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우리나라에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인천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단에는 이른바 '잠수함'이라고 불리는 훌륭한 사이드암과 언더핸드 투수들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원조 잠수함인 태평양 돌핀스의 박정현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중반 SK 와이번스 투수진의 허리를 책임졌던 조웅천, '여왕벌'로 불리며 'SK 왕조' 시절에 벌떼 불펜의 마무리를 책임진 정대현, 2010년대 KBO리그를 대표하는 언더핸드 선발투수 박종훈까지 인천 프로야구단의 잠수함 계보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내년 시즌 SSG 랜더스에는 새로운 잠수함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2022 KBO리그 드래프트에서 SSG 랜더스의 1차 지명자로 선택된 윤태현(18)이 그 주인공이다.
내년부터 KBO리그는 지역 연고지 유망주를 우선 선발하는 1차 지명 제도를 폐지할 예정이어서 윤태현은 신생팀 SSG 랜더스의 처음이자 마지막 연고 1차 지명자로 이름을 남겼다.
윤태현은 최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처음 야구를 하게 된 팀이자 평소 열렬히 응원하는 구단에 입단하게 돼 매우 영광"이라며 "프로선수로서 당당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태현에게 SSG 랜더스는 매우 특별한 팀이다. 윤태현은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유소년클럽에서 쌍둥이 동생인 윤태호와 함께 처음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의 권유로 동생과 함께 SK 와이번스 유소년클럽에 다녔다"며 "처음에는 그냥 동생과 공을 던지고 받는 것이 재밌었는데, 야구를 더 오래 제대로 하고 싶어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상인천초등학교 야구부에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상인천초등학교와 동인천중학교를 거쳐 인천고등학교에 진학한 윤태현은 고교 2학년 때부터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직구 최고구속이 120㎞에 머무는 평범한 투수였다"며 "나처럼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당시 3학년 임형원(현 NC 다이노스) 선배를 따라다니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함께 하고, 던지는 방법을 배우다 보니 구속이 145㎞까지 빨라졌고 제구력도 좋아졌다"고 했다.
폐지되는 1차 드래프트… 마지막 지역 유망주 선발
평균 자책점 1.05로 창단 최초 봉황대기 우승 이끌어
3학년들 제치고 고교 최고 영예 '최동원상' 수상도
최고 구속 145㎞ 사이드암 투수로 수준급 구위 강점
2학년이던 지난해 고교 시즌에 그는 총 10경기에 등판해 42.2이닝을 던지면서 5승1패 평균자책점 1.05의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인천고의 창단 첫 봉황대기 우승을 이끌었다. 그해 쟁쟁한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고교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도 수상했다. 평균 자책점 1.05로 창단 최초 봉황대기 우승 이끌어
3학년들 제치고 고교 최고 영예 '최동원상' 수상도
최고 구속 145㎞ 사이드암 투수로 수준급 구위 강점
윤태현은 "봉황대기에 참가했을 때에는 3학년 형들과 함께 1승만 하자는 마음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던졌는데, 이러한 부분이 계속 쌓여 나가다 보니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며 "한 학년 위에 잘던지는 형들이 많아 최동원상을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수상하게 돼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윤태현은 키 190㎝·몸무게 88㎏의 우수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최고구속 145㎞의 직구를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로서 수준급 구위와 볼 끝 무브먼트를 강점으로 가지고 있다. 또 좌우 코너워크를 활용한 안정된 제구력을 갖춘 투수로 마운드에서의 경기 운영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태현을 지도한 인천고등학교 계기범 감독은 "선수로서 탁월한 신체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모든 훈련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등 야구선수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도 이미 훌륭하다"며 "프로에서 기술적인 부분만 조금 보완해 성장하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이드암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직구와 체인지업, 커브, 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등 5가지 구질을 활용하는 윤태현은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을 '직구'로 꼽았다.
그는 "사이드암 투수여서 오버핸드 투수와 달리 횡으로 움직이는 직구의 무브먼트를 타자들이 까다로워 하는 것 같다"며 "프로에서는 다른 변화구의 완성도도 높여 나가 더 좋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윤태현은 내년에 SSG 랜더스에서 본격적인 프로 선수로의 첫발을 내딛는다. 어린 시절부터 그와 함께 야구를 했던 쌍둥이 동생 윤태호도 이번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로 활동하게 됐다.
윤태현은 "나랑 동생 모두 프로에 지명받을 수 있어 정말 기뻤다"며 "동생과 처음으로 다른 팀에서 야구를 하게 됐는데, 열심히 훈련해 프로에서 맞대결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SSG 랜더스에는 박종훈을 포함해 박민호, 김주한, 장지훈 등 리그를 대표하는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들이 선발과 불펜에 자리를 잡고 있다. 또 리그 최고의 언더핸드 투수였던 조웅천 코치가 1군에서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윤태현은 자신과 비슷한 유형으로 던지는 코치와 선배들에게 지도를 받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여러 선배에게 사이드암 투수로 던지는 노하우나 훈련 방법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며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투수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워 나가겠다"고 했다.
윤태현은 "드래프트에 지명된 이후 구단과의 계약도 마무리했지만 아직 SSG 랜더스 팬들에게 정식으로 인사한 적이 없어서 프로 선수라는 느낌은 없는 것 같다"며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야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직접 인사를 드리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프로에 지명받은 이후 교장 선생님이 '연예인 되지 말고 야구 선수가 돼라'고 조언해줬는데, 이 말을 명심하고 야구로 유명한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며 "대선배인 박종훈 선수를 이어 SSG 랜더스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옆구리 투수가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