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 주택가 골목에서 눈에 띈 것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알리는 현수막과 간판이었다. 도로를 기점으로 서로 다른 가로주택정비사업 구역이 설정돼 있었고, 두세 블록마다 조합 사무실이 들어서 있었다. 직선거리 500m도 채 되지 않는 좁은 골목을 따라 8건의 크고 작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제각각 진행 중이었다.
"강제집행 입에 오르며 동네 흉흉"
사업절차 간소… 도내 곳곳서 추진
주차장 등 기반시설 의무사항 제외
"좋은 건물 좀 짓고 슬럼화 될수도"
상점을 운영하는 김모(48)씨는 "수십 년째 이 동네에서 생업을 이어왔는데 가로주택정비사업 때문에 권리금은 고사하고 내쫓기게 생겼다. 골치가 아프다"며 "점점 세입자들이 나가고, 매도 청구, 강제집행 같은 단어가 주민들 입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동네 분위기가 아주 흉흉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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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재건축·재개발 도시정비사업과 달리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노후주택을 소규모로 정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2012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통해 처음 도입됐으며 2017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통해 사업 활성화를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절차가 까다롭고 10년 이상 걸리는 재건축·재개발사업과 달리 비교적 절차가 간소하고, 사업 기간도 3~4년 정도로 짧다는 장점 때문에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부동산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계속된 수도권 부동산 활황세를 타고 의정부 가능동의 사례처럼 구시가지 주택가에 구획을 나눠 우후죽순 추진 중인 곳도 적지 않다.
그러나 개발에 따른 도로 등 기반시설을 의무적으로 조성하지 않아도 되며, 주차장 등 공공이용시설도 강제하지 않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시 전체로 봤을 땐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일조권·조망권 침해, 주거 환경 질 저하, 원주민 이탈 등 다양한 부작용 가능성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같은 소규모 사업은 나중에 재개발·재건축 등 큰 덩어리 규모의 정비사업을 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유명 건설사가 짓는 대단지 아파트가 편의시설도 좋고 모든 것이 낫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소규모 단위로 개발한다는 것인데, 당장은 좋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낙후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건물 조금 있고 나머지는 슬럼화된 채 장기적으로 방치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개발면적 줄면서 영세한 업체가 사업 주도… 전반적 질 저하)
/이상훈·김도란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