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4.jpg
그래픽 /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2021100801000240000011283
지난 9월17일 화성의 한 스마트 한우 농장. 갓 도축된 소고기 제품 겉면의 QR코드를 인식하니 소가 처음 바이오 캡슐을 투여한 시점부터 사육, 도축될 때까지 체온·활동량 등 생체 데이터 수만건이 떴다.

기존에는 스마트 농장주에게만 전송되던 방대한 양의 축산물 이력정보를 소비자도 휴대폰으로 간편히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제품을 개발한 축산물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유라이크코리아는 "지난 7월 축우 이력관리 플랫폼을 실제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 화성에 직영 한우 농장을 개소한 데 이어, 이달에는 QR코드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직접 축산물 이력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한우 브랜드 '완벽한'을 출시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축산물 시장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QR코드를 통해 축산물 이력을 간편히 확인하는 소비자(1)
QR코드를 통해 축산물 이력을 간편히 확인하는 소비자. /유라이크코리아 제공

코로나19를 계기로 QR코드(Quick Response·정보무늬)가 재발견되고 있다. 쉽고 빠르게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불편하다'는 인식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코로나19로 QR체크인이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인증·결제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QR코드는 흑백의 격자무늬 그림에 여러 정보를 담은 2차원 바코드로 지난 1994년 일본의 덴소 웨이브사가 개발했다. 특허권이 없어 사용료는 무료다.

일반적으로 숫자 7천89자, 문자 4천296자, 한자 등 아시아 문자 1천817자까지 기록하며, 작은 정사각형 점이 많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빠른 응답'이라는 이름답게 1차원 바코드보다 인식속도가 더 빠르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결제수단으로 이용할 경우 신용카드사 통신망을 거치지 않고도 계좌에서 계좌로 바로 돈을 이체할 수 있어 별도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빠르게 정보 공유 불구 '불편' 인식탓 외면
코로나19 계기 식당 등 신분 확인 수단 입지
지난 2018년 정부와 서울시 등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를 아끼겠다며 QR코드 기반 결제시스템 '제로페이'를 출범한 배경이다.

그러나 3년 전 제로페이 출범 당시만 해도 QR코드는 간편결제시장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탄탄한 국내에서는 굳이 휴대폰을 꺼내 QR코드를 읽어들이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반면 중국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알리페이)와 '중국판 카카오'로 불리는 텐센트(위챗페이)가 QR코드 기반 간편결제 시장을 열어 지난 2019년 3분기 결제액이 56조 위안(약 9천461조2천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간편결제액은 51조2천억원으로 중국의 200분의1 수준이었다.

홈플러스, 30일부터 QR코드 인증 도입(6)
지난 7월부터 정부 방침에 따라 전국 138개 매장에 QR코드 인증을 도입한 홈플러스. /홈플러스 제공

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QR코드는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뜻밖의 반전을 맞는다.

식당·카페 등에서 QR인증이 보편화되면서 신분 인증수단으로서 입지가 공고해져 지난 4월 기준 전 국민 5명 중 1명(1천만명)은 QR코드로 인증서와 신분증을 대신하는 '카카오지갑'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최근엔 이동통신 3사가 QR코드로 운전면허증을 대신하는 모바일 면허증을 내놓았다.

특히 간편결제시장에서의 선전이 눈부시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해 3월 제로페이 가맹사는 8만4천901개로 직전 달(8천468개)보다 10배 넘게 증가했다.

작년 3월 '제로페이' 가맹사 전월比 10배↑
롯데百 '비대면 셀프구매 서비스' 도입 활용
산림청 임목육종 이력관리에 시스템 구축

결제액 역시 지난해 2월 171억원이었다가 4월 1천21억원으로 2달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올 2월에는 월 결제액 2천억원을 돌파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지난 7월 정부도 신용카드 단말기 없이 QR코드를 스캔해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줬다. 가맹점이 카드사와 협의를 거쳐 결제방식의 보안성을 검증한 경우, QR코드 스캔+비밀번호 입력 등 인증을 거쳐 카드결제를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1년 넘게 장기화되며 20대뿐 아니라 50~60대 중장년층까지도 휴대폰을 꺼내 QR체크인을 하는 풍토가 형성된 것이 반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ㅇ
올 추석부터 선물세트에 QR코드를 활용한 '비대면 셀프 구매 서비스'를 도입한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제공

QR코드는 최근 들어 축산·산림·의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품 예약·결제 및 이력관리 수단으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 추석부터 고객이 선물세트의 QR코드를 직접 스캔하면 판매사원을 거치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는 '비대면 셀프 구매 서비스'를 도입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역시 나무의 정확한 이력관리가 요구되는 임목육종 연구를 위해 QR코드를 활용한 '시험림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QR코드를 스마트 기기와 연동 시 방대한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으로, 임모육종의 효율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1100801000240000011286
경인일보 '모바일' QR코드.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