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의 양적인 측면에서는 괄목할 성과를 냈다. 경기도 인구 1천명당 주택 수는 2016년 350.7호에서 지난 2019년 374.3호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는 371.6호에서 387.8호, 인천시는 368.3호에서 380.5호로 늘었다.
수도권은 1천명당 주택 수가 가장 낮은 편이라 경제성장과 가구 증가를 감안해 적정 공급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공통 과제가 있다.
경기도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율은 2006년 10.2%에서 2016년 5.2%로 절반가량으로 줄였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최저주거기준의 내용과 개선과제를 보면 최저주거기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수준에 관한 지표다.
광역지자체 최초 '주거복지기금' 설치
저소득층 대출보증·이자지원 등 사용
1인 가구는 1개 방에 총 주거 면적이 14㎡ 이상이어야 하고, 부부에 자녀 2명이 있는 4인 가구의 경우 방이 3개에 부엌 겸 식사시설이 있는 43㎡ 이상이 최저주거기준으로 정하는 최소 주거면적이다.
칭찬할 만한 도의 주거 복지 정책은 광역지자체 최초의 주거복지기금 설치다. 도는 2016년부터 저소득층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춰 이 기금을 설치·운용하며 2017년 6월엔 조례로 근거를 명확히 했다. 주거복지기금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총 200억원을 적립했다. 올해 사업비는 총 80억원이다.
▲저소득층 1천200가구 임대보증금 지원 사업에 30억원 ▲저소득층 1천300가구 전세보증금 대출 보증 및 이자 지원 사업에 26억원 ▲광역 도 단위 최초의 주거복지센터 운영에 10억원 등을 사용한다.
염준호 도 주택정책과장은 "도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연차 적립해 조성했다"며 "임대주택 공급과 자금 지원, 주택 개보수 등 주거환경개선사업,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비 지원 등 용도로 사용하는 지자체 최초의 주거복지 기금이라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공들인 주거종합계획에도 흠결은 있었다. 당장 주거 환경이 열악한 사람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 이제는 아파트와 비(非) 아파트로 주거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소득이 낮을수록 아파트보다 다가구 단독주택이나 다세대 주택 거주 비율이 높다.
2030 경기도 주거종합계획을 보면 저소득층의 단독주택 거주 비율은 32.3%로 고소득층보다 4.3배 높다. 반대로 아파트 거주 비율은 고소득층이 84.9%, 저소득층이 43.6%다. 자가 점유율 역시 고소득층은 74%로 높은 반면 저소득층은 44.4%에 불과하다.
주거 환경 분야에서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맞이하긴 했지만 내일은 암담하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1인당 주거면적이 터무니없이 작다. 경기도의 1인당 주거 면적은 26.4㎡로 전국 평균인 33.2㎡보다 낮다. 더욱이 일본, 프랑스,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창의공과대학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본질적으로 도시의 구조가 공간적으로 커지고 대규모화하면서 주거 형태가 다양해지면 주거 불평등이 심화한다"며 "이렇게 도시가 성장하면 토지 가격을 비롯해 주택 가격이 뛰고, 자산 소득을 가져갈 수 있는 소유자와 자산소득을 가져갈 수 없는 세입자 사이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주택 바우처(임대료 보조지원)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에 살 수밖에 없는 분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주거 복지"라고 짚었다.
향후 2030년까지 경기도에 주택을 얼마큼 더 공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요 추정 결과는 보수적으로 106만1천호, 낙관적으로 130만5천호로 나타났다. 이 주택수요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신규주택수요로 추정한 73만호와 노후화 등으로 인한 멸실주택 수를 고려한 값이다.
실제 그랬다.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민의 공공임대주택 입주의향 비율은 '그렇다'가 46.7%로 '아니다'(53.3%) 보다 낮았다.
공공임대주택 비선호와 불만족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교육 환경이나 생활시설에 대한 고려 없이 변두리 땅에 공공주택 택지를 조성하는 도시계획 입안자들의 책임이 크다.
공공임대주택 불만족 이유 설문 결과를 보면 도민들은 시설이나 주변 여건이 좋지 않아서(63.8%), 가구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주택규모(17.3%), 임대료가 비싸서(14.2%) 순의 응답률을 보였다.
최다 이유는 '주변여건이 좋지 않아서'
변두리땅에 공공주택 택지 조성 원인
김 교수는 적정주택(decent housing) 개념을 제시했다. 적정주택은 소득과 가구 원수를 따져 봤을 때 면적과 주택의 품질이 어느 정도 살 만한 집이라고 정의한다.
면적·품질 '어느정도 살만한 집' 의미
"주거복지와 일반 복지정책 병행을"
김 교수는 "극빈층의 경우 생활비를 지원해주듯이 주거복지와 함께 일반적인 복지 정책을 병행해야 비주택이나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분들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며 "도시 외곽에 대규모 택지를 개발할 경우 공공 주도로 국가나 지자체 소유 땅을 잘 활용해 저렴한 영구임대주택을 다른 도시 기능과 조화롭게 공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 10월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주거복지망으로 집 걱정 나눠지겠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주거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고령자,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가구를 적극 발굴해 공공임대주택 입주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 집중 방식의 주거 정책은 실효를 거뒀다고 할 수 없다. 한국주거복지연구원의 '찾아가는 주거복지상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1만2천954명) 중 정부의 주요 주거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이 저렴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모두 50%를 밑돌았다.
"지자체 환경 고려한 정비사업 필요"
"수요 많은 지역에 고밀도 공급해야"
경기연구원은 임대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이뤄지는 지역 특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로의 정책 결정 분권화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조성호 자치분권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은 자치단체가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역의 상황에 적합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이미 강화했다"며 "획일적인 택지개발을 통해 양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기보다 자치단체의 사회·경제적 환경을 고려한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주거기본법과 공공주택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았다.
기승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남부지부 수원영통구지회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대부분 임대주택 공급 물량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며 "수요가 적은 지역에 현실에 맞지 않는 주택을 공급하기보다 공급하는 세대 수가 적더라도 수요층이 많은 지역을 (지자체 차원에서 발굴해) 고밀도 공급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획취재팀
※ 기획취재팀글 : 김대현차장, 손성배, 배재흥기자사진 : 김금보기자편집 : 김동철, 장주석차장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