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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수구 선학동 개발제한구역 토지주인 김상도씨가 자신의 땅 한편에서 개발제한구역에 대한 설명을 하며 길 건너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김씨가 가리키는 지역은 지난 2006년 취락지구로 바뀌면서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됐다. /기획취재팀

"집들 넘어져도 못 짓게 하던 게 공무원… 필요할 때 빼먹는 곶감이 된 셈" 

 

구월2 신규택지 예정지 / 김상도씨

 

인천 구월2 신규택지 조성사업 예정지에서 만난 김상도(65)씨의 표정은 어두웠다. 할아버지에서 아버지, 아버지에서 자신에게로 대를 이어온 땅을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로 몇 년 뒤 내어줘야 한다는 사실에 불만이 큰 듯했다.

김씨는 정부 측에 대해 "나쁜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의 땅은 개발제한구역인 연수구 선학동 93의 12 일대 부지다. 정부로부터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게 1972년 8월이었으니, 김씨가 중학생 무렵일 때다. 그때만 해도 주변의 구월동과 남촌동 등보다 살기가 좋던 지역이었다고 한다. 구월동과 남촌동엔 없던 전기가 들어왔던 곳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代 이어 온 땅 "정부에 빼앗기게 될 것"
1972년 지정 당국 특별한 설명도 없어
오토바이 순찰 새로 지은 닭장도 철거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당국의 특별한 설명은 없었다고 했다. 지정 이후의 상황은 이전과 달랐다. 구청 공무원들의 오토바이 순찰이 시작됐다. 농사에 필요한 작은 건물은커녕, 집이 부서져도 고칠 수가 없었다. 닭장이라도 새로 마련해 두면 철거해갔다.

김씨는 "집들이 다 넘어져 가도 개발제한구역이라고 못 짓게 하던 게 공무원들"이라며 "작은 농막 하나 정도 지을 수 있는 게 그때와 지금의 차이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 작은 것 하나 짓지 못하게 묶어놓다가 지금은 집들이 필요하다고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한다고 한다"며 "개발제한구역이 (정부가) 필요할 때 빼먹는 곶감이 된 셈"이라고 했다. 그가 개발제한구역과 관련된 당국자들을 "나쁜 사람들"로 칭하는 이유 중 하나다.

2000년대 들어 김씨 땅 주변 지역 일부는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됐다. 2006년 6월이었다. 동네를 관통하는 이면도로가 기준이 됐는데, 그의 땅은 제외됐다. 
"작은 농막 가능… 그때와 지금의 차이"
주변지역 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해제
이면도로 기준으로 땅값은 4배 정도 차

김씨는 "길가 개발제한구역에 컨테이너 농막을 하나 놓기 위해 어떤 사람이 땅을 샀는데, 평당 165만원 줬다고 한다. 길 건너 맞은편 취락지구 쪽은 평당 600만~700만원 정도 한다고 하는데, 작은 길 하나로 4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주변에 비해 살기 좋았던 곳이, 지금은 주변에 비해 크게 낙후한 지역으로 바뀌었다"며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기 전 그 땅을 팔고 구월동과 남촌동 부지를 샀으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기도 한다"고 했다.

김씨는 이번 신규택지 조성사업 예정지 지정으로, "정부에 땅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14년께 검단신도시 조성과정에서 자신이 운영하던 공장 부지에 대한 보상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개발제한구역이 아니었음에도 시세보다 낮은 금액에 보상을 합의해 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개발제한구역이니 보상가가 더 턱이 없지 않겠느냐"며 "은퇴 후 소일거리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갈 생각이었는데, 이마저도 힘들게 됐다"고 했다. 그가 정부 관계자들을 "나쁜 사람들"이라고 하는 두 번째 이유다.

