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701000197300008942
코로나19 여파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의 이웃들이 적지 않다.

경인일보는 최근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층 강화되면서 도움의 손길이 더욱 필요한 이들을 돕기 위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사회복지사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방호복을 입고 한여름 무더위를 견디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곁을 지킨 새내기 요양보호사와 발달장애 아동들을 돌보고 있는 사회복지사는 보호자 등 가족들이 건네는 따뜻한 감사의 인사에 더욱 힘을 내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어르신들 챙기는 인천시사회서비스원 / 요양보호사 신경섭씨

요양보호사 신경섭 씨
방호복을 입은 신경섭씨가 코로나19로 자가격리된 노인을 긴급돌봄하고 있다. /신경섭씨 제공

한여름 무더위속 매일 9시간 방호복 입고 세심하게 보살펴
감기 걸릴까봐 에어컨 틀지 못해… 치매 어르신과 반복 일상
"보호자 직접 만든 수세미 주시기도, 고맙다는 인사에 뭉클"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의 새내기 요양보호사 신경섭(33)씨는 입사 이틀 만인 지난 8월4일 코로나19 긴급돌봄 현장에 투입됐다. 신씨가 돌봐야 할 시민은 치매증세가 있는 80대 어르신으로, 평소 다니던 주간보호센터에서 확진자가 나와 급히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직장을 다녀야 해 낮에 어르신을 돌볼 수 없었던 가족들은 인천 중구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천시사회서비스원으로 의뢰가 와 신씨가 현장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긴급 돌봄을 하는 6일 동안 신씨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방호복을 입고 어르신의 곁을 지켰다. 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았던 한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방호복을 입고 어르신을 돌보는 것은 30대 초반의 건장한 남성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신씨는 "어르신이 에어컨 바람을 조금만 쐬어도 추워하셨다"며 "감기라도 걸리실까 봐 걱정돼 에어컨도 틀지 못했다. 한여름 대낮에 땀복을 입고 밖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힘들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르신을 돌보는 9시간 중 휴식시간은 30분 안팎이었다. 방호복을 잠시 벗어두고 물이나 음료를 마시며 땀을 식히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휴식의 전부였다. 손자뻘인 신씨를 가엽게 느꼈는지 어르신은 '혼자 밥을 먹기 미안하다'며 과자나 빵을 건네기도 했다.

긴급 돌봄이 끝나던 날 보호자께서 감사의 의미로 직접 만든 수세미를 챙겨주시고, 어르신께서도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뭉클했다
자가격리 긴급 돌봄 원칙상 취식이 불가능해 신씨는 어르신에게 음식을 먹을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치매가 있는 어르신은 그걸 금방 잊어버리고 신씨에게 거듭 먹을 것을 건네곤 했다.

신씨는 "어르신께서 음식을 권하실 때마다 거절할 수밖에 없어 죄송했다"며 "무더위에 방호복을 입고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그러셨던 것 같다"고 했다.

10년 동안 호텔리어로 일했던 신씨는 지난해 5월 사표를 냈다. 코로나19로 호텔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일본인 관광객 통역을 담당하던 그의 업무도 줄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던 신씨는 퇴사한 지 6개월 만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람 상대하는 일을 해왔던 만큼 요양 업무도 잘할 자신이 있었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신씨는 "최근에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 한 분을 돌봤는데, 함께 밖에 나가 재활운동을 하면서 어르신의 표정이 많이 밝아지셨다"며 "긴급 돌봄이 끝나던 날 보호자께서 감사의 의미로 직접 만든 수세미를 챙겨주시고, 어르신께서도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뭉클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아 케어 인천시장애인복지관 / 사회복지사 김미경 팀장

사회복지사 김미경씨
김미경 인천시장애인복지관 가족문화지원팀장이 긴급 돌봄 장애 아동들의 공부를 봐주고 있다. /김미경 팀장 제공

"어디로 튈지 몰라 한시도 눈 뗄 수 없어" 돌봄·방역 1인2역
자폐 아동들 자해하거나 몸부림 쳐… 팔과 목에 멍들 때도
감염 여파 문 닫을 위기도… 가족에 여유 줄 수 있어 '뿌듯'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인천시장애인복지관은 자폐증이나 지적 장애 등을 가진 아동·청소년 10명이 긴급 돌봄을 받고 있다. 대부분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 등 취약계층 가정의 아동들이다.

코로나19로 장애인 학교와 시설 등이 문을 닫으면서 오갈 데 없이 집에서 홀로 지낼 수밖에 없는 아이들도 이곳에서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흔히 자폐나 지적 장애가 있는 아동들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를 어려워하거나 조용히 혼자서만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복지관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며 신나게 뛰놀고 있었다. 돌봄 교실을 찾은 기자에게 한 남자아이는 씩씩하게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김미경(38) 인천시장애인복지관 가족문화지원팀장은 "아이들이 어디로 튈지 몰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2년째 긴급 돌봄을 담당하고 있는 김 팀장은 코로나19 속에서 아이들의 돌봄과 방역 두 가지를 모두 챙기느라 매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폐 아동들은 조금만 불편하거나 기분이 나쁘면 자신의 얼굴을 때리거나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등 일종의 자해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아이를 끌어안고 달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몸부림치는 아이가 주먹을 휘두르거나 꼬집어서 팔이나 목에 멍이 들 때도 있다.

코로나19가 언제 닥칠지 알 수 없어 하루하루 걱정스러운 게 사실
김 팀장은 "처음 이곳에 와서 다른 아이들과 싸우거나 선생님의 지도를 잘 따르지 않던 친구들도 함께 생활하면서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했다.

김 팀장을 비롯한 복지관 구성원들도 몇 차례 코로나19에 감염될 뻔했다.

지난해 12월31일에는 발달장애인 1명이 감염된 상태에서 복지관에 와 직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김 팀장과 동료 사회복지사들도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9월 초에도 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인의 보호자가 확진 판정을 받아 복지관이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김 팀장은 "코로나19가 언제 닥칠지 알 수 없어 하루하루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지적 장애 아동·청소년 긴급 돌봄은 가족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발달장애 아동 부모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아이를 돌보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이 악화하거나, 심지어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 팀장은 "복지관에서 긴급 돌봄을 제공하면서 가족들이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셈이다. 얼마 전에는 한 보호자께서 '10년 만에 파마를 해봤다'며 고마움을 전하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안쓰러우면서도 도움이 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2021100701000197300008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