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 상복을 입은 채 보건복지부를 찾았던 중증장애인 부모들이 10일 또다시 이곳을 찾았다(7월27일자 7면 보도='장애인 탈시설화' 그림자… 가족들 "하루만 살아봐").
지난 2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과 관련해 부모들은 "탈시설 로드맵을 실행하려면 중증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안락사를 먼저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사실상 절규에 가까운 외침을 쏟아낸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회원들은 이 자리에서 "정부 탈시설 로드맵은 거주시설 장애인과 부모들을 배제하고 이해 당사자가 아닌 장애단체와 합의한 졸속 정책"이라며 "백지상태에서 재논의를 통해 다시 만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 자립로드맵 당사자 배제 비판
백지상태 재논의 요구 성명서 발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이번에 발표된 로드맵을 보면 정부는 2022~2024년까지 3년간 시범사업을 통해 탈시설·자립지원 기반 여건을 조성하고, 2025년부터 본격적인 탈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부터 매년 740여명 장애인에 대해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할 경우 2041년이면 지역사회 전환이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및 그 가족들은 로드맵 실현을 위해 추진되는 '장애인 신규 거주시설 설치 금지'에 우려를 표한다.
정부는 현재 있는 거주시설은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명칭을 변경해 장애인 대상 전문서비스 제공으로 기능을 변환해 간다는 방침이고, 인권침해 사건이 발생한 시설은 시설을 폐쇄하고 운영비·인건비 지원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복안이다.
'신규 거주시설 설치 금지'에 우려
"입소제한 등 정책 인권침해" 목청
하지만 중증장애인 및 가족들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발달장애인법을 보면 제3장 29조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발달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거주시설 지원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3항에서는 '국가와 지방단체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특성과 요구에 따른 돌봄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 측은 "시설의 도움없이 살아가는 것이 힘든 중증발달장애인에게 무조건적인 탈시설 요구는 명백한 폭력이자 인권침해"라며 "거주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과 부모의 의견을 묵살한 채 40년을 유지해온 장애인 거주시설 정책을 한순간에 신규설치 금지와 입소제한이라는 강압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유엔장애인인권협약에 근거해 장애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다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의 인권을 증진해달라"고 제안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