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견 건설사들이 경기도 신규 택지개발 지구를 중심으로 몸집을 불려올 수 있었던 비결은 이른바 '벌떼 입찰'로 불리는 관행 덕택이었다. 공공이 조성한 신규 택지를 저렴한 가격에 건설사에 공급하며 '추첨' 방식을 적용한 탓에 수많은 계열사를 동원하는 편법으로 택지를 낙찰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이런 사정을 알아차린 정부는 향후 '추첨' 대신 '평가'를 통해 공공택지 매각사를 결정하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신규 택지를 기반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온 중견 건설사엔 새로운 도전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국토부, 3기 신도시 용지 우선공급
지난해 국토교통부는 향후 3기 신도시 공동주택 용지 공급에 단순 추첨 공급이 아니라 입찰에 참여한 업체를 통한 평가로 택지를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벌떼 입찰' 방지 대책이다. 지난 2019년 중흥건설에 낙찰된 오산 세교 A-09블록은 모두 18개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LH가 조성한 택지를 매입할 건설사를 모집한 것이었는데 18개 입찰 참여사 중 12개가 중흥건설 관련 기업이었다.
사실상 중흥이 낙찰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이처럼 벌떼 입찰로 싼값에 공공택지를 분양받고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이들 중견 건설사들 사이에 일종의 영업전략이었다.
비단 중흥뿐 아니라 호반건설이나 우미건설도 다수의 계열사를 입찰에 참여시켜 공공택지 입찰에 동원했다.
앞으로는 이런 편법이 통하지 않게 된다. 정부는 지난 2005~2006년 일시적으로 채권 입찰제를 시행한 것을 제외하고 공공택지 공급에 추첨 공급을 원칙으로 고수해왔다.
높은 낙찰가격을 부른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은 주택 분양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대형사 경쟁력 우려에 찬반 엇갈려
그러다 계열사 혹은 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한 벌떼 입찰 관행이 굳어지면서 사회적 기여와 주택품질을 잣대로 평가를 통해 공공택지 낙찰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입찰 참여 건설사들은 임대주택 건설계획이나 건설 이익 공유 정도, 특화설계 평가를 통해 낙찰자로 선정되게 된다.
다만, 이런 평가 방식에 대한 찬반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이미 시장 우위를 점한 대형 건설사들이 보다 경쟁력을 가지게 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경쟁 방식 도입에 따라 참여 업체에 적응 기간을 두고 경쟁 요소 충족이 어려운 업체의 소외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지구는 추첨 방식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