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구시청사(와이드)
지난 2009년 광주시청사가 이전한 뒤 다소 썰렁해진 구청사 전경. /광주시 제공

"불과 12년 전만 해도 이곳은 광주지역 행정의 중심지이자 상권의 중심지, 주택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광주시청사가 이전하곤 활력이 사라졌다."

지난 15일 '광주 구(舊)도심'으로 불리는 송정동 옛 시청사 앞 거리. 청사가 있던 본관 자리는 헐린 지 오래였고 그곳엔 주차장과 가건물식 CCTV통합관제센터가 들어서 있었다. 본관은 사라졌지만 부속건물은 남아 상하수도사업소와 소규모 기관들이 그 공간을 차지했다.

길 건너편에는 각종 사무실(법무사, 건축사, 행정사 등), 상가 등이 즐비했는데 예전처럼 공실 없이 빼곡한 모양새는 아니었다. 

2009년 시청사 이전 후 마을 침체
재건축·재개발 아닌 '뉴딜' 승부수
2018·2019년 경안동·송정동 선정

주택가에 행정청이 들어선 것인지, 행정청이 들어서고 주택가가 들어선 것인지 모호할 만큼 구청사 주변을 빼곡히 메운 주택가는 이렇다 할 변화 없이 단독주택에서 빌라, 고층 아파트까지 오밀조밀하게 자리를 지켰다.

'불야성을 이루는 곳'으로 얘기되던 구도심의 활력은 코로나19 등 외부요인까지 겹치며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모양새였다. 점심장사로만 20~30개 테이블을 거뜬히 채웠던 한식집은 어느새 3~4개 테이블 수준의 장사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구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광주시는 구시청 주변 식당 이용하기 캠페인까지 벌였으나 한계는 분명했다.

구도심 침체는 지역경제 위축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컸고, 시는 고심 끝에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송정동에서 경안동을 아우르는 구도심에 대해 요란하지 않지만 실속있게 국·도비 사업을 따내며 '지역의 중심지'라는 옛 명성 탈환에 나섰다.

구도심 전경 사진
단독주택, 빌라, 아파트 등 여러 형태의 주거지와 사무실, 상가 등이 자리한 광주시 구도심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 재건축·재개발 아닌 도시재생으로 승부수
지난 8월 신동헌 광주시장은 온라인 정책브리핑을 통해 "구도심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는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송정동 우전께 문화센터와 경안동 및 송정동 일대 가로환경 정비사업이 준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내년 상반기에는 여성과 청소년의 커뮤니티 활동을 위한 경안동 플랫폼Y(youth)·F(female)와 주민들의 실내 체육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소규모 체육관이 경안동과 송정동에 조성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문화 가족들의 사회활동 지원을 위한 경안동 플랫폼A와 도서관 및 돌봄 등 생활인프라 서비스 제공을 위한 송정동 우전께 도시재생 어울림센터도 내년 준공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사업이 진행된 배경에는 재건축이냐 재개발이냐 도시재생이냐를 놓고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 쇠퇴한 구도심의 활력 증진을 위해선 노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상권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예산, 규제 등 여러 제한이 잇따랐다.

광주 구도심 주택가 행사 당시
광주 송정동 구도심 주택가 '차 없는 거리' 축제 모습. 코로나19 이후 마을축제가 중단됐지만 그 이전에는 '차없는 거리' 축제가 진행됐다. /광주시 제공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도시를 통째로 바꾸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고 여기에 더해 기존 주민들이 개발의 수혜에 밀려 떠나가야 하는 상황도 예견됐다.

더욱이 각종 기반시설 사업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이곳에 쏟아붓긴 쉽지 않았고 국가정책사업 중 하나인 도시재생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도시재생은 인구 감소, 산업구조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재건축이나 재개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자원의 활용 등을 통해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방식이다.

도시재생 뉴딜 공모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시는 2018년 경안동, 2019년에는 송정동과 우전께 일원 사업이 선정되며 288억원을 확보했다.

시 관계자는 "내년부터 후년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라며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이뤄내겠다"고 자신했다.

