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제는 새로운 것에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지난달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에서는 배우들의 화려한 레드카펫 대신 영화 '여고괴담'을 테마로 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정형화된 틀의 진부함을 벗고 부천만의 차별화된 색깔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따랐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신철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어떤 영화제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데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새롭고 참신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 뿌듯함을 느꼈다"며 "무엇보다 고(故) 이춘연 씨네2000 대표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첫 제작에 나선 여고괴담 시리즈는 1998년 첫 개봉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한국영화 최장수 호러물이다.
故 이춘연 씨네2000 대표 추모 의미
첫회 텅빈 벌판 이제 부천중심 뿌듯
엽기적인 그녀 등 글로벌 히트 주역
신 위원장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막을 내리자마자 내년에도 성공적인 축제를 이끌어 내기 위해 또 다른 도전을 구상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요즘 인터넷 스트리밍서비스(OTT)가 강세를 보이는데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영화계에도 IT 테크놀로지 발전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며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천도 변화의 의지를, 파격적인 공연형식의 개막식으로 선언한 것이다. 늘 그랬듯 내년 영화제도 표현의 경계를 넘어서는 신선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표현과 미디어 형식의 경계를 넘어서려 끊임없이 노력해온 신 위원장은 특히 이번 영화제가 국내외 인지도를 높이는 성과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첫 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준비할 당시 텅 비었던 벌판은 오늘날 부천의 중심이 됐고 벌써 25회째 영화제를 치렀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출발해 그 정신을 지금까지 성장시켜준 부천시민들과 국내외 영화계, 열성적인 팬들께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부천이 지닌 '문화' 이미지와 도시인프라를 어떻게 상생시킬지 늘 고민한다는 그는 "도시의 여러 실제적인 발전에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항상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영화제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김수용, 정지영 감독 연출부를 거쳐 1988년 영화 기획사 (주)신씨네를 설립했다.
그는 여름 성수기 흥행성적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이긴 최초의 한국영화 '결혼 이야기'(1992)로 현대 한국 영화 부흥의 시대를 연 제작자로, '구미호'(1994)와 '은행나무 침대'(1995)를 통해 국내 최초로 CG 기술을 도입하고 '엽기적인 그녀'(2001)를 글로벌 히트시킨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 장르영화의 새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고 그중 하나가 글로벌형 SF 장르 영화다. '아바타'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생애 마지막 목표이지만 그런 행운까지 내게 주어질지는 모르겠다"며 활짝 웃었다.
부천/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