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술닥터 사업은 12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표 기업 지원 사업 중 하나다. 전문가가 직접 기업을 찾아 기술적 어려움을 해소해주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각 기업과 연계된 전문가가 얼마나 역량을 발휘하는지, 얼마나 기업과 깊이 있게 호흡하는 지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송종원 유한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2014년부터 7년째 '기술닥터'로 활동 중이다. 지원한 기업만 85곳이다. 기업들이 사출금형, 자동화 부문에서 겪는 어려움을 주로 해소해준다.
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송 교수는 그간 지원한 기업들 목록을 보여줬다. 영세한 떡방부터 아주 큰 기업까지 규모도 분야도 제각각이었다.
"떡방이 왜 있는지 의아하죠? 떡을 찌는 기계가 있는데 그걸 자동화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고 반신반의하면서 갔는데 의외로 도와줄 부분이 여럿 있었습니다. 같이 고심해서 떡방에서 원하던 자동화 설비를 만들었죠." 기업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에 애정이 묻어있었다.
12년째 이어지는 경기도 대표 사업
영세 떡방부터 큰 기업까지 달려가
절체절명 위기 겪는 회사들에 도움
그런 송 교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업체는 김포 소재 세화파렛텍이다. 당초 플라스틱 팔레트 중개무역 업체였던 이곳은 직접 팔레트를 생산해보자고 결심, 고가의 비용을 들여 생산 라인을 만들었다.
문제는 해당 장비에 대한 전문가가 사내에 없다는 것이었다. 뭔가 탈이 났는데 어디가 잘못됐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기술닥터에 도움을 요청한 이유였다.
송 교수가 연결됐다. 공장에 가자마자 설비 위로 올라가 낱낱이 살피는 그의 모습에 공장장이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기업으로선 절체절명의 위기였는데, 정말 마음을 다해 고마워하는 게 느껴져 기술닥터로서 스스로를 되돌아봤던 곳"이라고 회고했다.
교수가 되기 전 그 역시 몇몇 기업에서 근무했다. 기업에서 팀장으로 재직하던 때 직원들에게 캐드 작동법을 가르치면서 교육에 흥미를 느꼈던 점이 2012년 그를 교단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학계에선 현장에서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기술들을 정확히 익히는데 오히려 한계를 느꼈다. 그때 기술닥터 활동을 시작했다.
지도하는 학생들의 취업 연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주효했지만 지금은 자칫 잊을 뻔한 '현장의 감'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송 교수는 "전국에 기술닥터와 유사한 사업들이 많이 진행된다. 이는 경기도의 기술닥터 사업이 그만큼 유용하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아이디어를 실제로 제품으로 구현하려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또 문제가 있긴 한데 해소할 길을 찾지 못해 끙끙 앓는 경우도 있다. 그 과정에서 한 기업이 휘청할 정도로 비용 낭비가 이뤄질 수도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게 하는 것 역시 기업 지원의 핵심인데 그런 점에서 기술닥터가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예산도 늘고 지원 기업들간 네트워크도 강화해 오래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