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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3기 신도시의 미운 오리새끼'.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26일 "3기 신도시 중 2018년에 발표한 신도시의 지구계획 승인을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3기 신도시를 발표하던 2018년 12월19일 국토부는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인천계양, 과천과천 등 4곳에 주택 12만2천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며 2021년에 주택공급을 시작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이런 목표는 인천계양(지난 7월), 남양주왕숙(10월 예정), 하남교산(11월 예정)에 사전청약이란 방식을 통해 반쯤 실현해 가고 있다.

하지만 과천과천은 전혀 발을 맞추질 못하면서 국토부의 골칫거리가 됐다.

과천시 과천동·주암동·막계동 일원 168만6천888㎡에 7천100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발표 당시 어느 신도시보다 서울과 인접해 관심을 끌었으나 지난해 10월14일 국토부에 지구계획안 승인신청을 한 이후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위한 기반시설인 하수처리장 위치 때문이다.
하수처리장을 둘러싼 갈등
'사업 지체'의 발단은 국토부가 던졌다. 국토부는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며 과천과천지구에 '물순환테마파크'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양재천변 복합 친수공간 및 환경·창의교육형 물순환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며 위치를 표기하고 "하수처리장 이전 및 고도화를 하겠다"고 안내했다.

이 위치는 과천과천지구 동측 끝, 우면산로와 만나는 과천시 주암동 361번지 일대로 알려졌다.

47번국도의 서초 현수막
47번 국도 서초우면지구 도로에 나붙은 현수막. 서초우면지구 주민들은 다른 지자체이지만 양재천 건너편은 주민들의 '생활구역'이라며 과천시에 하수처리장 이전 증설을 취소하고 기존 하수처리장의 증설을 요구하고 있다. 2021.9.23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이는 서울 서초구 서초우면지구 주민들을 자극했다. 주민들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 하수처리장을 신설하는 것은 안 되며 분뇨처리 냄새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초구에 따르면 서초우면지구에는 6천456가구 2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또 주암동 361번지 맞은편 서초구에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있다.

주암동 361번지는 하수처리장의 기본 요건을 갖췄다는 데서 과천시로서는 환영할만한 자리다. 하수처리장은 각 가정의 하수가 관을 타고 흘러들어야 하고, 이를 처리해 방류할 하천이 필요하다.

과천지구만 놓고 봤을 때 가장 하류인 주암동 361번지는 가장 적합하다. 과천시는 서초구 민원 이외의 모든 명분을 갖고 '국토부의 원안대로'를 외쳤다. 여기엔 과천시의회가 강하게 집행부를 밀어붙인 힘도 보태졌다.

국토부로 쏟아진 민원…사업시행자 LH는 서초구 대변
그간의 행적을 보면 국토부는 과천시와 서초구 갈등에서 서초구 민원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지구계획안은 사업시행자들이 협의해 만들어야 하는데 과천지구 사업시행자는 경기도·한국토지주택공사(LH)·경기주택도시공사·과천도시공사다. 서초구 민원을 고려할 사업시행자는 국토부 산하 LH뿐이다.

실제로 LH는 국토부로 빗발치는 서초구 민원 때문에 지구계획안 승인 요청기한이 다 되도록 과천시의 하수처리장 입지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지구 지정된 날로부터 1년 안에 국토부에 지구계획안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과천지구의 기한은 지난해 10월14일이었다. LH는 일단 과천시 하수처리장 입지를 그대로 표기한 지구계획안을 넣기로 했다(2020년 10월8일자 15면 보도=과천지구 하수처리장, 과천시 주장 수용 '동쪽' 확정). 
계양·왕숙·교산지구, 사전청약 시작 불구
과천, 작년 지구계획안 승인신청후 제자리
물순환테마파크 계획에 서울 서초우면 반발
2만명 거주 유·초교 인접 학습권 침해 반대
과천시 환영에도 민원 고려 입지 보완 추진
하지만 승인신청 하루를 남겨두고 국토부가 직접 나서서 지구계획안을 반려했다. 국토부가 법적 기한을 무시하고 사업시행자의 지구계획안을 반려하는 '이례적' 선택에 대해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통해 사업 진행을 보다 원활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댔다(2020년 10월14일자 8면 보도=국토부, 서초주민 하수처리장 반발 우려… 과천지구 계획안 승인 신청 반려 '파문').

갈등 끝에 당일 업무시간이 끝난 오후 7시께 지구계획안 첫 장만 팩스로 보내는 촌극을 연출하고서야 지구계획안이 기한 내에 도착한 모양새를 갖출 수 있었다.

이틀 뒤인 지난해 10월16일,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최종배 서초구의회 부의장은 서초우면지구 주민 19명과 함께 과천지구 지구계획을 담당한 도시건축통합계획단장을 LH 경기지역본부로 불러 항의했다.

