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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베스트웨스턴 하버파크호텔 조리팀장 김종귀 셰프는 경남 통영의 섬마을 사량도 출신이다. 때문에 그는 바다에서 나오는 식재료에 익숙하고 누구보다 잘 활용할 줄 안다. 그는 “바다는 다양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보고인데, 대청도 홍어, 연평도 꽃게, 백령도 다시마 등의 해산물이 풍부한 인천의 바다는 더 특별하다”면서 “풍부한 인천의 식재료를 활용한 특색있는 음식을 꾸준히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찌르는 삭힌 홍어. 흔히들 홍어(참홍어) 하면 전남 흑산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제1의 홍어 어획지가 바로 인천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인천은 최근 10여 년 동안 홍어 어획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천에서도 홍어가 많이 잡히는 곳은 대청도 인근 바다다. 대청도 어민들은 홍어의 본고장이 대청도라고 강조할 정도다.

뻘밭인 흑산도와 달리 대청도 주변은 주먹 만한 자갈밭이 많아서 홍어가 서식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또 대청도 주변 해역의 깊은 수심과 센 조류 또한 홍어가 서식하기에 좋다.

하지만 여전히 대청도 홍어가 흑산도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대청도에서 잡힌 홍어 상당수가 뱃길을 통해 흑산도로 옮겨져 흑산도 홍어로 팔리고 있음에도 그렇다. 인천사람 입장에서는 대청도 홍어가 흑산도 홍어만큼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

이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겠다며 나선 이가 있는데, 그 주인공은 인천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베스트웨스턴 하버파크호텔 조리팀장인 김종귀(58) 셰프다. 그는 인천의 식재료로 '인천의 맛'을 내겠다며 실험에 나서고 있다.

인터뷰 공감 김종귀 셰프
김종귀 셰프.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김종귀 셰프가 '인천의 맛'이라는 타이틀로 개발한 메뉴 가운데 가장 애착을 갖는 메뉴는 바로 대청도 홍어 스테이크다. 사실 그도 처음에는 홍어에서 인천을 떠올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국내 최대 홍어 산지가 인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가 새 직장 하버파크호텔에서 조리팀장으로 일하기 시작한 올해 1월이다. 당시 호텔에서는 인천의 식재료로 '인천의 맛'을 알리기 위한 메뉴 개발을 막 시작하려던 시기였다.

나름 이런저런 재료를 찾던 그는 대청도 홍어의 존재를 알게 됐고, 바로 대표 메뉴의 재료로 홍어를 낙점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대청도 홍어 스테이크다.

"해양 도시 인천은 다수의 섬을 품고 있고, 섬의 식재료에 재미있는 '스토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었는데, 대청도 홍어의 존재를 알게 됐습니다. 바로 이거다 싶었죠. 흔하디흔한 홍어삼합 말고 뭔가 차별화한 호텔과 어울리는 예쁘고 근사한 요리가 필요했어요. 스테이크가 좋겠다 싶었죠. 여기저기 찾아봤는데, 전국 어디에도 홍어를 스테이크로 만드는 호텔은 없었습니다. 하버파크호텔의 메뉴로 가져갈 수 있겠구나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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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홍어의 냄새였다. 메뉴 개발 후 호텔 직원들 대상으로 자체 시식을 진행한 결과 하버파크호텔 직원들조차 냄새 고약한 홍어를 호텔 식당 메뉴로 제공하기에는 식당 내 다른 손님에게 피해가 갈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는 이대로 접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어느 날 호텔을 찾은 민민홍 인천관광공사 사장에게 홍어 스테이크에 대해 브리핑할 기회가 있었고, 김 셰프의 계획을 들은 민 사장은 박수를 쳤다고 한다. 결국 김 셰프의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올해 3월부터 홍어 스테이크 판매를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홍어 스테이크를 맛본 손님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한 번 맛을 본 손님들은 지인들에게 홍어 스테이크를 소개했고, 소개를 받은 손님은 또 다른 지인에게 소개하는 등 입소문이 났다.  

