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연주자들이 세계 각국의 악단에서 뛰어난 역량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처럼, 이제 우리나라 악단에서도 외국인 연주자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맡고 있는 카멜리아 키릴로바(사진) 상임단원 역시 불가리아 출신의 연주자로, 경기필에서 단원들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과 악단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모습까지 외국인이지만 거리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카멜리아 단원은 15년 전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졸업 후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된 그에게 한국은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은 곳이었다.
그는 "학교생활도 만족스러웠고, 교수님들의 실력도 좋았다"며 "학업을 마치고 불가리아로 다시 돌아갈 생각을 했었지만 운 좋게 경기필에서 인정받고 입단까지 하게 돼 한국에서 계속 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불가리아서 15년전 유학… 경기필 9년차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며
국내 오케스트라 입단 관심 외국인 늘어"
카멜리아 단원은 음악을 하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첼로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속한 오케스트라의 연습실을 자주 다니며 꿈을 키웠고, 첼리스트였던 어머니와 함께 매일 연습하곤 했다.
항상 카멜리아 단원의 옆을 지켰던 어머니는 딸의 한국행에 동행했다. 트롬본 연주자인 아버지는 불가리아에서 여전히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고 있다. 퇴직하고 나면 아버지도 한국으로 와 가족이 모두 함께 지낼 계획이다.
올해로 9년 차. 카멜리아 단원은 경기필에서 좋은 연주의 기회를 많이 얻었고, 오케스트라가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며 우리 악단에 관심 갖는 외국인 학생들도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불가리아 친구들에게 경기필 공연 영상을 공유하곤 하는데, 어린 친구 중에서는 한국의 오케스트라에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는지 묻는 경우가 늘었다"며 "그럴 때면 한국어 공부를 꾸준히 하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기회가 열린다고 조언해주곤 한다"고 답했다.
올 한 해 예정된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싶다는 카멜리아 단원은 여느 연주자들과 같이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길 바라고 있다. 그는 "팬데믹 상황이 끝나면 해외 투어 연주도 해보고 싶고, 훌륭한 연주자들과 협연도 하고 싶다"면서 "경기필 공연에 많이 찾아와 주시면 좋은 연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사진/경기아트센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