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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텃밭 강사'로 활동하는 송윤미씨가 지난 8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보호 수업 중 '쓴 맛 나는 식물 맛보기' 활동에 참여한 모습. /송윤미씨 제공

"아이들이 도시 속에서 잠시나마 흙내음을 맡고, 손수 작물을 키우면서 자연이 지닌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인천 부평구 주민 송윤미(53)씨는 올해로 11년째 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원아·학생들에게 작물 재배 방법을 가르치는 '텃밭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농작물을 키울 수 없는 한겨울을 제외하곤 1년 중 10개월가량 학생들과 함께 흙이 있는 운동장이나 화단, 건물 옥상에서 텃밭을 조성해 작물을 키운다.

매일 자라는 농작물을 관찰하면서 자연의 이치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게 텃밭 교육의 특성이다. 흙 만지기를 싫어했던 아이들도 내 손으로 텃밭에 모종을 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으면 어느새 흙밭을 누비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고 한다. 

 

2008년 자녀와 경작 재미 계기
다른 애들도 기회 주고파 시작
편식하던 아이 변화 모습 뿌듯

 

그는 아이들과 키운 농작물을 수확해 조리하는 수업도 진행한다. 그동안 마트에서 돈 주고 사오기만 했던 농작물이 얼마나 소중한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올라오는지 교육하기 위해서다.

봄에는 상추로 샐러드와 햄버거를 만들고, 여름에는 오이를 따서 피클을 담근다. 가을에는 수확한 무를 고춧가루에 버무려 김치를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평소 편식하던 토마토나 무 같은 채소도 '내가 직접 재배해 남길 수가 없다'고 맛있게 먹더라고요.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 건 필수지만, 정작 이 재료가 어디서 오는지는 잘 모르잖아요. 아이들이 그동안 몰랐던 농작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송씨는 2008년 계양산에서 16㎡짜리 텃밭을 분양받아 처음으로 도시 농업의 재미를 알았다고 한다.

도심 아파트에서만 생활했던 두 자녀에게 흙을 밟으며 뛰어놀 공간을 제공하고, 수확의 재미도 알려주고자 했던 게 도시 농업을 시작한 계기였다. 기뻐하던 자녀들을 보면서 도시에 사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이 같은 기회를 주고 싶어 텃밭 강사 자격 과정을 수료했다.

송씨는 "농사는 우리가 결국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농사가 우리를 살리는 활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텃밭 강사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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