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여년간 대한민국에선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창궐했습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신종플루, 최근의 코로나19까지…. 앞으로도 감염병은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과 변이를 거듭하면서 발생할 것입니다.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상시적인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한창희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장은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한 병원장은 "의정부성모병원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40일간의 전면 폐쇄라는 위기를 겪으면서 방역 체계에 대한 백신을 단단히 맞았다"며 "3중, 4중 방역 안전망을 갖추고 이제 비로소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아직 감염관리에 대한 부담과 전국적인 확진 추이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도 최근 델타, 람다, 뮤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 기조는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위중증자 위주의 감염병 치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감염내과를 중심으로 상설 체계를 갖춰놓고 국가적 감염병 위기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병원장은 최근 제24대 의정부성모병원의 수장으로 취임했다. 28년간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일하고 직전엔 진료부원장을 지내 누구보다 병원 안팎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어려운 시기, 위기를 돌파해 제2의 도약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 병원장은 "지난 64년의 시간 속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온 의정부성모병원은 새로운 역사, 새로운 반세기를 시작하는 기로에 있다"면서 "전 교직원과 하나 되어 경기북부의 핵심 의료기관으로서 명성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취임하면서 제시한 의정부성모병원의 핵심가치 키워드는 '환자 제일주의'와 '배려와 존중', '구성원 간의 협력'이다.
환자 제일주의는 가톨릭 이념을 구현하는 의료기관으로서 의정부성모병원의 이념적 근간을 이루는 개념이다. 환자의 아픔을 먼저 공감하면서 다른 무엇보다도 환자를 가장 먼저 생각하겠다는 병원의 의지가 담겨있다.
배려와 존중이라는 키워드에는 수직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를 타파하고 미래지향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미가 담겼으며, 이를 위해 구성원간 협력을 도모해 베풂과 협력이 싹트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한 병원장의 목표다.
28년간 근무 병원 안팎사정 훤해… 아픔 공감 환자 제일주의 등 핵심가치로
확진자 발생으로 '40일 전면 폐쇄' 시련… 감염병 대응 상시적인 체계 필요
확진자 발생으로 '40일 전면 폐쇄' 시련… 감염병 대응 상시적인 체계 필요
한 병원장은 "의정부성모병원에선 현재 약 2천명의 교직원이 존엄하고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다"며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상호 협력으로 소명을 다 하고 보람을 느낀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의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직원은 의정부성모병원의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며 동시에 미래 성장 동력 그 자체"라며 "앞으로 병원장으로서 구성원을 비롯해 모든 관계자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병원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외상센터로 대표되는 의정부성모병원의 경기북부 응급 브랜드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권역 내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함으로써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며 "내년에는 심장외과와 외상외과 등의 의료진을 보강하고 검진과 시술 장비, 중환자실 시설 등을 보강해 응급에 강한 병원을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실제 의정부성모병원의 권역외상센터는 중증외상 수용률 98.89%를 보이며 권역 내 외상환자 응급의료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권역 내 센터급 이상 의료기관에 내원한 중증 이상 환자 902명 중 892명을 수용했다는 것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다른 지역 권역외상센터의 권역 내 중증외상환자 평균 수용률(50.84%)과 비교하면 2배에 달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한 병원장은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의정부·동두천·양주·포천·연천·강원도 철원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접경지역이고 산악지대가 많아 산재나 산악사고 등 외상 환자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면서 "2018년 5월 센터가 문을 연 이후 월평균 내원환자가 개원 첫해 192명, 2019년 216명, 2020년 241명 등으로 해마다 11% 이상씩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시 12명의 의사를 배치해 돌아가고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도 20년 가까이 불 꺼짐 없이 달려왔다"면서 "지난 2019년 기준 권역응급의료센터 환자가 9만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전국 최상위에 해당한다. 앞으로도 권역외상센터와 권역응급의료센터,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를 운영하는 거점 의료기관으로서 책임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병원장은 인터뷰 내내 의정부성모병원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모든 말속엔 의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의정부성모병원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한 사람으로서의 병원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녹아 있었다.
한 병원장은 "지난 64년간 지역 주민들이 의정부성모병원을 믿고 찾아준 데에는 경기북부를 대표하는 탁월한 의료 전문성과 성과가 근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를 통해서도 이런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한 해 발표된 적정성 평가에서 의정부성모병원은 만성폐쇄성폐질환과 위암, 유방암, 정신건강 입원영역, 폐렴, 관상동맥우회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1등급을 획득했다"며 "특히 위암 분야는 5년 연속, 유방암은 7년 연속으로 1등급을 획득하는 쾌거를 거뒀는데, 이는 의정부성모병원이 지닌 국내 최상위 수준의 암 치료 실력을 대변하는 성과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첨단 의료기술 분야에서 올 3월에 있던 신경외과의 시각화 수술시스템 구현 성공도 자랑하고 싶다"며 "시각화 수술시스템이란 신경 내비게이션 시스템, 3차원 수술용 초음파, 최신 수술용 현미경이 하나의 체계로 융합해 구성되는 수술 시스템인데, 의료기술분야의 최신 트렌드인 머지(merge)를 반영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체계를 구현해 수술에 적용한 사례가 아시아 최초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접경지·산악지대 사고 많아 환자 전국 최상위… 거점 의료기관으로서 책무
적정성 평가 유방암 7년 연속으로 '1등급' 신경외과 시각화 수술 아시아 최초
그는 "다른 최첨단 의료분야인 로봇수술에서도 의정부성모병원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로봇 수술 시스템이 설치된 의료기관 중 국내 최단 기간 로봇수술 500례를 달성했다"면서 "다른 병원과 다르게 의정부성모병원은 간담췌외과, 대장항문외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과 최첨단 수술 동향을 십분 반영하고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적정성 평가 유방암 7년 연속으로 '1등급' 신경외과 시각화 수술 아시아 최초
한 병원장은 끝으로 "현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외부 활동이 잠정 중단된 상태지만, 의료봉사 등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경기북부 주민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돌려드리기 위해 항상 정진하는 의료기관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글/이종우·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 한창희 병원장은?
▲ 천주교 세례명 요셉▲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원 비뇨기과학 석사·박사▲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임상과장▲ 대한소아비뇨기과학회 회장▲ 의정부성모병원 진료부원장▲ 2021년 9월 의정부성모병원 제24대 병원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