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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1년 반 만에 활짝 열리는가 싶더니, 학교의 문이 다시 잠겼다. 진통 끝에 겨우 '전면등교'로 가닥을 잡았는데, 빠르게 확산되는 변이바이러스 탓에 올해 2학기에도 결국 부분등교와 원격수업을 병행해야 할 처지다.

코로나19 사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기전'이었다. 물론 학교 문을 걸어잠근 것은 전대미문의 감염병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갖가지 방역대책에 눈코 뜰새 없이 바빠,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의 내면을 보살피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떠한 변명을 한다 해도 지금, 코로나19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내면은 병들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우울증, 이른바 '코로나 블루'는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위험하다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심리·정서와 관련된 연구보고서들은 하나같이 빨간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 접수된 '우울·불안·충동·분노조절 문제' 상담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85.7% 급증했다. 자해 및 자살 문제 상담도 같은 기간 69.7%가 늘어났다.

개발원이 '코로나19 청소년 및 보호자의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도 이 같은 부정적 수치를 뒷받침하고 있다. 응답한 청소년의 59.8%가 '불안과 걱정'이 높아졌는데 특히 청소년은 화, 분노의 감정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울·불안·분노 상담
전년比 85.7% 급증
자해·자살 상담 69.7% ↑


수원시청소년재단이 조사한 '코로나19로 인한 수원시청소년 생활실태도 결과는 비슷하다. 코로나19 이후 행복감이 저하됨을 느꼈고 스트레스는 증가했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훨씬 늘었다.

고양시청소년재단이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한 청소년의 57%가 짜증, 우울, 불안, 고립감 등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코로나19 이후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비율이 33.4%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조사한 '나의 2020년(아이들이 평가한 2020년 코로나 한 해)'을 살펴보면 코로나로 인해 올해(2020년)가 작년보다 더 불행해졌다고 응답한 아이들이 전체 응답자의 29.6%를 차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 블루'를 체감했다는 아이들도 49.6%를 기록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동인권 당사자 모니터링사업'을 통해 들여다본 아이들은 감염병으로 인해 스트레스와 불안을 경험한 비율이 70%에 육박했으며 특히 고등학생은 무려 80%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 격상…수원 영동중학교 원격수업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경기도 내 한 중학교의 텅 빈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인일보DB
 

가난할수록 아이들의 내면은 우울하다
가난할수록 아이들은 더 불안하고 우울했다. 당연한 결과지만 실제 연구의 결과로 증명된 것이 씁쓸할 뿐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전후 학생들의 심리와 정서변화 연구'는 씁쓸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6개 지역 학생 2만7천976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했고 남자와 여자, 학교급별, 보호자 맞벌이 여부, 가정경제 상황 등을 구분해 아이들의 '마음상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32.1%가 코로나19 전후를 기준으로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생각'이 늘었다고 답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늘었다고 답한 비율도 19.6%에 달했다. 이는 형편이 좋은 학생 응답과 비교했을 때 2~3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일수록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증가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심리정서는 어떨까. '나는 나의 삶에 만족한다'는 질문에 가정형편이 좋은 편에 속하는 학생들은 91.6%가 만족한다고 답한 반면, 어려운 학생들은 59.1%만 삶에 만족감을 느꼈다.

'나는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응답도 형편이 좋은 학생들의 경우 93.2%가 긍정적으로 대답했지만 어려운 학생들의 경우 68.2%만 긍정을 표시했다. 

 

가난할수록 더 취약한 현실
'삶에 만족' 질문에
형편 좋은 집 91.6% 긍정
어려운 학생들 59.1% 그쳐


'나의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정도 역시 형편이 좋은 학생의 경우 43.1%만 불안하다고 생각했지만 형편이 좋지 못한 학생의 경우 78.1%가 미래에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연구는 코로나19 이후 자아존중감, 주관적 행복감, 성취동기 등 기본적인 심리·정서 측면에서 가정형편이 좋은 아이들은 비교적 안정감을 갖고 있는 반면,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모든 수치가 낮아져 불안정한 양상을 띠고 있다고 증명했다. 코로나는 그렇게 취약한 아이들의 마음을 파고든 셈이다.

이 같은 결과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의 모습이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코로나 이전과 달리 일상의 균형이 무너진 아이들이 심리·정서면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 공통분모가 '가정의 경제상황'이 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신체활동이 줄었다고 응답한 학생 중 형편이 좋은 아이들은 37%였지만 어려운 학생들은 48.8%를 차지했다. 반면 형편이 어려운 학생 51%가 혼자 있는 시간이 코로나19 전보다 늘었고 52.9%가 게임하는 시간도 증가했다고 답했다. 신체활동이 줄어든 만큼 혼자서 게임하는 시간만 늘어난 것이다.

식사도 불규칙해졌다. 형편이 좋은 아이들이 불규칙한 식사가 늘었다고 답한 것이 21.4%인데, 어려운 아이들은 39.9%가 불규칙하게 식사한다고 응답했다.
 

일상 속 체계적인 마음 관리가 필요할 때
아이들에게 마음이 힘들 때 무엇이 필요한지, 2가지만 고르라고 말했다. 응답한 아이들의 37.4%는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할 수 있는 소규모 활동'을 원했고 35%는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전문상담'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경기도교육청도 학교 내 '위(Wee)클래스'를 통해 온라인 상담방을 개설하고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상담을 요청하는 일에 부정적이다. 마음이 힘들 때 상담을 요청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학생들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상담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상담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코로나19가 없었다면, 교사가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학생의 심리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텐데, 코로나 상황에선 모든 것이 제한되는 만큼 학생 스스로 마음 상태를 알고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가장 원하는 것 뭘까
"소규모 활동·전문 상담"


해외 선진국은 일찌감치 아이들 정서교육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의 학생 심리지원을 위한 마음챙김 교육'에 따르면, 미국은 일찌감치 '학교 마음챙김 교육'을 실시해왔다.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사회정서적 학습 프로그램의 수행역량을 습득시키고자, 실습을 통해 교사, 교장의 역량을 양성한다고 명시할 만큼 적극적이다.

또 마음챙김 교육 관련 비영리단체가 학교와 연계해 교육프로그램을 교사, 학생들에 교육한다. '사회정서학습', 즉 스스로 마음 상태를 점검하고 돌볼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이 학교 내에서 체계적인 수업활동을 통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출발은 2017년 영국 국립보건원의 보고서다. 5~19세 학생 8명 중 1명이 정신건강상의 문제가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고 영국의회 차원에서 마음챙김 교육을 적극 장려했다.

영국도 마음챙김을 교육할 수 있는 전문교사를 꾸준히 양성해왔다. 그래서 영국은 '교사'가 주도적으로 학교 마음챙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마음은 일찍부터 병들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부터 10대 사망 원인 중 자살이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충분히 예견된 문제이기도 하다.

 

개인별 특성 다양
어려움 종류·경중 달라
맞춤형 심리지원 구축해야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학생 맞춤형 심리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개인의 다양한 특성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종류와 경중이 갈리는 만큼, 학생 개별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기초학력 진단과 같이 심리정서를 진단할 수 있는 표준화된 측정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태를 정확히 진단해야 적절한 치료법도 제시할 수 있는 법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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