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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생태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DMZ자생식물원. /산림청 국립수목원 제공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도 '왕의 숲'이라 불리는 광릉숲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포천과 남양주에 걸쳐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녹지를 이루고 있는 광릉숲은 국립수목원이 관리한다.

국립수목원은 산림 생물종 보전과 자원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산림청 산하 연구기관으로 광릉숲 보전을 비롯해 식물자원연구, DMZ 자생식물연구, 산림생물 다양성 연구 등 여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덮친 지난해 유네스코(UNESCO)가 인정한 '생물보고'인 광릉숲을 관리하는 국립수목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평소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보니 방역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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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릉숲에 조성된 전나무숲 길. /산림청 국립수목원 제공

국립수목원은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자체적으로 대응전략을 수립해 신속한 방역대책을 추진했다. 또 추진 중이거나 계획된 사업이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에 들어갔다. 이는 올해도 이어져 오고 있다.

신속한 대응과 철저한 대비 덕분에 지난해 국립수목원은 숲 보전뿐 아니라 연구 분야에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광릉숲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개방됐고 광릉숲의 가치를 알리는 각종 행사도 비대면으로 무사히 치러졌다.

또 식물 자원화에 도움을 주는 신기술 개발과 식물보전 관련 연구조사 등 각종 연구사업도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앞으로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나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를 맞아 우리 '생물 주권' 보전의 최일선에 선 국립수목원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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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대응 전략
국립수목원은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계획을 세워 추진했다. 이 계획은 시설 방역과 행사 안전 등 2가지 방향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국립수목원이 자리한 광릉숲은 많은 사람이 휴식이나 자연탐방 등의 목적으로 자주 찾는 곳이다. 이 때문에 방역이 허술하면 걷잡을 수 없는 확산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런 위험을 막으려면 방문객이 많이 찾는 주요 시설을 중심으로 방역대책을 마련해 안전한 관람환경을 조성하는 게 급선무였다.

국립수목원은 입장권 발매와 주차요금 정산 시스템을 모두 무인으로 바꾸고 '스피드 게이트'를 만들어 사람 간 접촉을 최대한 줄였다. 관람시설 곳곳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소독 용품도 비치했다.

안전한 관람환경 조성에는 '국민디자인단'을 참여시켜 시민 입장에서 불편하거나 필요한 사항을 반영해 적절히 수정하고 보완해 나갔다. 
입장·주차료 '무인 정산' 스피드게이트…
확산 방지 전략 시설 방역·행사 안전 초점
안전한 관람환경 외에도 조직 내부적으로 침체한 분위기를 쇄신하고 계획된 주요 행사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조치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직장 분위기가 점점 침체하자 이를 회복하기 위해 '식목 수목 데이'를 지정해 직원 간 소통의 시간을 마련했다.

주요 행사도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이나 미디어를 활용해 비대면이나 온라인 행사로 전환했다. 온라인으로 치르더라도 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콘텐츠를 온라인에 최적화하고 온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이색 이벤트도 내놓았다.

세계적인 생물 다양성 행사인 '바이오블리츠'가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비대면으로 열려 국제적인 관심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바이오블리츠 코리아'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가운데서도 경북 문산 일대에서만 총 1천233종의 생물 종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수생식물원
국립수목원 내 수생식물원. /산림청 국립수목원 제공

최악 상황서 거둔 연구성과
생물연구는 국립수목원의 빠질 수 없는 핵심 임무다. 우리나라 산림 생물 다양성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이곳에서 이뤄진다. 특히 식물 분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지난해 악조건 속에서도 주목할만한 연구성과로 주목받으며 다시 한 번 그 진가를 발휘했다. 식물 계절 관측자료를 토대로 개발한 기후변화 예측기술은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기후변화대응 대표기술 10선에 올랐다. 
'바이오블리츠' 세계 최초 비대면 개최 관심
식물계절 관측자료로 기후변화 예측 개발
이 기술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식물 계절 현장 관측자료와 인공지능(AI)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법을 활용한다. 이 기술을 통해 개엽, 개화, 단풍 예측 등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영향을 분석하고 식물 계절을 예측할 수 있다.

또 설앵초, 선모시대, 고본, 노랑투구꽃, 승마, 나도생강 등 희귀하지만 자원 가치가 높은 식물 6종을 대량 증식하는 방법을 개발, 보급해 식물 자원화를 촉진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생물권 보전지역인 광릉숲에 서식하는 생물상을 연구해온 결과물을 집대성해 '한국의 숲Ⅴ'를 발간해 광릉숲의 다양성을 알리기도 했다.

국립수목원은 이 같은 연구성과를 개방해 민간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데이터로 제공하고 있다. 연구성과물을 개방한 목록은 2019년 9종에서 지난해 13종으로 늘었고 공공데이터 수도 52개에서 149개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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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자원화 연구의 핵심시설인 유용식물증식센터. /산림청 국립수목원 제공

국립수목원은 광릉숲 못지 않게 풍부한 생물자원을 보유한 비무장지대(DMZ) 생태복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DMZ 철책 지역 식물상 조사에 착수해 최근 조사를 마쳤는데 밝혀진 분류군만 1천117개에 달하는 방대한 식물상이 드러났다.

또 DMZ 접경지에 한반도 자생식물의 72%(2천708 분류군)가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DMZ 생태복원은 현재 남북으로 갈라진 생태계를 이어 한반도 생물보전을 완성하는 기초 사업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도 이 사업은 멈추지 않고 진행돼 다양한 연구성과가 나왔다.

코로나 이후 대비
국립수목원은 지난해 운영성과를 토대로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생물보전과 자원화 사업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여러 측면에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면에 치우쳤던 사업구조가 바뀌어 다양한 미디어와 플랫폼 활용의 비대면 서비스도 대폭 확충돼 공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첫 DMZ 조사로 1117개 식물상 성과
미디어·플랫폼 활용 코로나 장기화 대비도

국립수목원은 올해 들어 현장 조사·연구 때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하는 방안과 코로나19에 따른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이른바 '코로나 블루'에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영태 국립수목원장은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일들을 수행하며 국가 생물 주권 확립에 한 걸음 더 전진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도 남은 기간 코로나 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 산림 생물 종 연구 핵심기관으로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천/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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