약한 불에 익혀 특유의 냄새 날아가지 않고 '겉바속촉'
고약한 냄새 걱정은 '기우' 항의하는 손님은 없어
벌써 6개월째 장수… 호텔 대표 메뉴 이어갈 예정
냄새 때문에 다른 손님들의 불평이 있을 거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아직 냄새를 항의하는 손님은 없었으며, 3월부터 지금까지 홍어 스테이크를 찾는 손님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그는 "호텔 식당은 메뉴를 주기적으로 순환해야 하는데, 한 식당에서 벌써 6개월째 단일 메뉴로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며 "당분간 홍어 스테이크를 호텔의 대표 메뉴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개발한 홍어 스테이크를 간단히 설명하면 김치, 수육과 함께 먹는다는 점이 홍어 삼합과 비슷하다. 삭힌 홍어살에 밀가루를 입혀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 약한 불에 오래 구우면서 익힌다. 이렇게 익히면 홍어 특유의 냄새가 날아가지 않으면서도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스테이크가 된다.

여기에 고추장과 케첩을 섞어 만든 소스를 끼얹어 예쁘게 썰은 묵은지,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낸다. 두께감을 주어 홍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움푹 패인 접시를 사용했고, 꼭 쌀밥을 먹어야 하는 한국 사람의 정서에 맞게 버섯 볶음밥 위에 홍어 스테이크를 얹어서 준다.

처음에는 한 달 삭힌 홍어를 썼는데, 냄새 때문에 힘들어하는 손님들이 더러 있어 지금은 2주 삭힌 홍어를 사용하고 있다.

인터뷰 공감 김종귀 셰프
김종귀 셰프.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김 셰프는 이름을 대면 다 아는 특급호텔에서만 32년을 근무했고, 2009년 국제기능올림픽 요리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금메달을 거머쥔 선수를 지도하기도 했다. 2010년 G20 서울정상회담 만찬을 진두지휘한 경력도 가졌다. 최고의 셰프답게 그의 조리법 하나, 사용하는 그릇, 접시에 올리는 재료 하나하나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호텔 요리사들은 스스로를 '요리를 하는 예술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창작자들만큼이나 세상에 없는 걸작을 남기고 싶은 욕심이 많은 이들이 요리사들이죠. 작품이냐 아니냐는 아주 사소한 작은 것 하나에서 달라지거든요."

그의 프로다운 성격은 수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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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귀 셰프.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그는 2002년 울산에 문을 연 호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운영을 수첩 하나로 해결했다며 손바닥 만한 크기의 수첩을 보여줬다. 수첩에는 깨알 같은 손글씨로 식당의 면적, 좌석 수, 주요 거래처의 전화번호는 물론, 드레싱, 에피타이저와 메인 요리의 레시피, 예상 가능한 손님들의 요구까지 모든 것이 적혀 있었다.  

요리하는 예술가 '자부심' 아주 사소한 것까지 신경
특급호텔 30여년 쌓은 경험 후배들에 물려주고 싶어
그는 자신의 32년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물려주어 지역 호텔의 식음료 부문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특급호텔에서 30여년 동안 쌓은 경험을 이곳에서 일하는 후배들과 나누고 물려주고 싶어요. 규모도 작고 등급도 다르지만 제가 가진 경험을 이곳에 접목한다면 조금은 더 발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함께 일하는 젊은 요리사 친구들은 훌륭한 스펙을 가지고 있고, 재주도 많더군요. 제 경험을 전해줄 수 있다면 보람을 느낄 것 같습니다."

글/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 김종귀 셰프는?

▲ 1963년 경남 통영 출생
▲ 1989년 경주호텔학교 졸업
▲ 1992년 경희호텔대학 조리과 졸업
▲ 1989~2020년 롯데호텔 근무
▲ 2008년 한국기능경기대회 실기시험 검토위원
▲ 2008년 제40회 캐나다 캘거리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선발 심사위원
▲ 각종 기능경기대회와 조리기능사 시험 심사위원 다수
▲ 2021년 인천 하버파크호텔 조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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