 994세대로, 리모델링 후 30세대 미만으로 증가해 시에 사업계획승인 대신 행위허가를 받는다. 안양시는 이에 대해 관계 법령을 살피는 등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반대주민들 "비용 감당하기 벅차"
조합 "사정 감안못해… 선택해야"
조합 측이 행위허가 전부터 사업 반대 소유권자에게 매도청구소송을 진행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려하자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소유권자인 박모(63)씨는 "실거주자들이 리모델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에 따르면, 77㎡ 기준으로 리모델링 분담금이 3억원, 이주를 위한 전세가 4억~5억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여기에 수평증축으로 세대당 면적이 늘어나면 이에 따른 취득세도 내야 한다. 현금이 없다면 모두 빚이다.
임모(65·여)씨도 "앞으로 수입이 늘어날 일 없는 어르신들은 지출을 줄이려 일부러 작은 면적에 산다. 원치도 않는 증축을 위해 수억원의 빚을 지거나 집을 내놓고 나가라니, 갈 곳 없는 노인들은 하늘이 노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형욱 조합장은 "개인 사정을 다 감안해서 사업을 할 수는 없다"며 "협의 기간 2개월 동안 매도하든지,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융자를 받든지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양/이석철·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