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는 올림픽에서 항상 메달을 따내는 종목이었다. 탁구는 중국이 최강이지만 최근에는 일본 탁구도 기량이 좋아졌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탁구단 감독,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양영자 전 감독이 각각 남자 개인과 여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또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명맥을 유지했다.
이후 한국은 은·동메달로 선전했지만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올해 치러진 2020 도쿄 올림픽에선 메달을 따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아버지 따라 초1 당시 운동 배워
끈질긴 지구력 또래들 비해 '월등'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점은 한 명도 메달 경쟁권에 못 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개인 단식에서 '올림픽 경쟁력'을 갖출 유망주를 조기에 발굴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국내 여중생이 유망주로 발돋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화제의 선수는 안양여중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승은이다.
이승은은 올해 전국남녀학생종별탁구대회 여중부 개인 복식과 단체전 1위를 차지했고 회장기 전국남녀중고탁구대회에선 개인 단식 1위와 단체전 우승, 개인 복식 2위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도 그는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 대회에 출전한 회장기 전국남녀학생탁구대회에서 단체전 3위를 이끌기도 했다.
이승은은 어린 시절 탁구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탁구장에 다니면서 안양 만안초 1학년 겨울에 라켓을 잡았다. 그는 "어릴 적 탁구 라켓을 잡았는데 매우 신기하기도 했지만 언니들이 운동하는 것을 보고 흥미를 갖게 됐다"며 "이후 기술을 배울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게 됐고 탁구 선수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비전형으로 신체조건이 뛰어난 이승은은 체력까지 겸비했다. 수비전형에 맞는 끈질긴 지구력이 또래의 선수들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도 그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난 2019년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전국남녀종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 1위, 개인 복식 2위 ▲대통령기 전국시도탁구대항 단체 1위, 개인 복식 3위 ▲전국소년체육대회 단체 1위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학생종별탁구대회 단체 1위, 개인 단식 2위 ▲초등학교 국가대표 선발전 개인 3위(선발) 등 뛰어난 성적을 내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 국대선발 개인 3위 등 두각
미래에셋 윤효빈 선배가 '롤모델'
이승은은 "탁구를 시작하기 전 연기자 생활을 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과 어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관중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됐다"면서 "활달하고 적극적인 성격 탓에 가끔 실수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성격 탓에 이승은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윤효빈(미래에셋증권)이다.
그는 "윤효빈 선배는 실업팀에 있으면서도 후배들을 잘 챙겨준다. 언니를 통해 많은 경기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훈련시간이 모자란다. 지난해 한차례 대회를 치렀고 올해는 출전 횟수도 늘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개인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 목표는 실업팀에 진출한 뒤 국가대표에 뽑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랜 시간 탁구와 함께하면서 후배와 탁구인으로부터 존경받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윤기영 감독은 "수비전형으로 지구력은 좋지만 강한 공격도 필요하다. 추후 선 수비 후 공격 기술과 경험을 더하면 국가대표에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