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순례길' 조성 계획을 발표(8월27일자 13면 보도=천진암 성지 광주 순례길 "현대인들에 영적 자양분 공급")해 이목을 집중시켰던 광주시가 '광주 산사길' 프로젝트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광주 순례길이 천주교 성지를 연결하는 개념이라면, 산사길은 호국불교의 성지를 잇는다는 구상이다.
26일 광주시에 따르면 올 초 시는 광주 순례길과 함께 호국불교의 역사를 안은 남한산성을 중심으로 한 (가칭)'광주 산사길' 조성을 준비해왔다.
시가 구상한 '산사길'은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이 국난 위기에 수많은 스님들이 승병으로 활동한 것은 물론 산성 내 사찰이 승영사찰로 기능하며 민족과 함께해온 역사를 기반으로 한다.
남한산성 사찰~폐사지 조성 구상
호국불교·승병 추모공원 제안중
특정종교 성지로만 부각 지적도
1624년 전국에서 올라온 스님들이 2년에 걸쳐 성을 쌓았고, 남한산성 내 원래 있던 망월사와 옥정사 외에 조선팔도를 상징하는 8곳의 사찰이 생겼다.
'승영사찰'이라 불리는 이 사찰들은 군영과 종교시설이 결합된 독특한 공간으로 평상시는 성곽을 관리·보수, 비상시에는 산성을 수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일제 때 화약무기고가 있었다는 이유로 무참히 파괴(6곳이 폐사지)됐고, 4곳(이 중 3곳은 복원)만 남아있다.
시 관계자는 "호국불교의 성지로 그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길을 조성하려는 계획"이라며 "산성 내 사찰과 폐사지를 잇는 산사길을 되살리고 의승군(승병)을 추모하는 공원을 제안 중이다. 그러나 남한산성이 도립공원이다 보니 시 자체적으로는 한계가 있어 추진위원회 등을 구성해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광주시가 천주교 수원교구와 협약을 통해 선보인 '광주 순례길'에 불교계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광주불교사암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종교화합을 저해하는 가톨릭 성지순례길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13일에는 조계종이 해당 사업에 대한 해명과 전면 재고를 촉구하는 민원서류를 접수하기도 했다.
불교계는 '스님들의 자비정신과 희생이 깃든 곳을 연결해 놓고 이를 특정종교 성지로 축소·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 순례길은 남한산성~천진암에 이르는 코스다.
불교계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등 아픈 역사를 겪으면서도 스님들이 나서 호국불교를 실천한 곳'이라는 것과 '천진암은 스님들이 거주했던 암자로 천주교인들이 핍박받을 당시 이들을 보호하려다 수십명의 스님이 처형당하고 폐사된 역사적 장소'라는 점에서 천주교 성지로만 부각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