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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감염 확산의 기세는 여전하다.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지내던 삶을 잊어가고 있다.

'위드(with) 코로나'(감염 종식 기대보단 공존에 대비)란 말이 생겨나고 정부도 스스로 이를 외치고 나선 모습이 그런 현실을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다시(re)'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사람 모이는 행사가 방역수칙 때문에 불가해졌어도 나름의 수단을 찾거나, 매출이 뚝 떨어져 가게 문을 닫게 생겼어도 위기를 기회 삼아 2호점을 새로 열고, 지난해부턴 꿈도 못 꾸던 단체 직원 회식을 하기도 한다.

언제 또 새로운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맞서 '위드' 보다는 '다시'를 외치며 예전의 삶을 되찾아가려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착한 임대인' 덕에 코로나19 이겨내고 2호·3호점까지 

 

자영업자 어려움 공감한 건물주, 폐업 막았다
3개월간 월세 안 받고 9개월간 인하… 점주, 코로나 여파 매출하락 딛고 재기

지난해 4월 군포 송정지구에 샌드위치 가게를 차린 서현욱(30)씨는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이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를 불러올 줄 몰랐다.

서씨 가게도 그 여파를 피하지 못해 한 달 만에 매출이 절반 이하로 깎이는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지난 한 해 경기도에서만 이 같은 매출 하락 등으로 음식점업 소상공인 1만249명(경기연구원 자료)이 가게 문을 닫았다.

하지만 서씨는 경영난 속에서도 지난해 6월 자신의 가게인 '우키샌드위치' 1호점을 유지한 채 산본동에 2호점을 새로 열었다. 서씨가 폐업 대신 추가 개점을 할 수 있었던 건 '착한 임대인'이었던 해당 상가 건물주 신학철(37)씨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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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신씨는 지난해 5~7월 임차인들에게 월세를 아예 받지 않았다. 이후 9개월 동안도 월세의 30%를 인하해 줬다. 월세 인하가 완전한 매출 회복을 가져다준 건 아니지만 서씨는 그 덕분에 2호점 개점을 위한 기반을 다질 수 있었고 지금은 의왕에서의 3호점 개점까지 준비하고 있다.

서씨는 "가게 상황이 안 좋아 새 고객을 이끌 방법을 고민 중이었는데 줄어든 매출에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며 "마침 임대인 덕분에 지출을 크게 줄여 SNS 광고와 포스터 제작 등 마케팅에 나섰고 매출 증가는 물론 2호점을 여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신씨가 착한 임대인이 된 것도 단순히 임차인들의 경영난 때문만은 아니다. 신씨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하고 임차인으로서 경험도 하다 보니 사장님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공감했다"며 "특히 서씨는 가게를 살리려는 의지가 강해 가능한 한 많은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어르신 사회성 단절"…줌으로라도 '단체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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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수원 능실종합사회복지관이 마련한 온라인 요리교실 '능실쿡'에 참여한 어르신들 35명이 줌(온라인 화상 커뮤니티 플랫폼)에 접속해 서로의 모습을 보고, 또 요리교실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능실종합사회복지관 제공
낯선 화면에서 재회한 반가운 얼굴들
35명 온라인 요리교실 진행
"이게 뭐여?" 처음엔 낯설었지만
행사후 "또 언제 열리냐" 호응
"사회성·건강향상 노력할 것"
지난 8월11일 수원 능실종합사회복지관(이하 복지관)은 35명에 달하는 어르신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능실쿡(요리교실)' 행사를 진행했다. 물론 어르신들이 복지관에 모인 건 아니었다. 35명 생활지원사가 각각 어르신 가정에 방문해 휴대전화 사용법을 안내하고 줌을 통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1년 반여 만에 한 자리에 모인 어르신들은 처음엔 줌 화면을 보고 "이게 뭐여?"라고 따져 묻거나 "갑자기 왜 요리를 하는 거냐"며 낯설어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자 '언제 또 요리교실 열리냐'거나 손주에게 자신이 나온 영상을 보여주려 '영상을 보내줄 수 있냐'고 할 만큼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복지관이 이처럼 줌을 통해서라도 수십 명 규모의 단체 행사를 준비한 건 어르신들의 단순한 친목 도모나 요리 교육만을 위한 목적이 아니다. 대부분 연령이 70~80대인 복지관 어르신들은 여러 사람과 만나는 모임 등이 줄어들수록 사회성을 비롯한 활력 등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복지관은 지난해 12월까지 최소한의 가정 방문 등을 제외한 모든 행사를 중단하다가 이후 어르신들의 사회성을 높이기 위한 비대면 행사 진행 등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서라도 어르신들이 서로 얼굴을 보고 직접 요리하는 활동 등을 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해 추진하기에 나섰다. 복지관은 앞으로도 능실쿡 행사는 물론 어르신들의 활동성을 높이며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행사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복지관 소속 김소영 사회복지사는 "코로나19를 이유로 한 무조건적인 단체 행사 중단이 결국 어르신들 간 관계를 단절시키는 악영향만 준다는 걸 알게 됐다"며 "생활지원사가 꾸준히 방문하고 온라인상에서라도 만남을 갖게 하는 노력을 이어감으로써 어르신들의 사회성과 건강 향상에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째 재택이지만 팀원들과 '한 공간'… "회의는 줌, 회식은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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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에 사는 조은님(30)씨가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활용해 마련한 회식에 참여, 동료 직원들과 게임을 즐기고 있다. /조은님씨 제공

"오늘 저녁 모여라… 메타버스 공간으로"
팀원들 아바타로 접속 기념사진
"실제 한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져"
서울의 한 키즈콘텐츠 회사에 다니는 조은님(28·인천 미추홀구)씨는 지난 9월6일 모든 팀원들과 모여 회식을 했다. 회식 장소는 사무실도, 음식점도 아닌 '메타버스(온라인상 아바타 등 활용한 가상공간)'였다.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게더타운'에서 각 팀원 6명의 아바타가 함께 온라인상에서 가능한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추석 명절을 앞둔 기념 단체 사진도 찍었다.

조씨는 지난해부터 회사 출퇴근이 아닌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업무상 회의는 이미 2년째 줌(온라인 화상 커뮤니티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추석에 맞춘 연간 회식도 지난해엔 줌을 통해 진행했는데 올해는 직원들이 좀 더 '진짜 회식다운 회식'을 하자며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조씨 팀원들은 자신의 모습을 대신하는 각자의 아바타를 통해 게더타운이란 플랫폼 내 한 공간에 모여 직접 만나 스킨십하고 게임도 즐기며 서로 함께 한 사진 촬영도 할 수 있었다.

조씨는 "메타버스 프로그램 기능 덕분이었지만 상대 직원과 가까이 있으면 목소리가 더 크게 들렸고 멀리 있으면 작게 들리기도 했다"며 "온라인상에서 각자의 아바타를 통한 모임이었지만 실제 한 공간에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