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첫발을 내디딘 '광주 순례길' 조성사업을 놓고 불교계가 항의(9월27일자 8면 보도=광주, 순례길 이어 산사길… 일부 종교논란 '불씨')하고 나선 가운데 한 달여 만에 해당 논란이 일단락됐다. 11일 광주시와 불교계에 따르면 시는 최근 조계종에 공문을 보내 공식사과의 입장을 밝히고 명칭 정정 등 재검토에 나설 뜻을 전했다.


지난달 조계종 사회부는 광주시가 천주교와 협약을 맺고 추진 중인 '광주 순례길' 사업과 관련해 사업에 대한 해명과 전면 재고를 촉구하는 민원서류를 접수했다.

이에 앞서 불교계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서를 내고 '스님들의 자비정신과 희생이 깃든 곳을 연결해 놓고 이를 특정종교 성지로 축소·왜곡하고 있다'며 광주 순례길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市, 조계종에 공문 공식사과 표명
"향후 명칭 정정·재검토" 뜻 전달


광주 순례길은 남한산성~천진암에 이르는 코스로, 불교계는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때 스님들이 나서 호국불교를 실천한 곳'이라는 것과 '천진암은 스님들이 거주했던 암자로 천주교인들이 핍박받을 당시 이들을 보호하려다 수십 명의 스님이 처형당하고 폐사된 역사적 장소'라는 점,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은 조계종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란 점 등을 들어 천주교 성지로만 부각되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시는 지난 5일 조계종에 공문을 통해 "규제로 묶인 광주시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명소화하고자 했던 '광주순례길 조성사업'이 특정 종교성지로 왜곡돼 비칠줄 예상하지 못했다"며 사과하고 "종교적 갈등과 역사 왜곡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명칭을 정정하고 재검토에 나설 것이며, 협의를 거쳐 새로운 명칭과 화합의 길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뜻을 전했다.

조계종 측은 이와 관련 입장문을 내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종단은 광주시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민족의 역사와 우수한 전통문화콘텐츠가 바르게 해석,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공공기관의 종교 편향 정책이 초래하는 소모적인 국민갈등을 예방할 기구와 법체계를 마련해줄 것을 현 정부와 모든 지자체에 요청한다"고 표명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