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덕 경기도무용단 신임 예술감독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관객들을 사로잡는 공연으로 경기도무용단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울산시립무용단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을 거쳐 지난달 경기도무용단의 새로운 수장이 된 김 신임 감독에게 경기도무용단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는 지난 1994년 객원 단원으로 경기도무용단의 창단공연 '아! 수원성'에 참여했다. 김 신임 감독은 우연히 함께하게 된 무용단과의 인연이 감독의 자리까지 이어진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울산시립·국립무용단서 예술감독 역임
경기도와는 1994년 객원단원 참여 인연
김 감독은 "젊은 단원들에게서 나오는 열정과 싱그러움이 경기도무용단의 큰 장점이다. 단원들의 기량도 훌륭하다"며 "보여줄 수 있는 준비는 되어 있다고 생각되고, 거기에 걸맞은 작품을 지향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에 선보일 첫 작품으로는 우리 전통 무용과 서양의 클래식이 만나는 특별한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뚜렷한 사계절의 변화를 담은 동서양이 어우러진 감각적 무대를 떠올리고 있다. 그동안 경기도무용단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협업할 기회가 없었던 만큼 신선한 만남이 기대된다.
이처럼 김 감독은 기존과는 다른 차별화된 공연을 선보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 감독은 "타 예술단, 타 장르와의 협업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야만 세계적인 무용단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경기도만이 가질 수 있는 작품으로 채우면서 '경기도무용단이 이렇게 다양하구나'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단발적 정기공연 넘어선 레퍼토리 개발"
"전통문화 시대에 맞게 재창조 힘쓸 것"
경기아트센터에 많은 관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김 감독은 "예술가가 원하는 작품보다 관객이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신만의 철학도 밝혔다.
그는 "공연을 쉽게 볼 수 있으면서 흥미와 재미의 유발점을 찾아야 한다"며 "전통과 창작, 협업 공연을 다채롭게 준비하고, 다양한 계층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콘텐츠 소비의 중심이 된 2030관객을 잡기 위해 관객 친화적 공연 기획에 무게를 더했다.
이와 함께 김 감독은 서울과 문화 격차에 대해서도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앙 무용단과 지자체 기반 무용단은 규모나 시스템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운영방식과 공연기획에서 나는 차이가 문화 향유의 격차를 발생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발적인 정기 기획공연만 선보이는 무용단이 아니라 전국적·세계적인 무용단이 되기 위해 레퍼토리 개발에 힘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흥'도 많고 '슬픔'도 많은 한국의 춤. 우리 춤의 정서와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그 자체로도 대단한 매력을 가진다.
김 신임감독은 "춤을 즐기고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현대 문화가 한국 무용의 전통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기도무용단의 예술적인 뿌리를 자양분 삼아 우리 전통문화를 시대 요구에 맞게 재창조하고 개발하는 것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