김씨는 "정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후 해당 지역 사람들과 공간에 대한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도 늘리고, 녹지도 늘리고, 그렇게 좀 달라져야 하지 않겠느냐. 우리나라가 공산주의는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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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구 상야동에서 농사를 짓는 안선태씨는 "주변 동네는 다 개발됐는데, 우리 동네만 50년 전과 바뀐 것이 없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가격에 토지를 매입해 이제라도 주민들의 한(恨)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기획취재팀
 

"주변 동네 다 개발됐는데… 우리 동네만 50년전과 바뀐게 없어"  

 

상야지구서 밭농사 / 안선태씨

"주변 동네는 다 개발됐는데, 우리 동네만 50년 전과 바뀐 것이 없습니다. 너무 억울한 일 아닙니까."

인천 계양구 상야동에서 농사를 짓는 안선태(56)씨는 울분을 토하며 말했다. 안씨의 밭이 있는 지역은 이른바 '상야지구'라고 불리는 곳이다. 전체 면적 125만5천여㎡ 가운데 85만3천여㎡(약 68%)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대규모 도시 개발사업이 사실상 어려운 지역이다.

이곳에서 태어난 안씨는 부모님의 땅을 물려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1972년 안씨가 거주하는 상야동 일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것을 고려하면 평생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생활해 온 셈이다. 개발제한구역에서만 살아온 안씨는 "다른 평범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더 큰 고통을 겪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시지가 기준 3.3㎡당 30만~35만원 불과
"인천 도심지역 이 가격은 하나도 없을 것"
일대 주로 채소류 재배 냉장창고 못 지어
그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은 수억원의 손해를 입게 됐다"고 말한다. 안씨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우리 동네의 토지 가격은 3.3㎡당 30만~35만원에 불과하다"며 "인천 도심 지역에 이 가격에 거래되는 땅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50년 전에 정부가 자신들의 마음대로 대충 개발제한구역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주민들의 재산을 빼앗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산권 행사에 피해를 봤을 뿐 아니라 농사를 짓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개발제한구역 주민들의 이야기다.

그는 "농사를 지으면서 필요한 설비 하나 제대로 만들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안씨는 "이 일대에는 주로 채소류를 재배하는데, 개발제한구역인 탓에 냉장창고를 지을 수가 없다"며 "농산물을 당일 출하하지 않으면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그는 "농사일을 하다 보면 잠깐 쉬어야 하고, 그 사이 밥을 먹거나 씻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설치할 수 없어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한다"며 "이런 곳에 어떤 사람이 일하러 오겠느냐"고 했다.

이 지역 주민들의 가장 큰 불만은 개발제한구역 내에 토지가 있어 재산 가치는 그대로인데, 마을의 생활환경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제 후 공장 들어서… 비행기 소음까지
'계양TV 개발계획' LH 땅 매입 나섰지만
토지가격 너무 낮게 책정 주민들은 꺼려
2006년 7월 주민들이 사는 취락지구가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면서 마을에는 오히려 소규모 공장이 잇따라 들어섰고, 주민들은 트럭이 내뿜는 매연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포국제공항 비행기 항로 상에 농경지가 있어 비행기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안씨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일을 하는 비닐하우스에 5~10분에 한 번씩 들리는 비행기 소리에 마을 사람들 목소리만 커졌다"며 "점점 주민들이 살기 어려운 동네가 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거 환경까지 나빠지자 마을 주민들은 2011년부터 인천시에 건의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이 일대를 개발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2018년 12월 계양테크노밸리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용역이 중단된 상태다.

안씨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당시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사람들의 땅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매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토지주가 희망하면 개발제한구역 내의 땅을 매입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토지 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돼 주민들이 꺼리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개발제한구역 토지를 갖게 된 사람들은 50년 동안 고통 속에 살아왔다"며 "정부가 제대로 된 가격에 토지를 매입해 이제라도 주민들의 한(恨)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기획취재팀

※ 기획취재팀
글 : 이현준, 김주엽 차장
사진 : 김용국 부장, 조재현 기자
편집 : 김동철, 장주석 차장
그래픽 : 박성현, 성옥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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