이후 국토부는 서초구의 반발을 고려, 과천지구 지구계획안을 접수한 지 이틀 만에 과천지구 내 이전·증설될 하수처리장 입지에 대해 보완을 요청했다.

갈등은 평행선에
다음 달이면 지구계획안 승인 신청을 넣은 지 1년이 된다. 하지만 과천시와 서초구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

47번 국도는 과천시와 서초구를 잇는다. '사람이 살고 있다. 개발이익만 생각하는 과천시는 각성하라', '8년간의 서초구민 피눈물, 이제는 죽음으로 얘기해야 하나'라고 쓴 현수막 20여 개가 이 도로변 서초우면지구 쪽을 채우고 있다.

그 현수막이 끝나면 곧이어 과천시 과천동 주민들의 현수막이 맞받아친다. '생떼 쓰는 서초구 과천하수종말처리장 적법하다', '원안대로 과천시 땅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데 왜 국토부가 나서서 서초구 편을 들고 있는가?'라는 현수막이 선바위역까지 이어진다.

하수처리장_과천시 현수막
47번 국도를 따라 내려오다 보면 선바위역이다. 선바위역 인근에는 기존에 붙어 있던 대토보상 관련 현수막에 더해 하수처리장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현수막이 나란히 게시돼 있다. 2021.9.23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과천동 주민 현수막은 최근에 걸렸다. 지난달 13일 국토부가 하수처리장 입지 변경을 압박해 왔음이 알려지면서 이에 분개한 과천동 주민자치위원회가 나서서 현수막을 게첨했다.

과천동 대표 중 한 명은 "자연유하가 되는 곳에 하수처리장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국토부가 선바위역 인근으로 하수처리장을 옮기라 했다고 한다"며 "주민들이 이에 많이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3일 국토부가 과천시와 만나 11월 주암지구 사전청약 및 정부과천청사 대체방안 수립을 위해 과천 하수처리장 입지를 '국토부 중재안'으로 합의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 과천시는 지구계획안 신청 위치로 고수하고 있고, 서초구는 현재 하수처리장을 증설하라고 주장한다(그림 및 표 참조).

이에 대해 과천시는 국토부 안이 주거지인 데다 역세권이고, 개발하기 가장 좋은 자리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과천시는 최근 지구계획안 신청 위치보다 하류라면 하수처리장 위치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해 사실상 국토부 안을 거부했다.

서초구도 국토부안에 대해 비판적이다. 서초구는 경인일보에 국토부 중재안에 대해 "서초우면지구와 240m밖에 이격돼 있지 않다. (국토부 안 역시) 서초구 주거지역과 매우 가까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국토부의 잃어버린 1년… 문제는 국토부
국토부는 과천시에 주암지구(6천158호), 과천지구(7천100호)는 물론 정부과천청사 주택공급 대안(4천300호)까지 주택공급 계획을 잔뜩 세워놨다. 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과천 하수처리장은 1980년대 지어진 데다 재건축 준공 및 입주 시기도 조정해야 할 만큼 하수처리용량이 가득 찼다.

하수처리장을 짓는 데 행정절차를 포함해 보통 6년을 예상한다. 과천지구 하수처리장이 주암지구 개발 일정에 맞춰 진행돼야 가장 이른 주택공급지인 주암지구가 정상 입주할 수 있다. 주암지구 준공 예정시기는 2026년으로 돼 있다. 

 

"신청위치로 고수" vs "하수처리장 증설"
과천시-서초구 1년여 협의 한치의 양보없고
'국토부 입지 중재안'엔 양측 모두 비판적
현 처리장 용량 한계 '갈팡질팡 행정' 지적
"민원 상충 합의 안될땐 법적 근거 따라야"
문제 해결이 급한 데도 국토부는 1년 내내 협의하며 '과천시의 합의'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러한 행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상민 공주대학교 교수는 "과천시가 하수처리장을 건설할 때는 일반적으로 설계상 유리한 위치에 하려고 한다. 그런데도 국토부가 설계 부지를 승인하지 않으려면 그에 걸맞은 합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 근거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초구에서 불만스러워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이해는 된다"면서도 "서초구 민원이 하수처리장을 (지구계획신청 위치에) 하지 말아야 하는 법적 근거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전체적인 민원이 아니라 두 지역의 민원이 상충하는 경우라면, 합의가 최선이지만 합의가 안 되는 경우라면, 결국 법적 근거를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국토부가 민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민원으로 좌지우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토부의 의견을 물었으나 국토부는 "지구계획 신청 후 사업시행자들에게 하수종말처리장 위치에 대해 검토·보완하라고 지시했다"며 "민원을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 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을 뿐 민원을 최소화하라고 요구한 근거를 밝혀달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 그래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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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정기자 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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