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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날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한 청년이 코로나19 시대라는 어둠 속에서 계단을 딛고 희망의 빛을 향해 힘차게 뛰어오르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가 우리의 일상 속에 침투해 삶을 무너뜨리던 사이 계절은 몇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공동체 의식과 적응력으로 해결법을 찾으며 출구로 나아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창간 76년, 다시 시작하고, 다시 도전하고, 다시 극복해 새 시대를 여는 큰 신문으로 진일보하겠습니다. 2021.10.6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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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기나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남은 거리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터널입니다. 반복되는 대유행에 가슴 졸이는 사이,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산천초목은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지만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계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없는 탓에 선선한 가을바람이 오히려 야속하기만 합니다.

많은 이들이 터널에 진입하기 전의 세상을 그리워합니다.

한 뼘 마스크에 미소를 빼앗기지 않았고, '거리두기'라는 강제된 이격(離隔)에 만남과 소통을 저지당하지 않았던 시절입니다. 빈 테이블만 멍하니 바라보는 자영업자의 초점 잃은 시선도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출구를 향해 직진해야 하는데 자꾸만 고개를 뒤로 돌리게 됩니다.

엄밀히 말해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 어찌보면 과거는 현재 시점에서 우리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기억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미증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좌표가 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종식되더라도 우리 인류가 코로나19 시대 이전으로 그대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말로 과거로의 회귀에 대한 기대를 경계합니다. 

한 뼘 마스크에 미소 빼앗기지 않았던 시절 그립지만
미증유의 시대, 과거가 우리의 좌표가 될 수 없어
드라이브 스루 진료와 의료진·복지사 등 헌신…
창의적 사고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
'다시' 코로나 이전보다 진일보한 일상 회복 함의
하지만 과거는 소중합니다. 과거에 축적된 공동체 의식과 적응력이 배기가스로 채워진 터널 속 공기를 그나마 순화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사고와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드라이브 스루나 의료진과 사회복지사의 헌신, 임대료를 깎아준 건물주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교집합의 빗금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예전에는 체감하지 못한 중첩(重疊)적 가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경인일보는 창간 76주년을 맞아 '과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미래지향적 현재'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다시 우Re'란 화두로 독자 여러분께 다가갑니다.

경인일보가 창간 키워드로 꼽은 접두사 'Re'는 '다시'(再)라는 사전적 의미에 머물지 않습니다. 다시 다짐하고, 다시 힘을 내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도전하고, 다시 극복하는, 코로나 이전보다 진일보한 일상의 회복을 함의합니다. '회귀' 보다는 '재창조'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누구는 지난 2년여의 세월을 잃어버린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외부 요인에 의해 멈춰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이제 팬데믹 이후 끊임없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던 정체감(停滯感)과의 결별을 선언해야 합니다. 이는 'Re'의 출발이자 '위드(with) 코로나'의 전제이기도 합니다.

경인일보는 코로나 시대를 통찰하는 '큰 눈', 코로나 이후를 고민하는 '큰 생각'을 바탕으로, 독자와 함께 'Re'의 시대를 여는 '큰 신문'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임성훈기자 h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