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사시오~ 꽃을 사시오~ 꽃을 사~'.
흥겨운 민요 가락을 흥얼거리다 보면 으레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가수로 활동한지 올해로 56년. 반백 년이 넘는 시간을 '민요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가수 김세레나.
이국적인 이름으로 우리네 전통 가락을 노래한 그녀와 마주한 순간, 그 부조화가 묘하게 어우러지며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고양에 위치한 그의 조카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만난 김세레나는 "고양은 어머니 품 같은 곳입니다. 어머니가 이곳에서 태어나셨어요. 그래서인지 고양에 올 때마다 아늑하고 넉넉하게 맞아주는 어머니 품처럼 느껴져요"라며 웃었다.
김세레나의 유일한 친인척이 현재 고양 일산동구에 살고 있어 친정을 찾듯 자주 방문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과 문화행사들이 열리지 않고 있지만 공연을 통한 봉사활동과 지역무대에 꾸준히 서 왔다. 고양에서 펼쳐지는 무대나 공연 기회가 있다면 자주 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부른 노래 300여곡 앨범 100장 넘어
1965년 데뷔… 국가유공자증 받아
박정희 전 대통령 '국보'라 찬사도
김세레나는 드라마 같고 소설 같은 삶을 산 연예인으로 불린다. 이에 그는 "그동안 부른 민요만 공식적으로 300여 곡입니다. '갑돌이와 갑순이', '새타령', '꽃타령', '까투리사냥', '성주풀이', '창부타령' 등 발표한 앨범은 100여 장이 넘습니다"라고 말했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실력이 어릴 적부터 남달랐던 그는 국악예고 2학년이던 1965년 동양방송 '가요백일장'에 친구들과 재미로 예선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돼 가수로 데뷔했다. 그리고 민요에 생명을 불어넣듯 흥과 기교로 자신만의 창법을 만들어 '신민요'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최초로 '가요백일장'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 가수로 데뷔했고 최초로 춤, 노래, 연기 등을 함께 선보이는 '패키지쇼'를 만들어 공연했어요. 월남전뿐 아니라 국내 전방과 후방부대에서 가장 많이 공연한 연예인으로 최초로 국가유공자증을 수여 받았습니다."
모든 장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엔터테이너였던 그를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100년에 한 번 나올법한 가수', '우리나라의 국보'라는 말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그는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종심(從心)'이 되었지만 철저한 자기관리를 위해 노력해 왔어요. 데뷔 이후부터 지금까지 몸무게가 45~46㎏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김세레나는 "고단한 이들의 '삶의 숨구멍'이 되어주고 싶어요. 민요(民謠)가 '백성의 노래'를 의미하듯 노래는 고단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마음의 쉼터입니다"라며 "내가 부르는 노래 장단에 시름을 잊고 흥겨운 어깨춤을 추는 이들을 볼 때마다 가수로서의 자부심과 연예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천생 가수, 천생 민요 여왕의 운명을 타고 난 그녀다.
고양/김환기기자 k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