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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원 규제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이 대권 후보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남양주시 조안면에 사는 한 초등학생이 상수원 규제 개선의 간절한 희망을 담아 대권 후보 21명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있다. 2021.9.13 /남양주시 제공

"대통령 후보님, 엄마 아빠가 가게 문을 닫으셨어요. 어른들은 규제가 많아 그렇다고 합니다. 조안면에선 가게를 열면 안되나요? 상수원보호구역 없어져서 계속 살고 싶어요!"

상수원 규제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이 여야 대권 후보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남양주시에 따르면 조안면에 사는 초등학생 11명은 이날 대권 후보 21명에게 상수원 규제 개선의 간절한 희망을 담은 '소망 편지'를 부쳤다.

조안면은 1975년 개발제한구역을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강력한 중첩 규제를 받는 곳이다. 이에 기본적 일상생활 영위에 필요한 약국, 미용실, 문방구, 정육점, 의료시설 등이 전무하다. 현재도 1970년대의 모습 그대로인 지역으로 '친환경 농업'외에는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어 주민들은 생계유지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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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원 규제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이 대권 후보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13일 남양주시 조안면에 사는 한 초등학생 11명은 상수원 규제 개선의 간절한 희망을 담아 대권 후보 21명에게 소망 편지를 보냈다. 2021.9.13 /남양주시 제공

이곳에 사는 주민 대다수는 조안면을 떠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다른 지역과 지가 차이가 워낙 커 이주자금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46년간 이어진 규제에 생계유지를 걱정하면서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날 편지쓰기에 참여한 조안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부모님이 아프셔서 멀리 병원에 가실 때 마음이 아프다"며 "동네에 작은 병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썼다.

부모가 오랜 기간 음식점을 운영했으나 2016년 대대적인 단속으로 문을 닫은 가정의 자녀는 "우리 집 말고도 동네의 다른 가게들도 모두 사라졌다. 집 앞에 짜장면집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적었다.

소망 편지를 쓰는 아이를 지켜보던 한 아버지는 "우리 아이들에게만은 윤택하고 편리한 생활환경을 물려주고 싶다. 대권 후보자님들께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조안면 주민들과 남양주시는 수도법 및 상수원관리규칙에서 규제하고 있는 건축물 설치, 영업허가 제한 등의 규정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과 지방자치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를 했고, 11월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현재 본안심사 중에 있다. 

남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