옛 광주시청사, 구도심 랜드마크로 부활한다!
2009년 광주시청이 이전한 후 지역의 랜드마크였던 구청사는 철거됐다. 현재 일부 남은 부속건물에 타 기관들이 들어와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물은 노후됐지만 옛 중심가로 주변에 인프라와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보니 오래된 건물임에도 입점 경쟁을 벌일 만큼 뛰어난 입지를 자랑한다. 아직까지도 택시를 타고 '구시청으로 가주세요'하면 이전된 지 십여 년이 지났음에도 부연설명 없이도 이곳으로 향한다. 그만큼 상징성을 갖춘 곳이라는 의미다. 
옛청사 부지 복합건축물 건립 계획
1730억 투입 2024년 12월 준공 목표
구도심 활성·지역 거점 역할 기대
이런 가운데 시가 구청사 부지(송정동 120-8번지 일원)에 복합건축물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우고, '구도심 랜드마크'로 승부수를 띄웠다.

구청사부지 복합건축물_조감도
오는 2024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구청사 부지의 복합건축물 조감도. /광주시 제공

총사업비 1천730여 억원 규모의 복합건축물은 시민들에게 복지, 보건, 행정의 종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게 된다.

종합사회복지센터, 장애인복지관, 상하수도사업소, 행정복지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연면적 4만6천415㎡, 부지면적 8천464㎡에 지하 3층∼지상 11층 규모로 건립될 계획이다. 준공은 오는 2024년 12월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복합건축물과 별도로 경기도시주택공사의 공공임대주택인 경기행복주택(88가구)이 들어선다. 또 주민복합문화어울림 플랫폼, 마을주차장도 건립돼 광주시청사 이전으로 쇠퇴했던 이 지역이 문화 복합공간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변 지역 노후주택·주민공용시설에 대한 개보수 지원도 이뤄진다.

시 관계자는 "다양한 복지시설이 복합건축물 내 집적돼 다양한 계층·세대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민편의 공간 창출 및 상대적으로 낙후된 구도심 활성화와 지역 거점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신동헌 광주시장… 도자골목 등 젊고 생동감 있는 명소로

강철 체력을 자랑하듯 쉬는 날이면 예외 없이 관내 곳곳을 누비는 신동헌 광주시장.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주머니에서 손바닥 크기로 접힌 종이쪽지를 꺼내 들며 최근의 행보를 전했다. 쪽지에는 지역에서 살펴봐야 할 개발지, 민원현장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달에는 대체공휴일이 연달아 있어 쪽지에 적힌 이곳저곳을 세심하게 살피게 됐다는 그는 그중에서도 광주 구도심을 돌며 구상하게 된 여러 소회를 밝혔다.

신동헌 광주시장 (2)

"구도심은 주택가, 주거지가 많다. 대로 주변의 상가들은 그런대로 유동인구가 있다 보니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주택가 골목상권은 마을주민이 아니고선 누가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그는 "유동인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생동감이 넘쳐야 찾는다. 그저 그런 매장이 아닌 골목을 특화할 수 있는 우리 광주 구도심만의 무엇이 필요하다. 일례로 조선백자의 본고장답게 이를 모티브로 해 도자거리 골목을 만들 수도 있고, 골목 바닥에 도자 장식을 가미해 색다른 장소로 각인시킬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특색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공영방송 PD로 수십년을 활약한 신 시장은 전국의 마을 곳곳을 누볐고 그러다 보니 안목이 남다르다. 무엇이 눈길을 사로잡고, 될 것인지 이른바 '촉'이 작동한다.

"매장에 명패(간판) 하나만 잘 붙여도 골목이 살아난다. 우리 구도심의 생존전략은 바로 그런 것이다. 젊고 생동감 있고. 해외 어느 나라는 집집마다 베란다나 대문, 창가에 꽃을 달아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지 않았나. 상권을 이끄는데 젊은이들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도시재생을 통해 시도 역할을 하지만 시민들도 교육도 받고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며 발전시키는 것.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느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광주/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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