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2.jpg
①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대선캠프 출범식을 연 박용진 의원. /박용진 의원 SNS 캡처 ②제페토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 맵에서 팬미팅을 연 대선주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필연캠프' SNS 캡처 ③정세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9일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 상에서 경인일보 정치부 기자들과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페토 캡처 ④'메타버스' 방식으로 열린 '제1기 경기도 청년참여기구' 발대식에서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⑤'업글희룡'의 제페토 아바타 페이지 게시물.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페토 프로필 캡처,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메타버스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지칭한다. 아바타를 활용해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사회·경제·문화 등 현실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3차원 가상세계로 옮겨지고 있다. 5G 상용화와 같이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환경이 만들어졌고,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메타버스로의 이주가 늘어나고 있다.

문자로도, 음성으로도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개발돼 소통이 편리한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실에서는 자제해야 하는 각종 활동이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 2030년에는 1조5천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른바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로 불리는 청년들의 새로운 놀이터이자, 주요 소통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의 '도전?'이 줄을 잇고 있다. 

 

 

메타버스 어디까지 왔나

이슈_기사1.jpg
SK텔레콤이 K팝 스타들과 혼합현실 기술을 활용한 'K팝 메타버스 프로젝트'(사진 왼쪽)와 KT가 네이버제트 플랫폼 제페토에 오픈한 메타버스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SK텔레콤·KT 제공=연합뉴스
 

메타버스의 활용이 가장 앞서가는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다. 이미 사람과 아바타가 함께 그룹을 결성해 앨범을 내 현실과 가상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린 가운데, 아이돌 그룹의 아바타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콘서트, 팬사인회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아티스트의 경우 음원 발표가 대표적인 유통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메타버스에 자신의 사인이 담긴 디지털 아트워크나 뮤직비디오 등을 묶어서 판매하는 등 다양한 활동이 도드라지고 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제페토'에는 기업들이 서둘러 입점하거나 입점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차·디즈니 등은 이미 입점을 마친 국내외 대표적인 대기업들이다.

이슈_기사2.jpg
가상현실 편의점 'CU 제페토한강점'(왼쪽)과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구현된 쏘나타 N 라인. /BGF리테일·현대차·기아 제공=연합뉴스

최근에는 CU가 제페토한강점을 오픈해 자체 브랜드인 헤이루 제품 등을 홍보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다음달 서핑 호텔인 브리드호텔양양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강원도 양양에 개장한 호텔을 그대로 가상공간으로 옮겨 홍보하는 것이다. 롯데 역시 그룹 차원에서 메타버스사업을 검토하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밖에도 신입사원교육을 하거나 기업에서 소규모 회의를 할 때도 메타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메타버스에 공간 구축 나선 정치권

이슈기사3.jpg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메타버스(가상세계)'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발언을 하고 있다. 2021.8.9 /연합뉴스
 

정치무대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내 정당 최초로 메타버스에 조성된 사무실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사용하고 있다. 

2030년 시장규모 1조5천억弗 전망… 엔터 업계 등 진출
더불어민주당 캠프사무실 메타폴리스내 구축 '국내최초'
부동산중개업체 직방이 개발한 메타버스 공간 '메타폴리스' 7층 건물을 분양받아, 중앙당사와 대선 경선 후보 6명의 캠프 사무실을 꾸밀 예정이다. 각 층은 최대 300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고, 최대 16명이 입장할 수 있는 회의실이 있다.

이슈_기사_4.jpg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제1기 경기도 청년참여기구 발대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공간에서 아바타를 통해 청년참여기구 선정 위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2021.6.26 /경기도 제공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여야의 주자들도 메타버스 세계에 각자 자신의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다소 미화되긴 했지만 실제 인물과 닮은 듯한 아바타를 활용해 이용자들에게 친근한 느낌을 준다는 계획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제페토'에 사이버 캠프를 마련하고 자신의 국가 비전인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공개한 바 있다. 이후 꾸준히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에서 야구잠바와 청바지를 입고 등장해 경기도 청년참여기구 발대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메타버스를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경선 후보는 정세균 전 총리다. 정세균과 청세균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 9일 기준으로 각각 게시물 300건, 58건으로 민주당 경선 후보 가운데 가장 많다. 이낙연 후보가 72건, 이재명 후보가 43건이다.

정세균 후보가 운영하는 맵 '슬기로운 국회생활'에 3천여명이 방문했고, 이낙연 후보의 '여니월드'는 2천600명이 방문했다.

박용진 의원도 제페토에서 대선캠프 출범식을 열고 정책 제안을 받는 등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 5월부터 '업글희룡월드' 맵을 개설하고 젊은 표심에게 어필하고 있다. 대선출마 선언도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됐다.


이슈_기사_51.jpg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의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캐릭터. /경기도 제공·필연캠프·박용진 의원 SNS 제페토 캡처·연합뉴스
 

 

정치와 메타버스의 궁합은
그간 정치인들이 젊은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에 도전장을 낸 사례는 무수히 많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가 막 시작됐을 때도 청년층과 함께 가장 빨리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도 정치인들이다. 이제 SNS는 기본 중에 기본이 됐고, 유튜브도 필수가 됐다.

짧은 영상 안에 강렬한 이미지를 담는 틱톡도 주 이용층이 청년이라는 점에서 정치인들의 많은 시도가 이뤄지는 장이다.
이낙연·이재명·정세균·박용진·원희룡도 '젊은 표 어필'
소통 어색해 실망 줄수도… 청년층과 화법 간극 줄여야

하지만 모든 시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청년 흉내(?)'가 희화화되기도 하면서 쌓아놓은 이미지를 깎아낸 사례도 적지 않다.

메타버스 역시 이같은 위험과 기회가 상존하는 공간이다. 실제 한 경선 후보가 메타버스 공간에 등장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이용자들이 몰렸는데 일부 이용자가 후보자를 희화화하기도 했다.

특히 소통의 어색함이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양한 온라인 게임 등으로 메타버스 공간 내에 활동이 자유로운 청년층과 달리 조작이 익숙지 않으면서 겪게 되는 불편함이 진지한 소통을 가로막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페토에 접속해 경선 후보에게 몇 마디 말을 붙였지만, 아무런 대답을 받지 못했다. 메타버스 공간이 익숙한 청년층의 화법과 정치인의 화법이 간극을 줄이지 못하면 눈길을 끌기 위한 이벤트로 머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2021081201000487600024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