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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를 겪었던 사람들에게 최근 사회에 알려지는 아동학대 사건은 과거 힘든 기억을 떠오르게 하면서 트라우마를 발생시킨다. 사진은 양부의 학대로 숨을 거둔 민영이의 유골함이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 봉안실에 안치된 모습. 2021.8.31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민영이 사건이요? 또 금방 잊히는 거 아니에요?"

부천에 거주하는 김지애(21·가명)씨에게 '민영이 사건'은 어릴 적 학대 트라우마를 끄집어낸다.

그에게 초등학생 시절은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중 김씨는 이른바 '락스 사건' 이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김씨의 탈선을 알아챈 계모는 김씨에게 락스 물을 마시라고 윽박질렀고, 그러지 않으면 아빠가 이를 대신 마셔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아빠가 락스 물을 마시고 고통스러워 하시던 기억이 남아 있다"며 "그때 생각이 나서 집에 락스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교 시절 '끔찍한 경험' 지애씨
10여년 지났지만 우울감 시달려
자해 시도… 결국 약물치료 택해

그 뒤로도 김씨는 계모로부터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10년이 훌쩍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학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깊은 우울감에 빠질 때마다 "나가서 죽어라"고 했던 계모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결국 김씨는 약물치료를 택했다. 김씨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자해를 했다"며 "정신과 병동에 오래 있으면서 조절을 하게 된 건데 상담을 할수록 몸에 상처를 내는 게 두려워졌다"고 말했다. 또 "약을 먹지 않으면 감정이 북받치고 숨이 가빠진다. 나중에는 정말 극단적 생각까지 하게 된다"고 했다.

 

[[관련기사_1]]이주희(29·가명)씨도 어릴 적 학대로 우울증과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다.

학대는 가정불화에서 시작됐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마구 때려 기절시키기 일쑤였고, 어머니의 화풀이 대상은 이씨였다. 그의 어머니는 대놓고 신체적 학대를 했다. 학대는 수년간 이어졌다. 그러나 이씨는 당시 자신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희씨 "신고 안한 게 가장 후회"
"네 잘못 아냐, 힘내라 전하고파"
그는 "그때 신고를 안 한 게 가장 후회된다"며 "지금까지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증과 식이장애, 성인 ADHD를 겪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아동학대에 대한 트라우마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며 목소리를 떨었다.

이들은 학대 피해시 주변에 도움을 청하라는 말을 전했다.

"폭력은 훈육이 아니라 폭력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아주 조금만 더 힘내라고 아동학대 생존자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어요." 김씨와 이씨는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찾고 학대로 인한 상처를 오롯이 혼자 감내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트라우마 치료, 한사람 살리는 일"… '사람마음 협동조합' 존재의 이유)

/이시은·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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