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원장15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이자 현 경기도 코로나19 홈케어운영단장이 12일 경인일보와 만난 인터뷰에서 홈케어 운영 체계와 기대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코로나19 국내 감염이 처음 보고됐던 지난해 1월부터 경기도 코로나19 방역대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그가 경기도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책임지게 된 이야기는 '운명'이라고 표현해도 어색함이 없다.

"경기도 코로나19 대책을 세우는 자리에 서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12년간 일한 병원을 뒤로 하고 경기도의료원으로 옮겨왔고 때마침 코로나19가 발생했습니다. 도에서 감염 대책을 세워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과거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경기도를 도와 일했던 인연이 있던 게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했습니다. 감염병 위기 앞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식과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해 경기도민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수 번의 계절이 바뀌어도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전쟁의 최전선, '경기도 코로나19 홈케어 운영단'을 이끄는 임 원장을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종플루·메르스·코로나19까지…경기도 방역 대책을 그리다
임 원장은 2008년부터 12년 동안 아주대학교 감염학과 교수로 일했다. 동시에 10여년간 경기도 감염병 전문가로 주요 감염병 정책을 수립하는데 그의 지식을 아낌없이 쏟았고, 현장의 경험과 판단도 담았다.

2009년 신종플루 방역 대책, 2015년 5월 국내 발생이 확인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그는 감염병 대책을 세우는 데 함께 했다.

"코로나19 국내 발생이 보고됐을 때, 정부는 물론이고 지자체도 방역 대책을 세워야 했고 저를 포함한 감염학 전문가들이 경기도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며 방역 대책을 짰어요." 
12년간 아주대 교수로… 신종플루·메르스 등 감염병과 전쟁 경험
경기도 코로나 긴급대응단 1년4개월 활동 지자체간 비상연락 구축
일일 확진자 급증하자 한정된 병실수 한계 뛰어넘는 관리체계 필요
'확진자 집 입원시설처럼 사용' 표방… 재택·자가 치료 중요성 강조
신종플루와 메르스, 앞서 겪은 감염병 전쟁 속에 경기도와 함께 방역 대책을 수립했던 경험은 결국 그를 코로나19 긴급대응단 합류로 이끌었다.

하지만 쉬운 것은 아니었다. 2012년부터 중동지방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어느 정도 데이터가 쌓인 메르스와 달리 코로나19는 신종 감염병이다. 인간이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감염병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게다가 전파 속도가 무척 빨랐다. 코로나19 감염 이후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지 아무도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응단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신설팀이다. 부담이 컸다. 하지만 임 원장은 과감하게 초대 단장을 맡았다. 신속하게 경기도 코로나19 대책을 수립했고 곧장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원장6

1년 4개월 긴급대응단 활동에서 배운 것
"일단 긴급대응단에 합류하자마자 처음으로 했던 일이 확진자 발생했을 때 입원이 가능한 시설에 연결해주는 일명 '콜센터' 역할을 긴급대응단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연일 확진자가 쏟아지는데, 수용 못 하는 병원이 있고 또 여유 병실이 있는 곳도 있으니 이러한 병실 격차를 줄이려 정보를 취합, 적재적소에 연결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며 매일 달라지는 확진 사례와 규모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방법이 필요했다. 특히 지역 사회 안에서 감염병 확산을 최소화할 대책을 세우는 게 급선무였다. 감염이 일어난 뒤의 사후조치 뿐 아니라 감염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사전조치를 병행해야 감염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임 원장은 긴급대응단 뿐 아니라 경기도 실·국장과 회의를 주재하며 종합적인 방역 대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기도 코로나19 방역 대책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확진자 발생 시 지자체 간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했고 도내 입원 가능한 병실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다. 1년 4개월간 체계 구축 완성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긴급대응단은 지난 6월 말을 끝으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임 원장은 "긴급대응단을 해산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가 되고 있는 지금, 긴급대응책보다 감염병 지속관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최근까지만 해도 일일 확진자가 3천명이 넘어서는 등 확진 규모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해 한정된 병실 수 한계를 뛰어넘는 관리체계가 필요했고 '코로나19 긴급대응단'을 '코로나19 홈케어 운영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 체계를 만들었습니다"고 했다.

위드 코로나 말하다
밑그림을 다 그렸지만, 그의 말대로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렇게 지난 3월, 코로나19 홈케어 운영단이 출범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경기도 코로나19 방역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홈케어 운영단 초대단장으로 취임했다.

홈케어는 말 그대로 집에서 치료를 받는 것을 뜻하는데, 확진자 수가 수 천명대로 지속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해 확진자의 집을 하나의 입원시설처럼 사용하는 방역 체계를 표방한다.

홈케어 운영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은 임 원장이다. 그는 운영단이 발족하기 이전부터 재택치료·자가치료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강조해왔다.

계속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결국 국내 병원 등 의료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설 것이고, 그 가운데서도 경기도가 가장 먼저 병상 자원이 모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측해서다.

홈케어 운영단은 순항 중이다. 3월 출범 이후 7개월이 지난 지금은 집에 머물며 자가 치료·관리를 받는 건수가 점점 늘고 있다. 올해 3월 한 달간은 32건이었다가 4월부터 점점 늘어 9월22일 기준 1천177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홈케어 운영 건수가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자가치료를 이용하는 환자들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제적인 경기도 방역대책에 정부 역시 최근 홈케어와 동일한 방식인 재택 치료를 도입했다.

그는 홈케어가 우리 일상에 녹아들기 위해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홈케어 체계가 자리를 잡아도 결국 국민의 인식 전환이 따르지 않으면 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다.

"홈케어 체계는 곧 우리 사회에 하나의 치료방식으로 자리를 잡을 겁니다. 이 체계를 인내하고 따라줄 우리 경기도민을 포함한 국민들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동요하지 않고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 체계를 믿고 안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방역·의료 체계가 있어도 신뢰하지 않는다면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죠. 국민 다수가 관리체계를 믿고 따를 때,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올 겁니다."

2021101201000318100015903

글/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 사진/김금보기자artomate@kyeongin.com

■ 임승관 원장은?

▲ 1999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2008~2018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학교실 조교수
▲ 2017~2018년 아주대학교 병원 감염관리실장
▲ 2018년 11월~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 2020년 2월~2021년 6월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응단장
▲ 2021년 7월~경기도 코로나19 홈케어 운영단장
2021101201000318100015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