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활시위 당기는 장민희
2020 도쿄 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인천대 양궁부 소속 장민희(22)는 "양궁을 하다 보면 기록이나 성적에 대한 목표를 하나하나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느낀다"며 "자신과의 싸움을 해서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양궁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8일 막을 내린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전통적인 '효자 종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 양궁 국가대표팀은 새로 생긴 혼성단체전에 나서 대한민국의 대회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 양궁 종목 총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휩쓰는 저력을 보였다.

특히 여자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은 올림픽 단체전 9연패의 신화를 이뤄냈다. 그 주역의 한 명이 바로 인천대 양궁부 소속 장민희(22)였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인천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이자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장민희는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이번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소감에 대해 "올림픽 첫 출전이라서 긴장이 많이 됐는데, 3명이 함께 의기투합해 좋은 성적을 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어 "선수촌에서 하루에 많게는 300발씩 쏘는 등 열심히 올림픽을 준비했다"며 "그래서 자신감 있게 경기를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 목에 건 여자 양궁대표팀<YONHAP NO-5275>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 양궁 국가대표 장민희(가운데), 강채영, 안산.

장민희는 강채영(25·현대모비스), 안산(20·광주여대)과 함께한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3번째 궁사를 맡았다. 마지막 사수는 보통 정확도가 높고, 실수가 적은 선수가 맡는다고 한다.

장민희는 특히 러시아올림픽위원회를 상대한 금메달 결정전 1세트에서 마지막 사수로 나서 10점을 쏘면서 55대54, 1점 차 승리를 이끌어 기선제압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3세트에서는 마지막 화살을 안정적으로 9점 과녁에 꽂으면서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장민희는 "단체전은 3명의 역할이 모두 중요한데, 연습과정에서 순번을 여러 번 바꿔가면서 자기 스타일에 맞는 자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금메달을 확정 지었을 때에는 우승도 우승이지만 9연패를 달성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금메달 결정전 1세트 마지막 사수로 나서 기선제압 '결정적 역할'
인천서 나고 자라… 인천대 개교이래 '첫 출전·첫 금메달' 안겨

장민희는 올림픽 시상대에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 속이 후련했다고 한다. 선배 궁사들이 일군 성과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이후 단체전 9연패에 대한 부담감이 컸는데 선수촌에서 준비하는 동안 훈련 내용이 좋게 나와 자신감을 점점 가질 수 있었다"며 "단체전 9연패를 이뤘다는 기쁨이 가장 컸고, 우리나라 양궁이 최강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고 힘줘 말했다.

제23회 한국대학연맹 단체1위
제23회 한국대학연맹 단체 1위.

장민희는 단체전을 마치고 출전한 개인전에선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그는 개인전 32강에서 일본의 나카무라 미키에게 져 대회를 마쳤다.

장민희는 "개인전 첫 경기를 할 때 점수는 잘 나왔지만 내가 잘 쏜다고 생각했을 때의 감각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경기를 잘 풀어나가기 위해 빠르게 바로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양궁 최강국인 만큼 국제대회에서 입상하는 것보다 태극마크를 다는 게 더욱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가대표 선발전 경쟁이 치열하다. 2019년 10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장민희는 2021년도 국가대표 선발전과 평가전에서 쟁쟁한 선배 궁사들을 제치고 당당히 2위에 오르면서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다.

장민희는 "처음에는 잘하겠다는 마음보다는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8명 안에 들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선발전에 임했다"며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나서는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한 3명을 뽑는 자리에선 홀가분한 마음으로 평소 하던 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활을 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특별훈련 장민희
대표팀 특별훈련 장면.

장민희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활을 잡았다고 한다. 그는 "학교 선생님이 양궁부원을 모집하니 한번 해보겠느냐고 권유했는데 그때는 학교 끝나고 또 공부하러 학원에 가기 싫은 마음에 양궁을 시작했다"며 멋쩍게 웃어보였다.

장민희가 양궁선수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던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였다. 당시 인일여자고등학교 감독이었던 이선영 인천시청 감독의 지도 아래서 장민희는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대통령기 전국남녀양궁대회 등 전국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인천대 진학 후에도 꾸준히 성과를 내던 장민희는 2019년 8월 열린 유스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혼성단체전, 여자부 단체전 등 2관왕에 오르면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인일여고에서 인천대로 자리를 옮긴 이 감독이 큰 버팀목이 돼줬다.  

올림픽 출전 최종 3명 선발전 '평소 하던대로 쏜 게 좋은 결과'
내달 세계선수권 조준… 한단계씩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 될 것
장민희는 "유스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세계 양궁 선수들과 붙어보고 우승까지 하면서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었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며 "그 이후로 선수촌에 들어가서 훈련하면서 기량을 키워나갈 수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실력이 많이 늘게끔 지도해준 이선영 감독님, 그리고 훈련하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맞춰주려고 노력해주시는 현재 (인천대 양궁부) 김명선 감독님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의 스승들은 기특하게도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온 제자에 대해 그 누구보다 집중력이 좋고, 승부욕이 강한 선수라고 평가한다. 한 번 자세를 가르쳐주면 쉬는 날 없이 끈기 있게 연습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기술 흡수력이 좋은 선수라고 한다.

제37회올림픽제패기념대학실업 혼성3위
제37회 올림픽제패기념대학실업 혼성 3위.

올림픽이 끝난 후 장민희는 모처럼 활을 내려놓고 또래 여느 대학생처럼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록, 성적 등 자신이 세운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나가면서 얻는 성취감에서 양궁의 매력을 느낀다는 장민희는 다음 달 열리는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다음 목표로 세웠다.

장민희는 "다시 선수촌에 들어가 열심히 훈련하면서 내가 고쳐야 하는 것을 중심으로 기술을 다듬어 다음 대회를 준비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을 시작으로 한 단계씩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홍보 이미지 (2) 장민희

글/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사진/연합뉴스·인천대·대한양궁협회 제공 

 

 

■ 장민희는?

▲인천광역시 출생(1999년)
▲인천부일중학교, 인천인일여자고등학교 졸업
▲인천대학교 재학
▲2019 유스세계선수권대회 2관왕(혼성단체·단체전 1위)
▲제100회 전국체육대회(60m·혼성단체 1위)
▲2019 WAA아시아컵 2차대회(단체전 3위)
▲2021 WAA아시아컵 1차대회(개인종합·단체전 1위)
▲2020 도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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